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예전에 쓴 글(자료실에 있는 것 말입니다)에서 이 5번의 구성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뭐라 썼더라- 아마 보통 '1악장이 곡 전체에 대한 전주곡 성격을 띤 유사 4악장제' 형식으로 보기 쉽기 때문에 부러 말러가 3부 표기를 한 것일 게라고요. 이 곡이 지닌 일종의 '대칭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그 외에도 각 악장의 성격이라든가 많은 헛소릴 썼었지만,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고 보면 7번이나 10번도 비슷한 구성을 보입니다. 박하사탕님께서 7번을 '말러적 논리성의 정점'이라 보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무척 흥미로운 지적이시라서... 저는 말러 교향곡이 지니는 '변증적 성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박하사탕님은 그런 관점에서 말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전 말러 5번을 많이 들어보진 못했습니다만, 5번의 '명반'으로 꼽을만한 것은 3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번스타인의 DG반, 바비롤리, 시노폴리... 감정적인 측면에서라면 단연 번스타인일 것이고, 관현악법에 대해서라면 바비롤리(워낙 정적이긴 해도 모든 파트를 확실하게 들려주니까), 곡의 구조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분께는 시노폴리가 좋지 않을까요. 전 요즘 시노폴리만 듣습니다만... 이들에 비하면 텐슈테트나 기타 다른 연주들은 '준명반' 이상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말러 5번이 1악장 동기 때문에 베토벤 5번과 흔히 비교된다는 것은, 제 생각엔 말러가 일부러 패러디를 한 것 같습니다. 같은 '5번'이고, 어둠에서 광명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말러 자신이 의식하고 선수를 친(?) 게 아닐까 하는 거지요. '당신네들이 그걸 지적할 줄 이미 알고 있었어!!'라는 의미로 말이지요. 생각해보면,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5번이야말로 수많은 논란거리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이 곡이 우리에게 아직도 도전과 자극, 흥미와 경이로움을 제공해 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요. 불레즈 5번 내지에 적혀 있는 바대로...
(박하사탕님, '감상적'이라 할 때의 '감상'은 아마 '感傷'이 맞을걸요. 내기해도 좋아요. 말러 CD 만 아니라면야.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