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녀온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다.
이 기운이 가시기 전에 뭔가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나를 재촉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무척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나라이지만 내겐 이때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렇다고 내게 남다른 애국심이 있거나 별다른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본에 대한 괜한 거부감이나 자격지심이랄까 묘한 그런 마음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멀리했다고나 할까?
잘나가는 일본이 얄밉고 억지를 부리는 정치인들이 꼴 보기 싫기도 하여서였다.
여행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에 여러 의견이 분분하던 끝에 우리의 최종 여행지를 일본 도야마 알펜루트로 결정하고 났는데 일본 총리 아베의 얼토당토 않는 망언에 이어 다른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릴레이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이어졌다.
그 꼴을 TV 뉴스로 보는 순간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서 내가 그놈의 나라를 왜가나 하면서 당장 여행취소를 하고 싶었으나 이미 여행사에 신청을 한 뒤이고 또 다른 친구들과의 단체여행이기에 취소하기도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그래 어디 한번 가보자 일본이라는 나라~
직접 가서 한번 부딪혀 보자라는 그런 마음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이번 여행은 작은 아이 중학교 1학년 때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과의 여행이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는 인원이 더 많았으나 마음이 안 맞거나 별난 엄마들은 중간에 한두 명씩 탈퇴하고 최종까지 남은 7명의 엄마들이 모임을 이어온 것이 벌써 십년 세월이 되었다.
모이는 날이면 맛있는 밥 먹고 수다 한마당이 벌어지고 접시가 여러 개 깨지는 줄 모르는 재밌는 모임이라 만나는 것이 즐거운 모임이다.
여행가자는 말이 떨어지는 날로부터 한 달에 십 만원씩 모아서 이번에 일본여행을 가게된 것이다.
우선 가까운 곳부터 가자는 취지아래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에 최종 일본 도야마로 결정이 되었다.
일본여행치고는 고가라 여행사에 낸 것이 두 달 전 예약해서 20만원 할인된 금액이 3박 4일에 110만원이다.
말 떨어지기 무섭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5월 9일 드디어 출발하였다.
여행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아침 8시 50분 출발이라 집에서 적어도 4시 30분쯤에는 나가야 제시간에 닿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3시 30분에는 일어나야한다는 말. 자야할지 말아야할지 점점 고민이 되던 중 그냥 TV 보면서 버티기로 했다.
하지만 눈꺼풀이 내려앉는 걸 어찌 견딜 수 있으랴? 알람을 두 개나 틀어놓고 잠시 드러누웠는데 깊게 잠들어버려 때르릉 때르릉 울리는 걸 한참만에야 겨우 듣고 일어났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일사천리로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맴버 중 우리 아파트에 세 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한명을 앨리베이트에서 만나 어두운 새벽의 아파트 마당을 가로질러 캐리어를 끌고 나가는데 그 바퀴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는지 발걸음이 저절로 위축되었다.
시끄러운 낮에는 그렇게 가방소리가 큰지 몰랐었다.
일행들이 대부분 근처에 살아서 같은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
수속을 하고 드디어 출발했다.
이륙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고야 공항에 도착했다는 멘트가 나온다.
일본의 첫 느낌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분위기와 너무 비슷해 우리나라 어느 소도시에 도착한 것 같았다.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나고야 시내를 가로질러가는데 인상적인 것은 작지만 무척 깨끗하다는 것이다. 조용하기도하고.
여기저기 신록이 우거져서 도시를 더욱 쾌적하게 보이게 했다.
점심은 간단하지만 알찬 도시락으로 먹고 걸어서 나고야 성으로 향했다.
특이한 것이 횡단보도에 도착해서 신호등의 버튼을 눌러야만 신호가 바뀌는 것이었다.
조용한 소도시에서는 참 합리적인 방법이다 싶었다. 물론 교통이 혼잡하지 않으니 가능한 방법이긴 하겠다.
나고야성은 일본 모모야마 후기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오사카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성의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1612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한 성으로 한쪽에서는 한참 공사 중이다.
우리가 자주 보던 일본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성안으로 들어서니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서 한 바퀴 돌고나오니 무척 덥다. 햇살도 따갑다. 그러던 중 녹차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더니 꿀맛이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녹차가 많이 함유되어있는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다.
나고야성을 다 둘러보고 다카야마(高山)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한산하였다.
주변의 시골동네는 집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일본식 이층집들이 수십 채 모여서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또 하나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전봇대였다.
일본은 지진이 잦아서 전기 케이블을 지하로 매설하지 못한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봇대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또 집 바로 옆에 물이 가득담긴 반듯반듯한 논들이 있다.
주변의 산들과 조화를 이루어 한적하고도 아름다운 전원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의 오늘 목적지인 다카야마가 고지대라서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도 고지대에 위치해있다.
표고 1709m란다. 해발 몇 미터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용어인가?
바람이 엄청 분다. 휴게소의 외부 풍경도 아름답지만 휴게소 내부에는 아기자기 예쁘게 정돈해 놓아서 구경할 것이 많다.
한참을 잘 정비되어있는 산악도로를 달려 드디어 다카야마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동네~
첫인상이 그랬다.
히다 호텔 프라자에 여장을 풀고 저녁으로 일본 정식 가이세키 석식을 눈으로 먼저 먹고 맛을 보니 심심하니 맛있었다. 첫날은 그랬다.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어느새 어두워진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걸어서 편의점에 가서 우선 오늘 밤 우리들의 침목을 다질 양식을 샀다.
맥주 3캔. 안주거리 조금. 생수 몇 병. 간소하다. 7명이 맥주 3캔으로 나눠 먹는다.
시간이 7시 조금 넘었는데 동네가 너무 조용하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일곱 명의 소리만 동네에 울려 퍼진다. 가로등 불빛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그다지 무섭지 않은 것은 치안도 잘되어 있지만 아줌마 일곱 명이라는 숫자는 무서울 게 없었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퇴근시간인데 사람들이 없다. 가게들도 문 닫은 집이 태반이다.
술집만 몇 집 문 열었고. 심지어 커피샵도 문 닫은 곳이 많다. 도대체 몇 시까지 영업하는 거지?
자세히 살펴보니까 6시에 문 닫는 곳이 많다. 주인은 없고 객들이 조용하고 한적한 다카야마 읍내를 한참 돌아다녔다.
동네 한 바퀴 다 돌고 한참 만에서야 호텔로 돌아와 다 같이 온천욕을 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씩을 하고 첫날의 여정을 마친다.
첫댓글 아.. 오손도손 재미있었겠네요~~ 저두 일본.. 역사를 생각하면 싫지만, 가면 갈수록 또 끌리는 곳이 일본 같어요~
그러게요. 그냥 피상적으로 생각하던것하고 직접가서 느껴보는 것과는 큰차이가 있더군요. 밉지만 배울것이 많은 곳이에요~~
이제 일본의 힘이 펼쳐지는듯한 두려움이 듭니다
엔화약세 극우세력 치열한기술력에의한 경쟁력
제국주의 정신 천황제등 녹녹함이 없네요
일본 뉴스를 접하면 일단 긴장부터 되더군요. 요즘 너무 잘나가는 것같아서.
하지만 며칠전 여성단체들의 총궐기대회에서 하시모토 의원을 규탄하고 데모하는것을 보고 양심은 아직 살아있는것같더군요. 또 일부 지식인들이 독도방문을 하고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하는것을 보고 음 그렇지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심해서는 안될것같아요. 일본에 대해서는 여러 방면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