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있었다!”
음식, 인체, 의약, 비료, 플라스틱, 가스, 기후
우리 삶과 화학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
여러분은 아침에 무엇을 먹는가? 주로 간단한 식사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물과 설탕, 단백질과 지방, 에스테르와 알데히드, 그리고 알코올. 약간의 리보플래빈, 칼슘, 마그네슘··· 다시 말해 사과를 먹는다는 말이다. 사과는 껍질부터 씨앗까지 전부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실험실에서 모든 화학물질을 같은 양 먹으면 몸에서는 사과를 먹은 것과 똑같은 효과가 일어난다. 즉 음식에는 화학물질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처럼 개인의 가장 단순한 욕구를 채우는 음식부터 범세계적인 기후 환경 문제까지 어느 하나 화학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올해의 과학자상’과 ‘올해의 과학 저널리즘상’을 받은 두 저자가 함께 집필했다. 두 저자는 화학이 일상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상이 얼마나 화학의 영향에 의해 좌우되는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양파를 썰 때 눈물 흘리지 않는 방법 같은 일상적인 화학부터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화학까지 음식, 인체, 의약, 비료, 플라스틱, 가스, 기후의 7가지 키워드로 화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화학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화학은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인공비료로 식량난이 해결됐고, 의약품 개발로 수명이 늘었으며, 플라스틱 발견으로 삶이 편하고 윤택해졌다. 미래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기후 변화와 폐기물 문제의 대안도 화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화학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고, 화학이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냄새로 뇌를 속일 수 있을까?
우리 몸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 속 화학
“완전히 화학물질 덩어리잖아!” 식품성분표에 화학물질이 주르륵 나열된 걸 보고 깜짝 놀라겠지만 사실은 맞다. 음식은 물론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존재는 화학물질 덩어리다. 화학물질들은 매 순간 우리 몸과 주변에서 화학반응을 은밀하게 일으킨다. 양파를 썰 때 눈물이 흐르는 것도, 머리카락이 곱슬곱슬한 이유도, 화장실이 더러운데 좋은 냄새가 나면 이용하게 되는 것 모두 화학반응 때문이다. 주변에서 보이지 않게 발생하는 화학 사건을 발견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화학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코를 찡그리던 사람도 화학자처럼 흥미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세상을 먹여 살린 히어로의 정체는?
인류 생존과 문명의 발전을 이룬 화학
화학연구의 발전이 없었다면 81억 인구 대부분은 오래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인류를 위한 화학의 가장 큰 공헌은 의심할 여지없이 의약품과 인공비료의 개발이다. 접시에 핀 곰팡이에서 우연히 발견된 페니실린은 항생제로 개발되어 세균 감염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생성되는 살리실산은 아스피린으로 개발되어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통증을 완화해줬다. 암모니아 합성 개발로 인공비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세계 인구를 식량난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 인류 생존과 문명의 발전 중심에는 언제나 화학이 있었다.
반면 화학은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는 중심에도 존재한다. 책에서는 미래에 인류가 직면하게 될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에 화학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알아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구 온난화다.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 펄펄 끓는 지구에서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자동차 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생기는 친환경적인 방법부터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가능성까지 미래 지향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우연하고 극적인 발견부터 황당한 사건까지
화학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화학의 진짜 재미!
이 책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상황을 중심으로 화학물질의 독특한 성질을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한다. 분자와 주기율표에 대해서는 딱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언급해 기본 개념을 잡고, 화학연구와 발명품에 얽힌 사사롭고 황당한 에피소드를 통해 화학에 숨겨진 다채로운 재미를 알려준다. 화학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플라스틱, 즉 폴리에틸렌은 화학연구에서 혁명과도 같았다. 폴리에틸렌의 우연하고 극적인 발견, 이를 둘러싼 특허 분쟁, 최후의 승자가 누린 부와 명예에 관한 이야기는 폴리에틸렌의 분자 구조식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밌다. 화학의 경이로운 발명품인 비누에 대한 에피소드는 황당 그 자체다. 비누 발명의 내막에 손 씻기를 시간 낭비라고 여긴 의료진이 있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화학에 얽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화학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주기율표에 갇혀있던 화학에서 벗어나 화학의 진짜 재미를 발견해보자.
출근 시간 대학교로 가는 길에 나는 일터로 허겁지겁 향하는 많은 이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수천 가지의 다양한 재료로 이루어진 뜨거운 액체를 마신다. 이 화학적 칵테일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은 크산틴 계열의 알칼로이드, 즉 카페인이다. 지하철에서 내 맞은편에 앉은 승객이 커피를 홀짝이는 동안 나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가장 단순한 욕구와 습관처럼 반복하는 행동에 화학이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다.
--- <제1장 음식과 화학>
바나나 향은 30개 이상의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 가장 도드라지는 요소는 이소아밀아세테이트다.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이 화합물은 바나나에 함유되어 있는 천연물질이지만 실험실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위스키나 브랜디에 들어 있는 이소아밀알코올과 농축 아세트산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집에서 하기에 적절한 실험은 아니다. 위스키가 아깝다! 바나나에서 분자를 추출하는 것보다는 실험실에서 이소아밀아세테이트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두 물질은 정확히 동일하다.
--- <바나나 향을 만드는 데 위스키가 필요하다>
냄새로 뇌를 속이기는 놀랍도록 쉽다. 화장실에서 좋은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매우 더럽더라도 그곳을 이용한다. 물론 위험요소는 있다. 후각은 악취를 감지해 위험한 박테리아를 피할 수 있도록 경고를 보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가 화학의 힘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화학을 이용해 배설물의 악취를 만들어 내는 성분을 분석하고 화학을 통해 대응책을 찾아내면 결국 뇌는 속아 넘어간다.
--- <손 씻기로 목숨을 구하다>
19세기 초 말라리아는 인도에 주둔한 영국군을 곤경에 빠뜨렸다. 말라리아 예방책으로 병사들은 소위 ‘토닉 워터’라고 불리는 퀴닌이 들어 있는 음료를 받았다. 설탕이 많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쓴맛이 났기 때문에 영국 측은 병사들에게 마셔야 한다고 설득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러던 중 해결책이 발견되었다. 병사들이 토닉 워터에 진을 섞기 시작한 것이다. 진토닉의 탄생이었다.
--- <예방 주사 대신 예방 칵테일을>
바트라코톡신은 개구리의 피부에서만 발견되고 독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물질 중 하나다. 1마이크로그램만으로도 성인 한 사람을 충분히 죽일 수 있다. 자연물질의 분자 구조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다. 하지만 그런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심해에 사는 해면동물이 항암제로 쓸 수 있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양귀비 열매에서는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는 즙이 나오는 것일까? 모두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연은 언제든 일어난다.
--- <최고의 약효를 만들어 내는 자연의 수수께끼>
암모니아 합성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하버-보슈법은 오늘날까지도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위한 식량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이 방법은 제1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폭발물 제작에도 쓰였다. 암모니아 합성이 불가능했다면 독일군의 탄약은 1915년 중반에 벌써 다 떨어졌을 것이다.
--- <제4장 비료와 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