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계시는가?
꽃피는 봄날 왜 따분하게 약국에서 이런 글이나 쓰냐고?
걱정마시게. 낼 모레까지는 꽃샘 추위에 바람마저 불어서
외출하기 나쁘다네. 그게 그치고 나면 경주로 부산으로 꽃구경겸 먹자여행 떠날꺼니까.
그전에, 난 지난 3월 17일 제주에 낚시를 갔다.
왜 하필 일요일인 그날을 택했냐하면 애초에는 12일에 떠날 예정이었으나 낚시배가 사흘 내내 예약이 밀려있어서 17일로 미뤄진거지. 18일이 서물이고 19일이 네물이니 조류도 괜찮고 일기도 다소 흐릴거라곤하나 낚시를 못할 정도는 아닐거라 짐작하고 떠난거지.
횡성공항에서 제주까지 가는 비행기가 하루 한편씩 있는데, 붐비지도 아니하고 가까워서 정말 최고다. 풍기나 제천쪽에서 제주 가려면 그편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
김포가서 차에 사람에 시달리지 말고. 3월부터 10월 까지는 두편으로 증편이 된다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오후 한시 반에 떠나니 제주에 가면 두시 반.
제주에서 맛있는거 먹으려고 아침만 먹고 출발했지.
신문 몇 쪽 보고 주스마시고 잠시 졸다보니 도착.
현지 여인과 반갑게 해후하여 그녀의 차에 동승하여 애월로 갔다.
거기서 블랙 크림소스에 튀겨낸 황게와 싱가포르식 왕새우튀김 게딱지에 볶아 넣은 안남미 비빔밥 아사이 맥주, 한라산 소주 한 병, 이렇게 푸짐한 식사를 두어 시간에 걸쳐서 하고 목적지인 한림에 도착.
저녁은 좀 늦게 선장을 불러서 낼 낚시얘기를 하면서 해물탕으로!! 각종 조개류와 전복, 그 위에 작은 문어 한 마리.
도저히 다 먹을 순 없는 노릇.
‘웅담’이라는 상호의 그 식당은 내가 제주에 갈 때마다 이용하는데, 안주인이 삼척 하장 출신이라 내게 오빠 오빠하면서 잘도 따른다. 제주에서의 저녁은 늘 그집이다.
낚은 고기로 회도 뜨고 탕도 해주기 때문이다. 그집 메뉴는 무시하고. 오래지 않아서 4월 중순이면 개두릅이 나오는데 내가 매년 보내주는 덕에 고향 냄새를 맡고 그 맛을 본다고 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밤 열한시가 넘으면 식당 문을 닫고 젊은 부부는 밤바다로 간다. 오늘은 이 바다, 내일은 저 바다. 물때가 다른 관계로 바다를 골라서 가야한다.
이마에 등을 켜고 바닷가 바위틈에서 안주인은 보말을 건지고 남편은 바위돌을 왔다 갔다 하면서 새벽까지 문어를 잡는다. 그리고 돌아와서 자고는 일어나는게 열 한시.
그떼부터 점심 장사를 시작하니 보말국, 보말죽은 그냥 남는 장사고 해물탕에 문어 한 마리 얹어주고 싸게 받아도 남는 장사. 부부는 그렇게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숙소에서 일어나 일곱시에 아침 식사를 한다. 생선구이나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미는
수구래 국밥이다!!
소의 가죽 부위를 제거하고 그 안쪽 부위만을 우거지와 함께 끓여낸 것이니 최고의 음식이다. 강릉에도 이거 하는 집이 한 두 군데에 불과하다.
뜨끈한 수구래국에 밥 한 공기 뚝딱해치우고 배가 있는 성창(成昌)으로 간다!!
선인장 마을을 지나 성창가지 가는데 15분. 8시에 출항이다.
여기서 먹는 얘기 딱 하나만 더 써야하는걸 용서하시게.
점심은 김밥 두 줄이 전부.
내가 먹지 않는 음식이 두 가지가 있으니 그 하나가 라면이요 다른 하나가 김밥이다.
라면은 획일적인 그 맛이 싫고, 김밥은 집에서 만든 것처럼 무장아찌에 소고기 잘게 볶은 것과 약간의 지단! 이런 것이라면 먹겠는데 떡처럼 눌린 식은 밥에 단무지에 맛살에 시금치 등등, 그 성의 없는 맛이 싫어서 먹지 않는다.
그러나 한림에 가면 예외다. 정말 김밥이 맛있다.
그 김밥이 맛이 있는 것은, 밥을 일본식 초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몇 번을 깨끗이 씻어 고들 고들하게 지은 밥에 초밥식 간을 하여 둥근 나무통에서 식힌 것으로 김밥을 말아준다. 속은 별난 게 없지만 맛살 같은 가공 식재료는 쓰지 않는다. 새벽 여섯시면 뱃사람들이 줄을 서서 혹은 먹기도 하고 혹은 싸가지고 가느라 장사진을 친다.
두 줄을 갖고 가면 한 줄은 점심이요 다른 한 줄은 안주다. 점심과 안주로 정말 좋은 친구다. 식어도 맛이 있고 밥알이 엉기지 않아서 떡이 되는 법이 없다.
나는 제주 낚시를 삼월과 11월에 간다.
사월에 가면 산란기라 알 가진 고기가 많고 오월이면 여름고기 아열대 고기들이 잡혀서 싫다. 이런 고기들은 10월 까지 잡힌다. 그래서 11월에 간다.
대상 어종은 참돔!!
가히 바다의 여왕이라 할 만큼 선홍색의 그 자태가 이쁘고
내리 쳐박는 그 손맛이 일품이고 회나 초밥, 머리찜 등이 맛있다. 손바닥 만한 것도 더러 잡히지만 그런 것은 놓아주고 주로 40~50cm급이 제일 많다.
