[그 길이 변했다] (4) 신사동 세로수길
신사동 가로수길 주변 이른바 '세로수길'에 가면 요즘 맛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세로수길은 좁은 길(細路) 즉 가로수길 주변 골목들을 말하는데 '가로수길에서 쇼핑하고, 세로수길에서 밥 먹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최근 트렌디한 맛집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중. 사이사이 멋집도 숨어있다.
■"신고합니다" 따끈따끈한 새내기 맛집
지난 9월 5일에 문 연 마리오샐러드키친(02-3448-0339)은 점심에 한해 아담한 샐러드바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바비큐세트나 단품 메뉴를 주문하면 샐러드바를 2인의 경우 1인당 1900원에 즐길 수 있다(3인 이상은 2900원). 샐러드바엔 고구마·단호박·감자·파스타·게살 샐러드부터 떡볶이, 볶음밥, 시리얼, 빵 등이 준비돼 있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는 게 손님들의 반응이다. 이 집은 자체 제작한 그릴에 구운 바비큐를 꼬치에 꽂은 상태로 테이블에 제공하는데 바비큐커플세트(2만9900원)에는 단호박, 가지, 양파 등 구운 채소와 소시지, 오리훈제, 삼겹살훈제 등이 골고루 나온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신발 전문점 '르버니블루' 주변 '세로수 오거리'로 불리는 골목엔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다"는 홍대 경성팥집 옥루몽 신사가로수점(02-517-0160)이 문을 열었다. 이곳 역시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곳으로 팥을 좋아하는 다양한 세대가 찾고 있다. 가마솥에 쑨 팥을 얹은 가마솥전통팥빙수(8000원)가 베스트셀러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가마솥전통팥죽(7500원)이나 옥루몽 단팥죽·호박죽(각각 7500원)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빙수나 죽에 퐁당 빠진 찰떡은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삼성동 인기 베이커리 카페이자 리빙 갤러리인 CT베이커리도 최근 가로수길 골목에 분점인 CT베이커리글라스하우스(02-546-9967)를 열었다.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마당의 데크를 따라 걸어들어가면 자연 채광의 유리 온실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는 등 CT베이커리 본점과 전체적인 콘셉트나 운영 방식 등은 같지만, 밀푀유·브리오슈·타르트 등 10여 가지 프렌치 디저트(3000~6000원)를 비롯해 지중해식 '요리' 메뉴를 좀 더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이다. 매일 정오부터 오후 2시,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해피아워'에는 오늘의 파스타 2개를 주문할 경우 샐러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프렌치 디저트를 포함한 빵 주문 시 아메리카노 커피를 2500원에 할인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트렌드세터,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골목마다 해외 유명 맛집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4월 문 연 세레브 데 토마토(02-3446-6871)는 일본 토마토 전문 레스토랑 '세레브 데 토마토'의 한국 현지 법인이자 한국 1호점이다. 싱싱한 토마토를 주재료로 한 애피타이저부터 파스타, 스튜, 그릴, 디저트까지 총 60종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세레브데토마토샐러드(9800원), 로제카르보나라(1만4800원), 이베리코포크스테이크와 토마토(2만7000원), 토마토브륄레(8500원) 등이다. 게살을 품은 커다란 토마토에 아보카도가 곁들여 나오는 세레브데토마토샐러드는 깔끔한 맛을, 진한 크림소스와 토마토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로제카르보나라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토마토를 넣은 토마토티라미수(6000원)나 구운 토마토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은 토마토브륄레는 이색 디저트로 꼽힌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이며 월·화·수요일은 오후 11시, 목·금·토요일은 오후 11시 30분, 일요일은 오후 10시까지. 지난 6월에 문 연 디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02-511-7481)는 미국에만 12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60여년 전통 팬케이크 전문점 디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의 한국 1호점이다. 이곳에선 미국 전통 팬케이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버터밀크팬케이크(8000원)부터 오믈렛(1만5000~2만원)까지 다양한 팬케이크와 달걀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버터를 발라 레몬즙을 뿌려 먹는 더치베이비(1만6000원)와 미국식 크레페인 체리키햐파크레페(1만2000원). 식사 대용식으로는 오믈렛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주말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맛집과 함께 부티크 숍이나 패션&뷰티 관련 로드 숍들도 생겨나고 있다. 7월에 문을 연 라이프엔조이(02-3444-8829)는 향 전문 편집 숍으로 입소문을 타고 향 마니아들이나 패션 피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 타이 최고급 아로마 브랜드 판퓨리부터 영국 캔들 브랜드 조나단워드, 캔들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딥디크까지 한자리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제품을 모아놓아 편안하게 향을 맡아보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 편안하게 쇼핑하기 쉽지 않은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게 라이프엔조이 이주미 대표의 말. 이 대표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인테리어 소품이나 액세서리, 패션 소품 및 의상 등도 판매한다. "얼마 전 매장 앞에서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과 함께 마켓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오는 10월 19일경에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매장 앞에서 야시장도 열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지만 매장 문이 열려 있을 땐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알록달록 눈이 호강하고 싶다면 북유럽 인테리어 편집 숍 스칸디나비안디자인하우스(02-3444-0608)도 가볼 만하다. 북유럽에서 직수입한 그릇이나 패브릭, 가구, 인테리어, 액세서리 소품들로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 박근희 기자 | 사진 김종연 기자 | 일러스트 손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