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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아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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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31일(토)~(Bercianos del Real Camino~ Mansilla del mulas: 26.8km
순례자숙소: Ref. Municipal 5유로)
동편 하늘에 떠오르는 일출의 화려한 색채가 아름답다.
알베르게에서 차려준 간단한 빵과 따끈한 우유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헸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기부금을 살짝 함(函)에 넣고 나왔다.
밤새 널어놓았던 빨래도 거의 말라있다.
무엇을 더 바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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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배웅해주는 두분의 따뜻한 미소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부엔 카미노!... Good-Bye!
서울총각이 앞서가고 부산 아가씨가 뒤따른다.
나도 한걸음 두걸음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한채 그렇게 길의 동선을 시작한다.
만나면 헤여지고 헤여지면 만나고...
저 친구들을 어느날 우연히도 제주올레길에서 만난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당연히 한라산 맑은소주 한잔은 대접해야겠지.
귀국하면 부지런히 돈도 많이 벌어야 겠다... 그래야 저 친구들을 대접할 수 있으니까^^
아니 이길에서 만난 모든 카미노 친구들에게(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마음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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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떠오르는 내 작은집 토끼들이 보고싶다.
늦장가를 간 덕분에 낳은 세상에서 가장 이쁜^^ 큰딸, 작은딸과 함께
15여년전 '거제도'로 추억여행을 다녀온적이 있다.
둘이 만나면 다투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서로를 애타게 찾는 불가사의한 자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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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헤여진지 하룻만에 엄마가 보고 싶다는 작은딸의 말에 가슴이 찡했던...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어엿한 아빠의 이야기 벗이 되였네요.
가족의 소중함이 밀려온다.
평생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배고픈 토끼들의 배를 채워주던 어머니의 괭이진 손가락 마디마디가
깊은 눈물샘이 되여 이길에서 주루룩 한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아! 나의 어머니...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숭고한 애틋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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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스팔트 옆으로 난 카미노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만치 누군가 걸어오고 있다.
좁은 길이지만 두갈래로 나뉘여져 있는데 상대방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다.
조금만 더 가서 내가 왼쪽으로 비키려 했는데 그쪽이 먼저 비켜선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발이 절름거리고 있다.
먼먼 길을 걷다 탈이 났음이 분명하다.
괜시리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바람한점 없는 이 아침의 고요가 평온하다.
사색의 마음이여서 더 더욱 좋다.
'플라타나스' 가로수 노란 단풍잎이 이젠 감빛으로 변하여 무상히도 수북히 떨어져 흩날리고 있다.
어디쯤 왔을까...
한참을 가다보니 길옆 굴렁진 곳에 빈 캔이 보인다.
쓰레기가 거의 없는 이곳에 누가 버렸을까?
고의적으로 버리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배낭에 매여있다 풀위에 떨어지는 것을 몰라겠지.
그 캔을 주워들고 한 3km를 걸어가니 간이쉼터가 보이고 쓰레기 통이 보인다.
'산티아고' 길에서 나의 두번째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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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시간을 걸어 El Burgo Ranero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네요.
그 표정들을 디카속 세상으로 담아내는 행복한 순간들...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인 후 기약없는 만남의 인사를 나눈다.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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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없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경건한 마음들이 느껴진다.
위안이 된다.
비록 내가 순례자의 고행은 아닐지언정...
한때 짙은 노란잎으로 지나는 길손을 유혹했을 우아한 채색은 온데간데 없고...
부는 바람에 뒹굴고 무수한 발길에 채이고 그러다 그러다가 산산조각 흩뿌림이 되여
흙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리라.
허나 그런들 어떠하랴.
새봄 새싹의 싱그러운 내음이 바로 이곳이 그 원천(原泉)인것을...
결코 헛되이지 않을 작은 낙엽의 존재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가을햇살 가득 내려 앉았다.
길을 걷다 어느 쉼터목에 앉아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 햇살에 쬐인다.
주인을 잘못만나 엉망이 되버린지 오래이다.
이 길에서 누구나 겪는 카미노 훈장의 표상인듯 한데...
