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興 - 1./최유청(崔惟淸)
春草忽已綠(춘초홀이록)
봄풀이 어느덧 저리 푸르러
滿園蝴蝶飛(만원호접비)
동산 가득하니 날으는 나비
東風欺人垂(동풍기인수)
봄바람 잠든 나를 속여 깨우려
吹起床上衣(취기상상의)
침상 위 옷깃을 불어 흔드네.
覺來寂無事(각래적무사)
깨어보면 고요히 아무 일 없고
林外射落暉(림외사락휘)
숲 밖에는 저녁 해살만 비껴
依檻欲歎息(의함욕탄식)
난간에 기대어 탄식하려다
靜然已忘機(정연이망기)
고요히 어느새 기심 잊었네
雜興 - 3./최유청(崔惟淸)
蒼蒼山中桂 (창창산중계)
푸르고 푸른 산속 계피 나무
托根臨嶮巇 (탁근임혐희)
험한 바위 산에 뿌리 내렸네
霰雪紛可畏 (산설분가외)
싸락 눈 흩날리는 차가움 두럽지만
孤貞亮難移 (고정량난이)
외로운 절개 결코 꺽일순 없다.
*桂=게수나무계. 托=맏길탁.
嶮=산가파를험. 巇=산위험할희.
霰=싸락눈산. 畏=두러울외. 亮=밝을량.
夜月冷相照 (야월냉상조)
밤이면 달빛 차갑게 비추고
春風綠漸滋 (춘풍록점자)
따뜻한 봄 바람에 푸른 빛 점점 짙어지는데
攀枝久佇立 (반지구저립)
나뭇가지 부여잡고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서
空詠北山辭 (공영북산사)
부질없이 북산사만 읊조리고 있네.
*漸=점점점. 滋=불을자.
攀=당길반. 佇=우두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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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興 - 4./최유청(崔惟淸)
幽人夜不寐 (유인야불매)
은자(隱者)가 밤에 잠 못이루고
待曉開窓扉 (대효개창비)
새벽을 기다려 창문을 연다
曙色天外至 (서색천외지)
하늘 저편 먼동 터 오고
空庭尙熹微 (공정상희미)
빈 뜰은 아직도 희미하네.
*寐=잠잘매. 扉=문짝비.
曙=새벽서. 熹성할희. 微작을미.
南枝動春意 (남지동춘의)
나무들 남쪽가지 봄 기운 돌고
歸雁正北飛 (귀안정북비)
기러기는 막 북쪽으로 날라가네
萬物各遂性 (만물각수성)
만물은 저마다 본성을 이루니
仰賀璇與機 (앙하선여기)
우럴어 천도의 운행에 감사드리세.
*雁=기러기안. 遂=드디어수.
仰=우러를앙. 璇=아름다운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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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興 - 5./최유청(崔惟淸)
默默又默默 (묵묵우묵묵)
말 없이 또 말 없이
百年會有極 (백년회유극)
인생 백년 반드시 마즈막이 있는법
頭上蓬已疎 (두상봉이소)
머리위엔 이미 흐트러진 흰 머리 몇 가닥
眼邊花正黑 (안변화정흑)
이제 눈 마져 어둑하네.
*(默=잠잠할묵. 蓬=쑥봉. 疎=트일소.)
春至苦無悰 (춘지고무종)
봄이 와도 괴롭고 즐겁지 않으니
夢歸竟何益 (몽귀경하익)
꿈 속으로 돌아가 본들 무슨 소용
擧頭看白日 (거두간백일)
고개 들어 해를 보니
長安在西北 (장안재서북)
그리운 서울은 서북쪽이네.
*(悰=즐길종. 竟=마침내경. 擧=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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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興 - 6./최유청(崔惟淸)
志士惜事業 (지사석사업)
뜻을가진 선비 나라일에 애태우나
宵人戀珠金 (소인연주금)
소인배들 보물과 돈만바라네
經營兩不暇 (경영양불가)
일 함에는 다 바쁘나
羲和走駸駸 (희화주침침)
세월은 빨라.
*(惜=아낄석. 宵=밤소. 暇=겨룰가.
羲=숨희. 駸==말달릴침.)
荒壟蔽百草 (황농폐백초)
황폐한 무덤 온갖 잡초 무성하지만
賢愚同一沈 (현우동일침)
잘나고 못난 사람 같은 무덤 속
何如且日飮 (하여차일음)
어찌하여 날마다 마시고
實腹而虛心 (실복이허심)
실속있게 배 채우고 생각없이 살수있을까.
*(壟=언덕농. 蔽=가릴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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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興 - 7./최유청(崔惟淸)
嬌雲弄晴暉 (교운농청휘)
교태스런 구름 맑은 햇빛 희롱하고
庭草綠如染 (정초록여염)
뜰에 가득 푸른풀은 염색한듯 파릇 파릇
鳥酣囀嚶嚶 (조감전앵앵)
새들은 즐거워 찍찍 지져기고
蝶喜飛苒苒 (접희비염염)
나비는 기뻐서 하늘 하늘 날아 다니네.
