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파탄
(문) 결혼한 지 5년차다. 영자(35세, 가명)는 남편이 주말에 자주 혼자 나가고, 평일에도 늦게 들어오는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몰래 핸드폰을 들어가 보았다. 애인이 생긴 것이 확인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 매우 흔한 스토리다. TV 프로 ‘사랑과 전쟁’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영자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경우 제대로 상담해주는 컨설턴트가 없다.
그래서 영자는 이런 경우, 혼자 고민을 시작한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 갑자기 바람이 난 경우, 부인이 이런 사실을 주변 사람과 상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형제 또는 친정부모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초기 단계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아직 확실한 증거를 잡지 않았고,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이른 단계다. 그리고 여자 친구들에게는 상의를 해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공연히 나쁜 소문난 나게 될 위험도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가 파경에 이르게 되면 속으로는 고소해하는 친구도 많다.
이혼전문변호사와 상의하는 것도 아직은 너무 이르다. 그렇다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와 상의하기도 그렇다.
결국 많은 경우, 혼자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때 핸드폰을 캡처하여 상대방 번호도 알고, 카톡의 내용을 증거로 확보한다. 조용히 상대 여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카톡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직접 남편에게 들이대고 따진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대처방법이다. 아무리 카톡의 내용이 진하게 되어 있고, 애인 사이인 것이 명백하고, 더 나아가 성관계까지 진행된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갑자기 그것만을 증거로 들이대면 남편과 상대 여자는 당연히 부인(否認)하게 된다.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누구나 이런 경우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딱 잡아떼거나 거짓말을 하면, 카톡이나 통화 내역만 가지고 결정적인 증거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장난 대화라고 우기기도 하고, 우연힌 한번 만났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분적인 증거만 가지고 곧 바로 남편이나 상대와 따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자로서는 일단은 흥분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냉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믿었던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순간 공황상태가 된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나를 철저하게 속이고, 바람을 피다니...’‘이제 우리는 끝장이다.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어.’등등 걷잡을 수없는 심리상태가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즉흥적으로 행동하고 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우선은 남편에게 자신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색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두뇌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남편이 방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겉으로 평상시와 똑 같이 행동해야 한다. 차분하게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잘못하면 과잉반응을 보여 의처증세를 얻기도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선입관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방의 모든 말과 행동이 거짓말로 보인다. 그리고 관찰자 혼자서 의심병이 깊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이 자신이 관찰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그렇게 되면 관찰은 실패로 돌아간다.
이 단계에서 더 관찰을 계속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사안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상대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서도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성을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바람난 남편을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우연히 남편의 증거를 확인했지만, 지금부터는 의도된 관찰자가 되어 보다 상세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함정수사를 하는 수사관의 입장과 비슷하다. 이미 수사관은 상대방이 범죄를 계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범죄인에게 함정을 파놓고, 덫을 쳐놓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영자는 계속해서 남편의 핸드폰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잘못하면 남편이 눈치 채고 더 이상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때 영자는 이런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 불법 도청이나 불법 위치추적기, 불법 복제폰 등을 구입하여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 불법이 문제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는 흥신소에 의뢰하여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도 위험하다.
일단은 영자 혼자의 힘으로 조심스럽게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나름대로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을 경우, 그 다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 영자로서는 먼저 사안의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 남편이 가볍게 연애를 하는 정도인가? 아니면 심각한 단계에 돌입한 것인가? 술집 여자와 같이 큰 문제가 아닌 정도인가? 등등에 관해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한번 잘못한 것을 가지고 이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단 남편에게 혼자 조용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런 사안에서는 친정 부모나 형제, 또는 친구들과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 여러 사람에게 알려 놓으면 나중에 남편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사안이 크게 중하지 않아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경우는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부부간에 있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일단 부부간의 신뢰관계가 깨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아내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게 된다. 만일 아내가 처녀결혼을 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아내는 연애하여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자신의 처녀성을 바친 상대다. 그래서 성관계를 오직 남편과 해왔는데,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편이 매우 더럽게 인식된다.
때문에 남편과 계속 살아도 그런 더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 만일 여자가 처녀결혼이 아니고, 재혼이거나, 결혼 전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가 있었다고 하면 약간 다르다.
처녀결혼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나중에 두고 두고 후유증으로 남게 되어 끝내 이혼까지 하기도 한다.
아무튼 일단 아내가 파악해보니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여지고, 남편도 더 이상 바람을 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서 이혼하지 않고 살기로 하는 경우에 어떤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경우 많은 여자들이 남편에게 실제 있었던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상대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기도 한다. 어떤 여자는 더 나아가 다시 바람을 피면 이혼하겠다든가,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각서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각서의 효력이다. 각서가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혼인이라는 신분관계에 관한 각서는 나중에 문제가 되어도 그대로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고만 될 뿐이다. 위자료 지급을 약속하는 경우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일응 위자료금액의 참고는 될 지 몰라도, 과도한 금액을 약정해 놓는 것은 무효로 돌아갈 위험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