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꾹꾹꾹꾹 / 심상숙
심상숙 추천
꾹꾹꾹꾹
심상숙
기도보다 기가 센 새들의 새벽
솔가지 솔가지, 꽃대 꽃대,
새들이 나를 놀린다
여기 ㄱ 여기 ㄱ
저기 ㄱ 저기 ㄱ
여기 ㄱ 저기 ㄱ
여기저기ㄱㄱㄱ 여기저기ㄱㄱㄱ
여기 구 여기 구
저기 구 저기 구
여기 구 저기 구
여기저기 구구구 여기저기 구구구
여기 구우 여기 구우
저기 구우 저기 구우
여기 구우 저기 구우
여기저기 구우구우구우 여기저기 구우구우구우
여기꾹 저기꾹
저기꾹 여기꾹
여기저기 꾹꾹꾹 저기여기 꾹꾹꾹
꾹꾹꾹꾹 꾹꾹꾹꾹 꾹꾹꾹꾹 꾹꾹꾹꾹
새소리로 비워내는 움,
조다가 쪼다가 헤치다가 파헤치다가
어둠을 꿰는 저 미명,
대중(大衆)이다
이 민중(民衆)이 내 안으로 암전인 까닭은
나는 속이 빈 강정이기 때문,
일흔 넘어 모친상 부고에 부좃돈을 넣지 않는 친구를 끊을까
명치 끝 부아를 때려눕히는 소가지가 ㄱ,
그간 아들딸 혼례에, 시모님 친정 모친상에
때마다 봉투와 돌렸던 밥상들
롯데호텔 아리아 뷔페도 초대했지 싶어 꾸,
둘이 만났어도 조문 인사 한마디 없어 꾸국,
서울 한복판 그가, 변두리 내게 무심해서 꾹,
오마넌만 받았어도 보리굴비 밥상 몇 번 쐈을 건데
하 많은 산길이며 바닷길
오롯이 나눈 섬마을 햇살이며
동갑내기 허리 굽은 친구
입꼬리 올려 귀 기울이던 날들, 꾹꾹
그도 나도 세상살이 다 겪었다 싶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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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생일 밥을 미리 사주던 일도
뭐 밥 한 그릇가지고
웃었는데,
밝아오는 미명을 괘씸죄로 몰아세우는 소가지가 꾹꾹
도넛 연기 한번 못 저지르고
침만 뱉는, 꾹꾹
기도보다 기가 센 새들의 새벽
소가지 소가지, 꼰대 꼰대,
새들이 나를 마구 놀려댄다
오는 한식에는 친구 이름으로 백합
한 다발을 놓아드려야지
맑디맑은 친구가 목젖 다 드러내고 환히 웃게시리
꾹꾹 꾸구국,
[작가소개]
심상숙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졸업(2018), 『시와소금』 으로 등단, 《광남일보》 신춘문예, 여성조선문학상, 목포문학상, 김장생문학상, 김포문학상, 올해의 좋은시 500 「돌배나무가 건넨 목간 」( 2022), 『문예 바다』 공모 시,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내성천 문예대전>입선(2021), 《문학광장》동화 「용꿈을 꾸는 아이들」로 등단(2024), 「아기 보는 봉순이 」 「달을 따는 아이들」 동화발표, 《미래신문》 시향 게재 中 (23년 9월부터~ ), 시집 『흰 이마가 단단하구나』 『겨울밤 미스터리<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선정, 교보문고 전자도서 발간>(24년 9월),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원, 시 쓰는 사람들 동인, 시포 넷 동인
[시향]
미명의 새소리로 흐트러진 마음은 설거지가 필요하다. 시인은 새소리로 들쑤셔진 속을 씻어내고 있다. 하늘의 천사도 부러워한다는 사람살이, 천사들의 성낸 말투를 들어본 일 없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사람살이는 혹여 썩힌 몸과 마음을 말갛게 헹구는 일에 힘써야 한다. 시 한 편을 헹궈놓고 창밖을 내다보니 새빨간 해가 떠오르고 있다. 개운하다. 새 아침 오늘의 태양은 새로 태어난다. 시인은 다시 단정해진다. 무거운 짐 들어주고, 오랫동안 어디라도 함께 걸어준 친구, 내가 더 아꼈어야 했다. 믿고 사랑하는 해맑은 친구에게 마음 깊이 따뜻한 손을 내민다.
글 : 심상숙(시인)
(김포미래신문 241106)
첫댓글 남들이 미처 느끼지 못한곳도 찾아 시심을
만들어 그렇기도해. 초대하는 깨달음 삶이란
이디서든지 다정해 가을
하늘 한번 처다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