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르에서 딱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아름다운 마을 프리모스텐이 있습니다.
자그마한 해안 도시, 전체 인구가 1,7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입니다.
얼마 전 유럽인이 꼽은 유럽의 낙원으로는 크로아티아가 첫손에 꼽혔고,
프리모스텐은 크로아티아 현지인들이 아름다운 마을로 첫손에 꼽는 곳입니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본토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세의 침략을 수없이 받아온 보스니아계의 달마티아 지방 사람들이
터키의 침략을 피해 이 섬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겼는데 이들이 생존을 위해
바다를 메워 본토와 연결한 것입니다.
프리모스텐이란 이름도 ‘다리를 놓아 가까워지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수려한 경관 덕분에 일찍이 관광산업이 발달해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겨울로 기울어지는 해는 꼬리가 많이 짧아졌지만 발걸음은 자꾸 늘어졌습니다.
늦은 오후,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미심쩍어 두리번거리는데
몇 걸음 앞서 할머니 한분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얼른 다가가 여쭈었더니,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짓 몸짓으로 맞다고 하십니다.
내친김에 SOBE (민박)을 찾는다고 하니, 자전거 타고 놀던 당신 손자를 부르시네요.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꼬마가 앞장서며 'SOBE'라고 간판이 붙은 집을 알려주는데,
관광객이 뚝 끊긴 철지난 바닷가 작은 마을 민박은 다 문을 닫았고,
마을을 한바퀴 다 돌때쯤 겨우 한 곳에 묵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그 집에 들어서는 걸 보고서야 꼬마는 손을 흔들며 오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서 낯선 곳에 대한 긴장감이 그만
스스르 무너져버습니다.
꼬마야, 너무 고마웠어...
구시가지 입구입니다.
다음 날 아침, 빗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마침내 비를 만났습니다.
어쩐다?
일단 아침을 먹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비가 멈추었고, 마음은 무지 급해집니다.
어제 저녁 마트에서 사 둔 빵과 사과 한알 카메라 가방에 쑤셔 넣고는 마을을 향해 걸었습니다.
프리모스텐은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자그마한 두 개의 반도가 육지와 가늘게
연결된 특이한 모양새입니다. 구부러진 토끼 귀 모양 같은 북쪽의 반도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한쪽에는 제법 큰 호텔이 들어 서 있다.
달걀 모양의 남쪽 반도는 꼭대기에 교회를 둔 옛 마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육지로 파고든 두 반도 사이에는 모래와 잘고 깨끗한 자갈이 깔린 아담한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물이 미치도록 맑아 그냥 마셔도 될 것 같습니다.
마을 꼭대기의 교회를 향해 경사진 골목길을 올랐습니다.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는 성 조지성당 St George 이 우뚝 서 있습니다.
성당은 15세기 후반에 세워져 1760년에 확장된 것인데 바로크식 제단이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묘지들이 교회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주일이면 미사를 드리고
사랑하던 가족을 만나고...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연장선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죽은 이는 산 이의 기억 속에 살아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수시로 만나고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니
돌아가신 분도 저승에서도 참 행복하겠다... 싶었습니다.
프리모스텐
번잡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큰 상점도 대형 건물도 없는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
화려하고 복잡한 세상에 비하면
구식이고 단순하게 보이겠지만
이 마을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는 듯합니다.
왜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하고많은 아드리아해의 풍광 좋은 곳을 제쳐두고
이곳을 아름다운 마을로 첫손에 꼽는지 알 것 같습니다.
세월을 느끼게 하는 지붕
성당 주변으로는 다른 달마티아 구도시처럼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집니다.
마을 경찰서... 참 소박하지요?
딱 여기까지 돌고나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1시간 이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에서
한달을 지내도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너무 편한데,
하루 더 묵을까?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가 그렇듯
풍경에도 그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프리모스텐에 가시거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곳의 오래된 시간에 스며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을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샆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이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참말 미치도록 평화로운 마을같으네요..
바닷가도..
조그만 교회도
소박한 집들도...
그런데 고시랑님은 어떻게 이렇게 숨은 곳을 찾아다니실까나요????
캐더린 님... 새해 새날 아침입니다.
이 마음으로 일년 365일을 소중히 살아내고 싶습니다.
지금쯤...말레이시아에서...가족이 오손도손 행복한 시간 나누고 계시겠지요?
누구는 좋컷다~~쌀라썰라가 되어서 여기저기두 가고!
