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느 작은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짐에서 나온 할머니의 글이며, 한 간호사로 인해 이 글을 정신 건강협회 뉴스지에 실리게 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글이랍니다.
간호사님들! 댁들이 저를 볼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현명하지 않고 변덕스러운 성질과 초점없는 눈을 가진 투정이나 부리는 老人으로 보이겠지요.
음식을 질질 흘리고 대답을 빨리 빨리 못해 큰소리로 말할 때면 전 정말 당신들이 좀 더 노력해 주기를 원했습니다.
당신들이 귀찮다고 주먹질을 할 때는 맞아가면서도 전 정말 안 움직이는 몸 속에서 용기를 내어 헛 손질로나마 싸우고 싶었던 것이랍니다.
댁들이 하는 일도 못 알아차리는 것 같이 보이고, 양말이나 신발 한 짝을 항상 잃어버리는 老人으로 밖에는 안 보였나요?
저항하던 말던, 목욕을 시킬 때도 설거지통 그릇만도 못하고 댓돌만도 못한 내 몸뚱이에 눈물도 쏟아냈지만 흐르는 물에 감추어져 당신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닌, 그냥 먹여주는 댁들의 눈에는 가축보다 못한 老人으로 비추어졌던가요?
댁들은 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나요? 댁들은 저를 그런식으로 보시나요?
제 팔에 든 수많은 멍자국들이 당신들 눈에는 도화지 위에 아무렇게나 그려놓은 망가진 보라색 도라지 꽃으로 보이던가요?
간호사님들! 그렇다면 이제 눈을 뜨고 그런 식으로 절 보지 말아 주세요.
이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나의 의지는 상실되어 댁들이 지시한대로 행동하고, 나의 의지가 아닌 댁들의 의지대로 먹고, 온몸에 멍이 들어도 아픔을 삭여야 했던 제가 누구인지 말하겠습니다.
제가 열 살 어린 아이였을 땐 사랑하는 아버지도 있었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고, 형제들도 자매들도 있었답니다.
열 여섯이 되었을 땐 발에 날개를 달고 사랑할 사람을 만나러 다녔답니다.
스무 살 땐 평생의 사랑을 약속한 결혼서약을 기억하며 가슴이 고동쳤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땐 안아주고 감싸주는 행복한 가정을 필요로 하는 당신들 어린 시절과 같이 귀엽던 어린 자녀들이 생겨났답니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땐 어리기만 했던 자녀들이 급속히 성장해서 서로 오래도록 지속될 관계가 맺어졌답니다.
마흔 살이 되었을 땐 어리기만 했던 아들 딸들이 성장해서 집을 떠나게 되었지만, 남편은 제 곁에 있어서 슬프지 않았답니다.
오십 살이 되었을 땐 제 자식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손주를 제 무릎에 안겨주며 그때 비로소 인생의 맛을 느끼는 저 자신을 알게 되었답니다..
마침내 어두운 날들이 찾아와 내 옆에 있던 이가 먼저 하늘로 떠나게 되면서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보니 두려운 마음에 몸이 오싹해졌답니다.
자녀들이 모두 자기의 자식들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난 내가 알고 있던 지난 날들과 사랑을 한번 생각해 봤답니다.
이제 늙은이가 되었는데 참으로 우습게도 늙은이를 바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들을 보면서 세월은 참으로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몸은 망가지고 우아함과 활기는 떠나버렸고 이제는 무딘 돌이 되어 버렸답니다.
시체와도 같은 이 늙은이 속에는 아직도 어린애 같은 마음이 살아있어 가끔씩 다 망가진 이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가 있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젊은 시절처럼 사랑도 하고 싶다는 꿈도 꾸어본답니다.
즐거웠던 일과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기억해보면서 난 지금 다시 한 번 삶을 사랑하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너무 짧고 빨리 지나간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이제 사람들이여! 눈을 떠 보십시오! 눈을 떠 보십시오!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이로 보지 말고 좀 더 자세히 나를 봐주세요!
당신의 아버지는 아니나, 아버지일 수도 있고 당신의 어머니는 아니나, 어머니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가축에게 모이를 주듯 하지마세요. 그냥 먹고 싶습니다.
멍들게 하지 마세요. 가슴속에 멍을 안고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사는 동안 나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