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여행가로 변신한 손미나(1972년생), 무엇보다 마음대로 여행을 다
니기 위해 이혼까지 불사한 그녀의 열정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녀의 여행기 가운데 「스페인, 너
는 자유다」는 내용이 무난했지만 해외여행에 큰 관심이 없어 다른 여행기는 읽지 않았다. 여행기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이 쓴 수필에서는 이제 별로 배우고싶은 게 없다. 그런데 페루라면 얘기가 달라진
다. 우리의 먼 핏줄인 인디오들이 사는 곳인데다, 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도 있
어 진작부터 페루 얘기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손미나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바로셀로나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
다. 학창시절부터 스페인은 물론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와 인연을
쌓아둔 것이다. 그녀는 KBS를 그만둔 뒤 여행가로서 제2의 인생을 왕성하게 보냈다. 이 시기에 그녀
는 스페인 여행기를 필두로 왜국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 아르헨티나 여행기 「다시 가슴이 뜨거
워져라」, 프랑스 여행기 「파리에서는 그대가 꽃이다」 등을 출간했다. 장편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도 썼다. 대체로 알찬 제2인생이었다.
손미나는 현재 국내에 머물면서 인터넷 언론인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의 편집인으로, ‘손미나&Co’의
대표로,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교장으로 더 분주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앞으로도 틈이 나면
세계여행도 계속하여 책을 낼 계획이다. 결혼을 제외하면 세 번의 도전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
고 있다. 평생 한 우물을 성공적으로 파는 사람도 있지만 이처럼 제2, 제3의 인생에 도전하여 성공을
거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우리 동기 가운데도 제2, 제3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 늘 부럽고 존경스럽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의 서문에서 손미나는 자신의 여행관을 밝혀놓았다. 여행은 우리 삶
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타민으로 솔직한 자아를 마주하는 기회이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부활의 과
정이며, 길 위의 학교라는 것이다. 이후에도 20줄에 걸쳐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를 나열해놓았
는데, 틀린 말은 없지만 도둑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그토록 장황하게 해명할 필요까지야…
서문에는 영국 철학자 알랭 드 보통(Botton)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보통은 「공항의 일주일」
이라는 여행기에서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 말이 손미나가 여행가로 변신하는
데 큰 영향을 준 듯싶다. 손미나는 페루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무려 3년 동안 이 화두를 천착했다고
써놓았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도 여행을 부추긴 듯.
그런데 손미나의 아버지뻘인 내가 보기에 그녀의 회한은 좀 일방적인 것 같다.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
을 두고 ‘내 인생이 뿌리째 흔들렸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엄청난 슬픔과 회한이 가슴
을 찢었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며, 그리움의 늪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느낌표로 가득하던 내 우주
가 하루아침에 온통 물음표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지금이 바로 여행이 필요할 때라고 여겨 페루 여
행을 결심했단다. 그녀의 말에 다 동의한다고 치더라도, 그러면 아나운서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던 사
랑하는 딸이 각중에 사표를 던지고 여행가로 나서는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의 심경은? 딸의 이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고통은?
어쨌든 아버지의 죽음이 주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손미나는 페루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그
녀는 오랫동안 페루, 특히 안데스산맥을 영적인 기운이 가득 찬 성지로 여기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
면서 손미나는 그곳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하
게 희망했다. 다행히도 해발 3000미터 고지에 형성되어 있는 고대도시들이 그녀에게는 상당한 위안
을 준 모양이다. 전설의 도시 마추픽추와 잉카인들의 산책로, 티티카카호수에서 살아가는 세월을 잊
은 원시인들, 나스카 라인이 주는 신비한 고대의 향수- 모두가 그녀의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터이다.
현재 손미나는 제2, 제3의 인생에서도 대체로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 젊은 의지의 지
성인이 페루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호의를 가지고 따라가 보자.
※ 책을 한창 읽고 있는데 작은애가 택배로 보낸 브라질너트가 도착했다. 겉봉을 읽어보니 페루産이
라고 인쇄되어 있다. 이러한 우연의 일치는 항상 짜릿한 영적 교감을 느끼게 한다. 브라질너트는 높
이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데, 나무는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서도 가장 키가
커서 지붕 역할을 한다. 콩 한 알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영양소를 비롯하여 콜레스테롤‧나
트륨‧마그네슘‧철분‧칼륨‧칼슘 등 각종 미네랄, 비타민A‧B6‧B12‧C‧D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 특히
하루에 필요한 항산화물질인 셀레늄이 들어 있어 항암작용까지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애용자가
많다. 평균수명이 500세고 1000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니 사람에게도 매우 좋은 모양이다. 대신 너무
많이 먹으면 셀레늄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 4개를 넘으면 안 된다고.
출처:문중13 남성원님 글
첫댓글 세계테마 기행을 통해 남미여행을 소개한 몇편을 시청한 기억이 납니다. 체력과 의지 그리고 박식을 두루 갖춘 면모라 쉽게 선택 할수있는 일이 아님에도 성취한 도전이 돋보입니다. 화면의 브라질너트는 시중 수퍼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견과류여서 몇번 먹어 보았는데 우선은 알이 상당히 커서 몇알로 산행중 허기를 달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