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 자 얼음이 한번 녹지 않고 과일이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오고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빈 만찬을 앞두고 시진핑 주석에게 "양국 국민들의 정서 회복을 위해 바둑대회나 축구대회를 열고, 특히 판다 한 쌍을 (한국의) 제2호 국가 거점 동물원인 광주 우치동물원에 대여해 달라"며 문화 교류의 물꼬를 틀고자 제안을 건냈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은 "바둑이나 축구 교류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라는 말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녹지 않는다'는 표현은 "석 자 얼음은 하루에 얼지 않는다"는 "빙동삼척비일일지한(氷凍三尺非一日之寒)"을 변형한 말이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한 중 수교 22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세 척이나 쌓인 얼음도 한나절의 추위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빙동삼척비일일지한 (氷凍三尺非一日之寒) (氷 얼음 빙, 凍 얼 동, 三 석 삼, 尺 자 척, 非 아닐 비, 一 한 일, 日 날 일, 之 갈 지, 寒 추울 한)
중국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지은 '논형'(論衡) 장류편(狀留篇)에 나오는 말이다.
왕충은 "강이 얼어붙는 경우는 하루의 추위 때문이 아니며 흙이 쌓여 산을 이루는 것도 짧은 순간에 되지 않는다. "하빙결합 비일일지한 적토성산 비사수지작 (河氷結合 非一日之寒 積土成山 非斯須之作)" 라고 했다.
'논형'은 기원후 90년경 만들어진 책으로 한(漢 )나라 시대의 자연관과 사회관, 인간론, 지식론에 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비판서다.
'논형'이란 제목은 "논(論)을 저울에 단다", "말의 경중을 따져 그 진위를 저울에 달아본다"라는 뜻으로 철학적 사변 경향의 고대 중국에서 유물론적인 태도로 쓰여진 독특한 책이다.
왕충은 당시 황제의 권력 정당성을 하늘(天)의 뜻에서 찾던 다른 사상가들과는 달리 "하늘은 의지를 갖지 않고 저절로 그러할 따름"이라며 하늘의 인격성을 부인했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정진(精進)한 다음에야 성과가 나타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