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267 --- 오리의 자맥질에서 봄을 찾는다
초록빛으로 짙어진 버드나무가 휘휘 늘어졌다. 은연중 여인의 긴 머릿결이 마음을 훑고 간다. 오리가 물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자맥질한다. 보는 마음이 더 썰렁하다. 그러나 수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진지한 현장실습이다. 지난가을에 부화 되었을 어린 새끼들로 어디서 웅크리고 겨울을 났을까. 어미의 마음인들 오죽했으랴 싶다. 날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수온은 몹시 차가울 텐데 서둘러 먹이 사냥에 나섰다. 여덟아홉 마리가 졸졸 어미 뒤를 따라 다니며 흉내를 내는 몸짓이 앙증스럽도록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 둥지에서 물어다 주는 먹이나 날름 받아먹어도 될 성싶은데 고달프다. 비록 날짐승의 자연 속에 야생의 삶이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자유분방하기보다 그 얼마나 살벌하게 살아가는지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배고픈데 장사 없다. 우선은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무럭무럭 자라며 세상이 제대로 들어온다. 굶으면 형제자매도 모두 적으로 다툼의 대상이 된다. 어미가 희생적으로 한없이 물어다 주는 먹이가 아니라 어지간히 자라면 직접 사냥하는 법을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먹이를 구할 줄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배우는 것이다. 한눈팔다가는 쫄쫄 굶을 수밖에 없음을 은근히 압박하며 똑바로 배우고 익혀보라고 닦달할 것이다. 옆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투덜거린다고 한가히 돌봐 줄 가족이 없다. 이제 머잖아 독립하여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고 잠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너희는 한낱 날짐승으로 사람의 세상과는 천양지차 흉내 낼 수 없다. 이쯤에서 인연의 고리가 끊어지면 그뿐이다. 냇둑에 벚꽃이 빗물을 잔뜩 머금고 힘없이 뚝뚝 지고 있다. 몸이 무거워 휘날리지도 못한다. 훨훨 나비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꽃이 빨리 피어나기를 안달하였는데 어찌 그토록 빨리 지고 있는가. 괜스레 마음이 착잡해진다. 하지만 오리를 보면서 봄의 소리, 봄의 표정, 생명의 소리, 여울물에 바람까지도 되새겨 본다. |
첫댓글 오리의 자맥질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박종국회장님은 진심 문학사랑방의 칸트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