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사자암 가는 계단을 오르기 전 ‘바른 불교 바른 신앙’란 바위글씨가 먼저 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국 대부분 사찰에서 찬란히 빛나는 연등이 이곳엔 하나도 걸려있지 않다. 이곳에선 부처님 오신날에만 연등을 단다.
향봉 스님이 이번에 낸 책 이름이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불광출판사)이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사격으로 보나, 절 살림살이로 보나 화려한 것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데, ‘화려한 점심’이라니. 때마침 암자를 찾은 서너 불자들이 마련한 밥상이 차려졌다. 수십 년 전 보리고개 때 선보이곤 했던 개떡과 김치와 맑은 죽 한 그릇이 놓여있다. 저 산 아래로 펼쳐진, 찬란했던 백제의 왕궁터와 한반도 모양의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그 맛을 어느 고급 레스토랑이 따를 수 있을 것인가.
보통의 절들은 불자들이 스님을 뵈면 엎드려 3배를 하고, 식사 때도 스님 탁자와 재가자 탁자가 마치 반상 구분처럼 엄연히 나뉘는데, 절도 받지 않고 한 상에 둘러앉아 같은 밥상을 마주한다. 더구나 신자들이 스님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니 회갑연이나 고희연을 받아본 적도 없고, 일반 사찰에서 사찰 경제의 밑바탕이 되어주는 천도재도 지내지 않는다. 대학입시 합격기도 한 번 한 적 없고, 신자들에게 시주를 권하는 권선문 한 번 낸 적도 없다.
이번에 불교출판사에서 낸 책 인세도 받지 않기로 했다 하니 이 정도면 사자암이야말로 세간의 자본주의가 넘어오지 못한 금단의 소도인 것만 같다. 불자들이 바치는 시줏물 가운데는 불심과 구도심이 담긴 무주상보시물도 없지 않지만, 시주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절에 와서 스님에게서 대접 받으려는 불자도 적지 않다. 그 시주금에 목이 매여 모든 대중들을 평등하게 맞이하기 어려운 것을 이미 30대 때 체득한 그다.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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