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문태준 詩人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고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서 돋아나던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 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가만히 적셔준다
* 시인(詩人)은 이 한 편의 시(詩)를 쓴 후에 기진하여 입원까지 했다고 하니 동감어린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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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유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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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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