*嬌=아릿다울교. 弄=희롱할농. 暉=빛휘.
감=술즐길감. 전=(口+轉)=새지저길전.
앵=(口+瓔(-)王)=서로울앵.새지저길앵.
苒=풀우거질염 덧없을염,
芳序忽如此 (방서홀여차)
꽃다운 자연의 질서는 이같은데
愁眉不須歛 (수미불수렴)
근심스런 내 눈섭 펼 날이 없구나
擬待桃李開 (의대도리개)
기다려 보자구나, 복숭아꽃 오얏꽃 피어
瓮頭方瀲瀲 (옹두방렴렴)
동이 머리에 술이 철철 넘치는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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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흥 - 8./최유청(崔惟淸)
六載遊陽州 (육재유양주)
육년동안 양주 고을 노닐며
五賞陽州春 (오상양주춘)
양주고을 봄 여섯번을 즐기네
陽州春似舊 (양주춘사구)
양주의 봄은 옛 과 같은데
老面但日皴 (노면단일준)
늙은 내 얼굴 나날이 주름만 늘어나네.
*但=다만단.
준=(晙(-)日+皮)=살터져주름질준.
壯志雖已鑠 (장지수이삭)
청년의 뜻 이미 삭아버렸지만
風情與時新 (풍정여시신)
풍류는 철 따라 더욱 새로워
最憐街頭柳 (최연가두류)
길가 버드나무 너무 애련해
嫋嫋欲惱人 (뇨뇨욕뇌인)
한들 한들 흩 날리니 나를 죽이네.
*(삭=(金+樂)=쇠녹일삭.
뇨=(女+弱)=휘느러질뇨.연약할약.
惱=괴로워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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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興 - 9./최유청(崔惟淸)
我未始知禪 (아미시지선)
내 처음에는 선(禪)을 모르고
因閑聊試貫 (인한료시관)
한가하여 애오라지 시험삼아 따라했네
道本無可修 (도본무가수)
진리란 본시 수행할수 없는것
心須早脫絆 (심수조탈반)
마음은 모름지기 얽힘을 풀어야 하는 것이네.
*(聊=귀울료. 貫=꿜관. 絆=줄반.)
一源苟淵澄 (일원구연징)
근원이 진실로 연못처럼 맑다면
萬像俱氷泮 (만상구빙반)
만상이 모두 얼음처럼 녹아 버리리
兀兀復騰騰 (올올복등등)
마음 모아 당당히
且作老憨漢 (차작노감한)
우직한 늙은이로 살리라.
*(苟=진실로구. 澄=맑을징. 俱=함께구.
泮=얼음풀릴반. 兀=우뚝할올.)
(騰=오를등. 감=(敢+心)=미련할감.어리석을감.
雜興 九首 [崔惟淸]
春草忽已綠。滿園胡蝶飛。
東風欺人睡。吹起床上衣。
覺來寂無事。林外射落暉。
倚檻欲嘆息。靜然已忘機。
人生百歲間。忽忽如風燭。
且問富貴心。誰肯死前足。
仙夫不可期。世道多飜覆。
聊傾北海尊。浩歌仰看屋。
蒼蒼山中桂。托根臨嶮巇。
霰雪紛可畏。孤貞亮難移。
夜月冷相照。春風綠漸滋。
攀枝久佇立。空詠小山辭。
幽人夜不寐。待曉開窓扉。
曙色天外至。空庭尙熹微。
南枝動春意。歸鴈正北飛。
萬物各遂性。仰賀璇與機。
默默又默默。百年會有極。
頭上蓬已踈。眼邊花正黑。
春至苦無悰。夢歸竟何益。
擧頭看白日。長安在西北。
志士惜事業。宵人戀珠金。
經營兩不暇。羲和走駸駸。
荒壠癈百草。賢愚同一沉。
何如且日飮。實腹而虛心。
嬌雲弄晴暉。庭草綠如染。
鳥酣囀嚶嚶。蝶喜飛苒苒。
芳序忽如此。愁眉不須斂。
擬待桃李開。瓮頭方㶑㶑。
六載遊楊州。五賞楊州春。
楊州春似舊。老面但日皴。
壯志雖已鑠。風情與時新。
最憐街頭柳。嫋嫋欲惱人。
我未始知禪。因閑聊試貫。
道本無可修。心須早脫絆。
一源苟淵澄。萬象俱冰泮。
兀兀復騰騰。且作大憝漢
잡흥(雜興)
최유청(崔惟淸)
봄풀이 어느 새 푸르르니 / 春草忽已綠
온 동산에 나비가 날아다니네 / 滿園胡蝶飛
잠든 틈에 동쪽 바람 가만히 와서 / 東風欺人睡
평상 위의 옷자락 펄럭이네 / 吹起床上衣
잠이 깨매 고요해 일이 없는데 / 覺來寂無事