누구는 통하지를 않아서 꽁짜루 오라해도 겁이 많아서리.
저는 늘 조용한 곳에 살다보니 가끔은 네온싸인이 많은 동네에 가는것도 좋아하지요.
구경잘했어유.
또 구경시켜줘유.
소금 님, 해피 뉴 이어~~
저 쌀라 쌀라... 그 정도 아닙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조금 불편하겠지만) 여행하는데 크게 지장 없더이다.
새해에는 그대도 용기를 한번 내여보시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제주의 새 아침... 그립습니다.
고시랑님 덕분에.. 푸른바다..
소박한 마을에 눈길도 줄 수 있고..
고마워유^^
고정희님 시도.. 너무 좋으네유^^
막달레나 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매양 맞는 새해지만 그래도 다짐을 새로이 해 봅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고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며
물과 기름으로 외롭지도 말고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하지 말며
우리... 그렇게 또 이 한해를 살아내어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내 행복은 내가 지킨다... 두 주먹 불끈 쥐며....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조용한 마을 같습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묘지들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그리 단절 시키지 않는듯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박함과 단순함이 참으로 사람의 삶을 더욱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
고시랑님 여행 스케취를 통해 다시 느껴 봅니다. Thank You
록은 님...
어머니 같은 록은 님...
새해 새날이 떠~억하니 밝았습니다.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담그게 하고
따뜻한 카페가 되게 어우르시는 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조~요~옹~한 섬마을을 보면서 에고.. 나도 떠나고시프어요~^^
귀요미... 내 동생 같은 주바라기 님,
언제 우리 함께 떠나요...
님이 사는 그 마을에도 하얀 눈이 소복히 내렸지요?
꼭... 주바라기 님, 마음 같은 하얀 눈이...
새해... 새날... 새 아침... 행복 만땅으로 전합니다. ^^
다 큰 체네가 겁없이 지구를 돌고 계시누먼요~^^
프리모스텐..숨겨진 보석같은 땅이었네요..그 옛날엔 혹 유배지가 아니었을까요.
민박집 찾아준 어린 소년의 친절과 배려가 고맙고 사랑스러워요..아직 세파가 그곳까진 도착 안했나보죠?
소박한 느낌의 집들과 성당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군요..푸른바다도 아름답고요.
스페셜한 곳만 찾아다니는 멋진 여행가 고시랑님..다음 여행지도 기대할께요. 참, 새해 복 마이마이 받으시와요~~
요즘같이 개발지향적인 세상에서는
덜 인공적이고...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은 어디나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스텔라 선생님,
새해...
더더더 건강하시고,
더더더더 행복하시고
더더더더 아름다워지세용~~
선생님 미모 쫓아 가려니 겨드랑이가 찢어지려고 합니당~~~
아름다운 해변가의 평화로운 도시 프리모스텐 텐텐텐,,, 유럽의 낙원 크로아티아 티아티아... (((
꼭 가보고 싶어서 주문 걸고 있는 중이에요. ^^
정말 감사해요. 멋진 곳 구경 시켜주시고, 또 제게 어린애마냥 꿈을 가지게 해주셔서 아주 기쁘답니다. 복 받으실꺼에욤~ ^^*
미소 님, 사시는 곳도 무척 아름다운 곳일텐데요 뭐...
마법의 주문...꼭! 꼭! 이루어지길 님의 그 마법에 제 마법까지 덧보탭니당~
언제가 길 위에서 우리 조우할지도 모르겠다는 꿈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틀림없이 반드시 ' 해피 뉴 이어! ' 하셔요....샬롬~~
고시랑님 반갑습니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던 12년도 다가고 71년으로 접어든 이 해는 어떤 삶이 전개 될런지...
우리가 보앗던 그 푸른아드리아 해를 님을통해 다시 볼수있으니 낙원같던 크로아티아
메주고리에서의 산은 모두가 봉우리가없는 일자였든게 인상적이였습니다.
좁은골목과 마을의 파출소는 마을 주민들을 지킴이 아니고 평화를 주는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허리가 아퍼 한갖지게 찬찬이 감상했읍니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니...
지난 한해,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래도... 다 지나갔습니다.
잘 견뎌내셨구요,
그 슬픔이 아주 좋은 거름이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가까이 계시면,
핫팩이라도 들고가 아픈 허리 찜질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새해... 정말 기쁜 새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늘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