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아사세 태자
1 제바달다의 교단은 오백 명의 비구를 빼앗기고, 다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큰 타격을 받았다. 이제 힘입을 곳이란 아세세 태자 한 사람 뿐이었다. 그는 어느 날, 태자를 찾아가 말했다.
"태자여, 대왕은 언제고 왕의 자리에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대왕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태자는 임금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읍니다. 대왕이 돌아간 뒤에 비록 임금의 자리에ㅣ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 영화는 매은 짧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빨리 부왕을 대신 해서 임금의 자리를 이어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도 또 저 구담을 없애 버리고 법의 임금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새 임금과 새 부처가 서로 손을 잡고, 이 마가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부모 은혜의 무거움은 해와 달보다도 더한 것이다. 오랫동안 나를 기른 은혜를 갚기 어려은 것이다. 스승은 어째서, 이러한 반역을 권하는 것인가?"
그러나 제바달다는 교묘한 말로 태자를 추기어, 그 권함을 즐거이 듣게 했다.
처음에 빈바사라 왕의 부인 위제희는, 왕이 중년을 넘은 뒤에 비로소 아기를 배었다. 그러나 왕의 어깨 피를 먹고 싶어하는, 아기 낳기 전의 괴상한 욕심에 걸려, 날로 여위어 쇠해 갔다. 왕은 그 사정을 듣고 자기 어깨의 피를 짜서 부인에게 먹였다. 상보는 사람은 '장차 날 아기는 부왕의 적이 될 것이다'고 했기 때문에, 부인은 몇 번이나 낙태를 시키려 했으나, 임금이 말려, 아기는 자라났다. 나기 전에 아비의 원수가 되리라고 해서, 아사세, 곧 '나기 전의 원수' 라고 이름했다. 제바달다는 이 사실을 태자에게 알려,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했다.
어느 날, 태자는 가만히 칼을 차고 임금의 문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속에 품은 악한 마음은 태자의 몸을 흔들어 태자는 갑자기 땅바닥에 쓰러졌다. 문지기는, 심상치 않은 태자의 어지러운 태도를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제바달다의 꾐을 받아 부왕을 죽이려 한다."
고 대답했다.
모든 대신들은 놀라 이 사정을 임금에게 알리고 그 명령을 기다렸다. 임금은 단 하나인 태자를 차마 죽일 수 없어, 아들의 뜻을 따라, 태자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다. 그러나 태자는 다시 제바달다의 꾀에 빠져 임금을 궁전 안에 가두어 두고, 밥을 주지 않았다.
2 위제희 부인은 몸을 깨끗이 목욕하고, 밀가루를 벌꿀로 버무려 몸에 바르고, 임금이 있는 궁전 안 감옥으로 찾아갔다. 임금은 살이 쪽 빠져, 슬퍼할 줄도 모를 만큼 쇠약해 있었다. 부인은 울면서 말했다.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영화도 항상되지 않아 죄의 갚음이 닥쳐왔나이다."
"음식이 끊어진 뒤로 주림은 계속되어, 수백 마리의 벌레가 뱃속을 휘젓는 것 같소. 피도 살도 다 말라, 곧 죽을 것 같소."
임금은 숨이 넘어갈 듯, 목메어 울었다. 부인은 몸에 바른 밀가루 떡을 벗겨 주었다. 임금은 그것을 다 먹자, 눈물을 흘리면서 멀리 부처님 계시는 곳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여쭈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세상의 영화는 오래 가기 어려워, 모두가 꿈이요 허망합니다."
다시 부인을 향해 말했다.
"내가 임금으로 있을 때에는, 나라는 넓고 의식은 뜻을 따라 모자라는 것 하나도 없었소. 그러나 이제는 감옥에 갇힌 몸, 굶주림에 죽을 것 같소. 내 아들은 간사한 스승에 속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있소. 나는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당장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구려. 그리고 사리불, 목건련, 가섭 같은 그 제자들과 법의 깊은 뜻을 서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원통한 일이오.
진실로 부처님 말씀과 같이 사람의 은애란, 마치 새떼들이 하룻밤을 한 숲에 자다가, 새벽이 되면 제각기 흩어져 가서, 미리 정해진 불행과 행복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오. 존자 목건련은 마음의 때가 없어지고, 자유로운 신통을 얻었으면서도, 어떤 바라문의 시기를 받아, 맞은 일까지 있소. 하물며 마음의 때가 가시지 않은 내게 있어서야, 이것은 예삿일일 것이오. 불행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그림자가 형체를 찾고, 메아리가 소리에 대답하는 것 같은 것이오.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고, 그 가르침을 듣기도 어렵고, 또 그 가르침을 따라 덕을 베풀어 백성을 다스리기도 어려운 것이오. 나는 지금 목숨을 마쳐 먼 곳으로 갈 것이오. 적어도 마음 있는 사람이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을 자 없을 것이오. 그대도 삼가 그 가르침을 지키어, 미래의 불행을 막도록 하시오."
부인은 임금의 이 훈계를 듣고, 걷잡을 수 없이 울면서 쓰러졌다.
3 임금은 다시 손을 모아, 멀리 기사굴산을 향해, 부처님께 예배하고 사뢰었다.
"부처님이시여, 목건련 존자는 저의 친한 친구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목건련을 제게 보내시어 신자로서의 할 일을 가르쳐 주소서."
그때, 목건련은 나는 소리개처럼 임금에게 나아가, 신자로서 할 일을 가르치고, 또 부처님은 부루나를 보내어, 임금을 위해 법을 설하게 하셨다. 이렇게 스무하루 동안을, 임금은 밀가루 떡을 먹으면서 법을 들었기 때문에, 얼굴빛도 차츰 화기가 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