숲 저쪽에 저녁 볕 쏘아 비치네 / 林外射落暉
난간에 기대어 탄식하려다 / 倚檻欲嘆息
고요히 어느 새 생각 잊었네 / 靜然已忘機
사람 살기 백 년 동안 / 人生百歲間
홀연히 바람 앞의 촛불 같아라 / 忽忽始風燭
잠깐 묻노니 부귀하려는 마음 / 且問富貴心
그 누가 죽기 전에 만족한가 / 誰肯死前足
신선 되기는 기약할 수 없거니 / 仙夫不可期
이 세상 길은 번복도 많아라 / 世道多飜覆
애오라지 북해의 술통 기울여 / 聊傾北海尊
큰 소리 노래하며 천정이나 쳐다보세 / 浩歌仰看屋
푸르고 푸른 산중의 계수나무 / 蒼蒼山中桂
험한 바위 틈바퀴에 뿌리 박았네 / 托根臨嶮巇
휘몰아치는 눈보라 두려우나 / 霰雪紛可畏
외롭고 곧은 절개 꺾기 어렵네 / 孤貞亮難移
밤 달은 차갑게 비춰 주고 / 夜月冷相照
봄 바람에 푸른 빛 날로 자라네 / 春風綠漸滋
가지를 더위잡고 한동안 서 있다가 / 攀枝久佇立
속절없이 소산사 읊조리노라 / 空詠小山辭
은거하는 사람 한밤내 잠 못 들어 / 幽人夜不寐
새벽 기다려 창문 열치니 / 待曉開窓扉
하늘 밖에서는 먼동 트는데 / 曙色天外至
빈 뜰은 아직도 희미하구나 / 空庭尙熹微
남쪽 가지에는 봄 뜻이 움직이는데 / 南枝動春意
돌아가는 기러기 북으로 나네 / 歸鴈正北飛
만물은 각각 제 성품 이루거니 / 萬物各遂性
천도의 유행을 우러러 감사하노라 / 仰賀璇與機
묵묵하리 또 묵묵하리 / 默默又默默
한 백 년도 마침내 끝이 있어라 / 百年會有極
머리 위의 다북쑥 머리털 이미 성긴데 / 頭上蓬已疏
눈에는 꽃(눈동자)이 어두워라 / 眼邊花正黑
봄은 와도 흥이 없어 / 春至苦無悰
꿈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 무슨 소용이랴 / 夢歸竟何益
머리를 들어 흰 해를 바라노니 / 擧頭看白日
장안 땅은 저 멀리 서북에 있네 / 長安在西北
지사는 사업을 아끼는데 / 志士惜事業
소인은 재물을 탐내어 생각하네 / 宵人戀珠金
두 가지 다 경영할 겨를 없거늘 / 經營兩不暇
일월은 빨라 달릴 뿐 쉴 줄 모르네 / 羲和走駸駸
잡초 우거진 속 쓸쓸한 무덤에 / 荒壠癈百草
어진 이 어리석은 이 다 같이 묻혀 있으리 / 賢愚同一沈
차라리 날마다 술이나 마셔 / 何如且日飮
배 채우고 마음을 비움만 못하리 / 實腹而虛心
아리따운 구름은 갠 날빛을 희롱하고 / 嬌雲弄晴暉
뜰의 풀은 물들인 듯 푸르러라 / 庭草綠如染
새는 흥겨워 우거지는데 / 鳥酣囀嚶嚶
나비는 기뻐 팔팔 날도다 / 蝶喜飛苒苒
꽃다운 철이 어느 새 이러하니 / 芳序忽如此
근심에 찬 눈썹 찡그려 무엇하리 / 愁眉不須斂
복숭아꽃 오얏꽃 필 때를 기다리자 / 擬待桃李開
술 항아리의 술이 한창 익어 넘치리라 / 瓮頭方瀲瀲
여섯 해를 양주 땅에 노닐었거니 / 六載遊楊州
다섯 번 양주 봄을 즐겼었노라 / 五賞楊州春
양주 봄은 옛날과 다름 없거늘 / 楊州春似舊
늙은 이 얼굴엔 주름살이 날로 지네 / 老面但日皴
장한 뜻은 이미 사라졌지만 / 壯志雖已鑠
풍정은 철과 함께 새로워지네 / 風情與時新
가장 얄미워라 길 가의 버들이여 / 最憐街頭柳
하늘하늘 사람을 못 살게 하려 하네 / 嫋嫋欲惱人
선이 무언가 내 일찍 몰랐거니 / 我未始知禪
한가로움으로 애오라지 시험했네 / 因閑聊試貫
도란 본래부터 닦을 것 없고 / 道本無可修
마음이 일찍 얽매임 벗어나야 하느니 / 心須早脫絆
한 근원(마음) 진실로 깊고 맑으면 / 一源苟淵澄
만상이 얼음처럼 풀어지리 / 萬象俱氷泮
꼼짝 않고 우뚝 앉아 있노니 / 兀兀復騰騰
우선 큰 어리석은 자 되련다 / 且作大憝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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