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고추에 쓰러지다.
이/승/준/
청양 고추.
참으로 맵다. 매운 것의 대명사가 아닌가?
고추의 한자가 고초(苦草)이니 적절하지 않은가?
청양 고추하면 충남 청양을 떠올리지만, 이름을 얻기는 이 지명과는 전혀 무관하단다.
청송과 양양의 첫 자를 따서 ‘청양’이라 했는데 원래 이곳에서 고추를 많이 재배 했다고 한다. 청양 고추는 일반고추와 ‘땡초’라 불리는 조그만 고추인ꡐ하늘초‘를 교배한 것이라 한다.
암튼, 오늘 고추(苦草)로 인해 아주 고역을 치렀다.
나는 매운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을 아주 즐기며, 좋아한다.
특히 마늘과 고추를 좋아한다. 먹고 나면 유독 강한 냄새로 인해 주위에 냄새로 인한 불편을 주지만 좋아하는 걸 어쩌랴. 상추에 마늘을 얹어 쌈 싸먹는 것도 좋고, 밥에 물을 말아 된장에 매운 고추 찍어 반찬으로 먹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점심에 직원들과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가 밑반찬으로 나온 고추를 매번의 통상적인 행동으로 양념장을 찍어 베어 먹었다.
“아~ 이것은 좀 센걸!
조금 후에 나머지도 마저 베어 먹고 삼계탕 국물을 몇 수저 떠먹었다.
그런데 조금 후 뱃속이 아릿해지며 이마와 등줄기에 식은 담이 나기 시작했다.
물을 연거푸 마셨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어찌할 줄 몰라 무릎을 꿇기도 하고 배를 쓸기도 하고 했지만 땀은 비 오듯 하고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아픈 배를 잡고 변의도 없는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남녀 공용인 화장실이어서 문을 잠그고 바지를 내리고 쪼그리고 앉았다.
순간 숨이 턱 막히고 하늘이 노래지며 아득해졌다.
순간적으로 죽음을 생각했다. 이러다 죽는가보다. ‘심장마비가 이런가보다.ꡑ, ꡐ돌연사가 이런 모양이다.ꡑ 라고 생각했다.
순간 아득한 중에도 ꡐ빨리 나가라ꡑ하는 생각이 나를 이끈다.
엉금엄금 기어서 문을 열고 화장실 밖에 나와 그냥 쓰러지고 말았다.
직원이 발견하고 얼마 지나 정신이 드는 것이었다. 직원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통증으로 인해 그냥 누워 있겠다고 하고 몇 분을 누워 있다가 업어 식당 방으로 옮겨 달라 부탁했다. 몇 명의 직원들이 주무르고 문지르고 하고 119에 신고하고 정말 난리다.
한바탕 난리를 겪고 난 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정말로 체력과 건강엔 자신하던 나 아닌가!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는 철각(鐵脚)과 그 격동을 견디는 철 심장(鐵心腸)을 지녔다고 자랑하던 나 아닌가! 그런데 청양고추 하나에 쓰러지다니, 이건 아이러니였다.
아무리 과식해도 체함도 없었고 매운 고추를 무척 즐기던 나였기에 이번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다. 목사님의 120일 금식기도에 동참하고자 40일 금식기도를 하는 중이었다. 아침을 한 끼 거르는 것에 불과 하지만 참으로 힘들고 체력적으로 많이 다운된 상태이긴 하였다. 매일 두 끼를 금식하시는 목사님은 참으로 힘드시겠단 생각이다.
금식(禁食)을 통해 공복인 위장에 매운 자극에 위장이 놀란 경우이지만, 시험으로 인해 낙망하며 찬양사역에서 한발 물러나 성령님을 근심케 한 나에게 성령님의 지혜로운 방법으로 인해 깨닫게 하심인 것이다. 우리 믿는 자들에겐 모든 일들을 영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우리들의 모든 일에 세심하게 관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이다.
성경의 다니엘 10:2~9에 보면 다니엘이 ꡒ세이레가 차기까지 곧 21일을 금식하고 정월 24일에 이르러 큰 강가에 섰는데 큰 이상을 보고 몸의 힘이 빠졌고 힘이 다 얼굴을 땅에 대고 깊이 잠들었느니라.ꡓ
거룩한 인자의 출현으로 충격을 받았고 거의 죽은 자처럼 된 다니엘을 그리스도의 형언할 수 없는 은혜와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함께하시는 그분의 보호와 인도하시는 손길을 느끼게 된다.
화장실에서 너무 고통스러워 할 때 자연스럽게 나의 입 속에서 흘러나온 ꡒ아버지 도와주세요.ꡓ이었다.
이때 나에게 주신 지혜는 ꡒ빨리 나가라ꡓ는 음성이었다.
만일 그곳에서 아무 도움 없이 쓰러졌다면 어떠했을까!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었으리라.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나에게 내속의 속사람이 이르는 자성의 목소리다.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쓴 습작 또한 이런 일을 절묘하게 이야기한다.
일어나요!
이/승/준/
넘어져 흐느껴 울고 있니?
너무 아파 고통스러운 거니?
오늘부터 일어나요.
아니, 지금부터 일어나요.
왜, 작은 일로 넘어지고
왜, 작은 일들로 불평하고
왜, 믿지 못하고 낙망하니?
십자가 생각하고
내가 짊어지고 나갈 짐이니까!
오늘부터 일어나요.
아니, 지금부터 일어나요..
저녁에 아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ꡒ아빠, 울트라 마라톤 뛰신 것은 30대 때의 일이고 ,이제 그 일의 유효기간이 지났습니다ꡓ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는 더욱더 나를 옥죈다.
ꡒ아빠, 교회의 찬양부분 때문일거예요.ꡓ하고 나의 낙망하고 시험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여간 청양고추로 인해 쓰러진 나는 스타일 다 구기고 나의 위대한(?)명성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되어 허물어져 버렸다.
이제는 다시 살았으니 제대로 살아야겠다.
청양 고추가 나의 스승인 셈이니 …
다시 일어나 노래하고 날아 올라야함을 본다.
맵지만 알싸한 고추.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고추.
맵지만 독성이 없는 캡사이신을 가진 비만치료제인 고추.
그중에서도 청양 고추 많이들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