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숙종 때 지은 김만중(金萬重)의 한시. 오언고시. 212구 1,060자로 된 장편서사시이다. 창작연대는 1679~1680년경으로 추정되며, 그의 문집인 《서포집(西浦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김만중이 예조참의로 재직할 때 함경도 단천(端川) 관기(官妓)였던 일선(逸仙)의 절행이 예조에 보고되었으나, 천기(賤妓)라 하여 이를 묵살시켜버리매 그의 절행을 왕에게 진달(進達)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절의를 길이 기리기 위하여 그 내용을 시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 내용은 소실의 태생인 일선이 서울에 본가가 있는 상사(上舍)가 단천에 와서 살게 되자 정에 빠진다. 상사가 서울로 돌아갈 때 일선이 수절을 맹세하는 혈서를 쓰니 감동한 상사는 머리털을 뽑아 동심결을 맺어주고 떠난다. 그뒤 함경도안찰사가 단천에 와 일선에게 마음이 동한다. 안찰사의 마음을 안 태수는 병사를 시켜 일선을 대령하게 한다. 일선은 몹쓸 병이 들어 안찰사를 모실 수 없다고 거절하나 태수의 노여움만 산다.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긴 일선은 안찰사를 모시겠다 하고는 자결하려고 우물에 빠졌으나 마을 사람들에 의하여 구출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안찰사는 일선을 포기한다. 그뒤에도 일선은 늘 상사를 그리워하였는데 뜻밖에 상사의 부음을 받고 슬퍼하며 서울의 상사집을 찾아가서 예를 올린다. 상사의 어머니와 본처의 박대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일하여 시어머니와 본처의 환심을사게 되고, 조석으로 상사의 무덤에 가서 시묘(侍墓)를 하니, 행인은 물론이고 짐승들까지도 그의 정성에 감동하였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의 고시 〈맥상상(陌上桑)〉 ·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 〈목란사(木蘭辭)〉 등과 접맥되어 고시에 특별한 조예를 가졌던 김만중이 당시 사대부들이 천시하던 관기 일선의 애정과 수절을 높이 평가하여 작품화한 것으로, 그의 문예의식과 인본주의사상이 내포되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