한시간 반여를 걸어 Reliegos 마을에 들어선다.
조용하고 아담한데 마을이 텅빈 느낌이다.
지금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큰 마을을 제외하곤 거의 한 두사람도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밭에서 일하는 농부도 트랙터를 운전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아예없다.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 있는것도 아니고...
길 방향을 물어볼려고 해도 난처할때가 종종 있다.
다들 어디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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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 날리여...
세월이 흘러흘러 어느날엔가 문득 이곳에 발품을 멈추었을 때 어느 길섶가 그리움 맺히여
노랗게 피여 있을 상봉의 순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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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먼 길에 지쳐갈 즈음 멀리 오늘의 종착지 Mansilla de Mulas 마을이 보인다.
조금은 세련된 마을인 듯 하다.
그곳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어놓으니 오후 4시쯤이다.
어제 알베르게에 묵었던 서울 청년이 먼저 와 있고 두어시간 후 부산, 대구 아가씨도 도착한다.
얼큰한 라면 국물에 밥이나 싫컷 말아 먹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삼아 말했더니
지금 배낭속에 라면 3개를 가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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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기투합^^ 하여 주방으러 내려가니... 야호! 누가 남겨놓은 쌀이 있다.
아가씨 둘이서 밥짓고 라면 끊이는 동안에 나와 서울 청년은 동네 슈퍼에서 캔맥주, 과자, 밀감 등...
간만에 벌어지는 한국의 향토 음식 만찬에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외국인 친구들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아! 이 얼큰한 맛의 신토불이여...
식사를 끝내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던 차에 전에 '비야프리아' 마을에서 만났던 키큰 청년이 들어선다.
길을 잘못들어 두어시간을 헤메고 왔단다.
그 심정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되돌아 올때의 그 허탈함을 어이 모르랴.
아직 끝내지 않은 식탁차림을 보더니 자기도 라면국물이 먹고 싶어 죽겠단다.
얼른 슈퍼에 가나싶더니 와인 한병를 사들고 온다.
다시 다섯이서 브라보!
이래저래 맛나고 신나고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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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갑자기 떠들썩 하다.
지금 이곳은 스페인 전역이 '할로인' 축제로 열기가 가득하다.
조금 있으려니 얼굴에 요상한 가면을 쓴 행렬이 작은 골목에 가득 들어선다.
구경하는 사람들 역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 다닐때면 집 주인은 문을 활짝열고 사탕을 듬뿍 나누어준다.
이국에서 펼쳐지는 축제의 한마당을 볼 수 있어 신기하고 행운이다.
'할로윈 축제'의 의미를 한번쯤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밤새 악기소리며 노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겨우 새벽에 잠이 든것 같다.
내일은 드디어 스페인의 옛 왕국 '레온'으로 입성이다.
오늘로 17일째 460km를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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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딸들과의 거제여행이 이젠 아련합니다.
올 한해 행복 가득하세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집을 떠나
한동안 생활해 보시지 않는 분들은
모를 것입니다
돌아갈 집이 있고
만나야할 가족이 있다는
여유같은
옆지기가 있고
토끼같은
이쁜 딸들이 있다면
나그네 길에
언젠가는
가족 품에 안길 것을 생각하면
그리움도
외로움도
피곤함도
뒤로 할 수 있겠지요
외지에서는 먹는
한국 라면
정말 꿀맛이지요
그곳에다
비록 기이인 쌀
풀풀 나는 쌀밥이지만
쌀밥을 먹을 수 있는 행운은
정말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지요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맛~~
불행하게도
그기에 김치가 없어서
매우 섭섭하지만
집에 가면
그 맛을 낼려고 하지만
그런 맛 힘들죠
명절이
코앞이네요
행복한 설날
복된 새해
되요
내걸음의 발품을
누군가 읽어주고
이해 해주고...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여행이 주는 설레임!!
고생길 시작이지만 지나면 추억이 있어 그 고생도 기꺼이 즐거움이 되나 봅니다.
아름다운 여행 이야기 고마워요~~
힘 들었지만 아름다운 추억 또한 가득 담고 왔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