저번 낚시에는 80cm가 넘는 게 걸려서 사람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이번 낚시에서는 그런 대어는 없었고 대신 참돔외에도 다수의 뱅애돔 그리고 바다의 왕자 감성돔, 특히 대물 돌돔을 낚은게 큰 수확이었다. 잡어로는 밴자리 몇 마리.
돌돔은 일본말로 이시다이라 하는 것으로 일반 낚싯줄은 그냥 끊어버리고 마는데, 이번에는 운 좋게 한 수했다.
횟집에서 최소 이십만원 짜리!
나는 고집스럽게 흘림찌낚시를 한다.
전동릴 타이라바는 딱 한번 사용하고는 선장에게 주어버렸다. 백만원이 넘는 장비를.
년전에 한번 5월경에 타이라바를 갖고 수심 80미터가 넘는 곳에서 낚시를 했는데, 60센티가 넘는 큰 참돔을 낚았다.
대물 암컷이었다. 배에는 알을 잔뜩 가진 채로.
알밴 것을 잡은게 너무 미안하여 다시는 그 시기에 그런 방식의 낚시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미 올라온 고기는 에어를 잔뜩 먹어서 방생도 안되기에 선장에게 주고 말았다.
낚시를 한다.
찌는 1미터. 절반 푸른색은 수면 아래를 향하고 절반 붉은 색만 물위를 간다. 조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물때에 따라서 찌가 빨리 가서 부지런히 걷는 속도로 가기도 하고 느릿 느릿 게을리 가기도 한다. 사리에 가까워질수록 물은 빨리간다. 그리고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정조(停潮) 때가 되면 대물이 물기 좋은 때이니 긴장해야한다.
내 방식의 낚시는 배 한척에 둘 밖에 할 수가 없다.
배 고물(뒷편)에 놓인 자동차 의자에 앉아서 찌를 흘리는 것이니 좌우로 한명씩 밖에는 낚시를 할 수가 없다.
선장과 나, 딱 둘 뿐이다.
비양도를 좌측에 두고 하던 낚시가 한시간 쯤 후에는 비양도를 바라보고 하고 오후가 되면 망망 대해에서 낚는다.
자리도 서너번 옮겨가면서 낚시를 한다. 그때 그때의 물때를 따라서.
선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물결에 찌를 흘린다.
릴에서는 툭 툭 하면서 줄이 풀려나가고.
줄은 많게는 2백 미터까지 흘리나 보통은 백여 미터쯤 흘려서 소득이 없으면 되감는다.
50센티나 나와있는 찌가 손가락 만하게 보일 때면, 아니면 운이 좋으면 찌가 얼마가지 않아서 눈깜짝하는 순간에 찌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왔다!! 외침과 동시에 릴풀을 제자리로 하고 대끝을 배꼽에 대고 낚싯대를 고추세운다. 제빨리 릴을 감는다. 이 희열은 논 두마지기 하고도 바꾸지 않는다 했다.
나는 이 기분을 섹스에 비유한다.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그 기분 ㅋ
따라서 낚싯대를 세우고 릴을 감는 그 동작은 누구도 도와주시 않는 게 불문율이다. 다만 부시리나 다랑어처럼
힘이 장사인 놈이나 대물 참돔을 낚았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서 뜰채를 사용해주는건 괜찮다.
이번에는 첫날 사십여수를 하고 다음 날 부터는 그 여인과 드라이브만 즐겼다.
서울넘들이 낚시를 했으면 하고 보채기에 내가 양보를 했다. 다음 날 얘기를 들으니 그넘들은 둘이서 세 마리 낚았단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
시간과 비용-비용은 현지에서도 들고 고기를 가져와서도 일식집에 맡겨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그런 낚시를 왜 하냐고?
그것은 맹자가 얘기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모르기 때문이
다.
힘들게 산에는 왜 가는가? 내려올 것을!
산 위에서 아랫동네를 보라.
그 속에서 얼켜사는 사람들을 생각해봐라.
산에 오르면 그런 잡다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망망대해에서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낚시를 하면 뭔가
모르는 가슴이 차오르는 기분, 그 기분을 호연지기라 하고, 아까움도 없이 황소 50마리쯤은 바늘에 꿰어서 낚시를 드리우고 싶은 그런 배포를 배우러 나는 낚시를 한다.
삼뭘 마지막날 두 번째 글을 쓰다
豊江
첫댓글 풍강 덕분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보통사람은 꿈도 꿀수 없는 1인전세 바다낚시를 할수 있는 자네가 부럽다~~
뭐 현지 여인과 반갑게 해후 했다고? 하루 낚시 하고 그 다음날 부터는 그 여인과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이건 완전히 공갈에 가까운데..... 늙으막에 쫒겨나지 않으려면 조심하시게~~
부럽다 ~
기태! 고맙네~ 자네같이 짧게라도 댓글을 달아주면 풍강이 기분이 좋아 열심히 글을 올릴건데 도무지 반응이 없으니
풍강도 힘이 빠질거야.... 앞으로 열심히 댓글 달아주게~~
다녀가시는분들 부디 흔적 좀 남겨주이소~~~ 풍강 선생이 신이 날 정도로~~~
예 카패가 혁수와 풍강 순복이 아니면 어떻게 되겠니껴 모든 친구들 늘 건강 하시고 행복 거시기 하새요 ~ ~
다음 기회에는 바다낚시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서 쓸테니 잘 읽고 가까운 바다에 디니도록 하시게
고맙네~~ 힘내고 열심히 써주셔~~
바다 낚시갈 기회가 나에게 없겠지만 풍강 어떤 이야기 하려는지 궁금 하군
풍강도 혁수도 늘 건강 하며 행복 하시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