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편으로 제바달다는, 아사세왕에게 청해, 예순네 명의 군사를 뽑았다. 처음에 두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을 죽인 뒤 딴 길로 오라 하고, 다시 네 사람을 보내어, 그 두 사람의 돌아오는 길을 지켰다가 죽이게 하고, 다시 여덟 사람을 보내어, 앞의 네 사람을 죽이게 하고, 이렇게 그 수를 곱으로 하여, 예순 네 사람으로써 앞의 서른 두 사람을 죽이게 하고, 이래서 누가 부처님을 죽였는지 세상이 모르도록 하려고 계획했다.
그때 부처님은, 기사굴산의 굴속에서 나와, 사방으로 돌아다니시며 계셨다. 먼저 두 사람의 군사는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부처님에게 덤비려 했으나, 그 위엄에 기가 질려 나아갈 수 없었다. 그들은 놀라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 보았다. 그 모습은 고요하기가 마치 길든 큰 코끼리 같고, 그 마음은 맑은 물이 안팎으로 트인 것같았다. 두 사람은 그만, 따르고 싶은 생각을 걷잡을 수 없어, 칼을 버리고 그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가르침을 듣고, 법의 눈이 열리어, 삼보에 돌아가 신자가 되었다. 그들은 다른 길로 제바달다에게 가서, 부처님의 위신력에 눌리어, 해칠 수 없었다는 것을 말했다. 이래서 제바달다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는 화가 나서 기사굴산에 올라가, 바위굴 앞을 거닐고 계시는 부처님을 향해, 큰 돌을 들어 멀리서 던졌다. 무서운 소리를 내고 떨어진 돌은 빗나가 부처님은 맞지 않고, 다만 그 부서진 조각이 부처님의 발을 때려, 상처에서 피가 땅을 적셨다. 그러나 부처님은 천천히 바위굴로 들어가, 큰 옷을 넷으로 접어 깔고, 오른 겨드랑이를 아래로 하고 사자처럼 누워 계셨다. 그러다가 모두 놀라 떠들며 오는 적을 막으려고 했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위해, 굴에서 나와 말씀하셨다.
"너희들, 뱃사람 모양으로 떠들지 말라. 모두 제각기 제 처소로 돌아가, 마음을 가라앉혀 공부를 열심히 하라. 모든 부처님의 보통 법으로서, 남의 보호를 받는 일은 없다. 그것은 이미 모든 원수를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저 전륜성왕은 어떠한 적도 그를 해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떠한 적도 여래를 향해서 그 악을 더하지 못하는 것이다."
5 제바달다는 다시 아사세왕에게 청해서, 큰 코끼리를 놓아 부처님을 해치려 했다. 그는 상사에게 말했다.
"내일 구담이 오는 길에 술 찌꺼지를 먹여 취한 코끼리를 풀어 놓아라. 그는 거만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밟혀 죽을 것이다."
이튿날 아침, 부처님은 옷을 입고 바리때를 들고, 성에 들어와 밥을 빌고 계셨다. 상사는 멀리서 이것을 보고, 술 취한 코끼리를 풀어 놓았다. 신자들은 다른 길로 가시도록 부처님에게 권했지만, 부처님은 듣지 않으시고 조용히 그 길을 가셨다. 취한 코끼리는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 귀를 세우고 코를 불면서 달려왔다. 그러나 부처님은 자심삼매에 들어 생각을 하셨다.
너 큰 용을 해치지 말라 큰 용이 세상에 나기는 어럽다.
너 만일 이 큰 용을 해치면 죽어 악한 곳에 떨어지리라.
이 큰 사랑하는 마음의 힘에 질려, 코끼리는 꿇어 엎드려, 부처님의 발을 안아 보고, 물러나 가 버렸다. 이것을 보는 사람, 모두 부처님의 덕을 칭찬해 마지않았다.
6 빈바사라 왕은 그 부인이 갇힌 터로는 먹을 것이 아주 끊어졌다. 겨우 창을 통해 기사굴산 숲을 우러러 보는 것으로써, 마음의 위로를 삼고 있었다. 태자는 이것을 알고 그 창을 막을 뿐 아니라, 왕의 발바닥을 깎아 설 수도 없게 했다. 그때 아사세의 아들 우타야는 발가락의 부스럼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아사세왕은 어린애를 끌어안고, 그 부스럼의 고름을 빨아 주었다. 마침 그때에 곁에 있던 위제희 부인은 이것을 바라보고, 옛일을 생각하며 말했다.
"왕이여, 왕도 어려서, 꼭 이런 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때 부왕은 지금의 왕과 같이 그 고름을 빨아 준 일이 있습니다."
아사세왕은 이 말을 듣자, 부왕에 대한 원수의 마음은 갑자기 애모하는 생각으로 변해,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만일 부왕이 살아 계시다는 소식을 알리는 사람이 있으면, 이 나라의 반을 주리라."
사람들은 다투어 부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부왕은 멀리서 시끄러운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저들은 나를 잡으러 온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자리에 쓰러져 고민하다가 그대로 숨이 지고 말았다.
7 이래서 아사세는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나는 지금부터, 큰 성인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돌아가 의지하기로 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궁전으로 맞아들이고, 제바달다와 그 무리들은 문 안에도 넣지 말라."
이런 줄은 모르고, 제바달다는 어느날, 궁성 문에 이르니, 문지기는 임금의 명령을 말하고 그를 거절했다. 그가 화가 나서 문 밖에 서 있을 때에, 문 안에서 연화색 비구니가 걸식을 마치고 나왔다. 제바달다는 그녀를 보자, 화가 더욱 치밀어
"너는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 나를 이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가?"
고 꾸짖으면서,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쳤다. 그녀는 아픔을 참으면서, 그 억울함을 하소했지마는 제바달다는 끝내 그 머리를 깨었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면서 정사로 돌아가, 모두 놀라워하는 비구니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이여, 사람의 목숨은 덧없는 것이다. 모든 법에는 '나'가 없는 것이다. 오직 고요한 곳이 열반이다. 그대들은 힘써 착한 도를 닦아라."
그녀는 말을 마치고 열반에 들었다.
8 제바달다는 열 손가락 손톱에 독약을 바르고, 기원정사에 계시는 부처님께 가까이 가려고 꾀했다. 비구들은 제바달다를 보고, 부처님의 몸을 걱정해,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두려워 말라. 오늘 제바달다는 나를 볼 수 없으리라."
제바달다는 정사에 와서, 비구들이 발을 씻고 있는 못가의 나무 밑에 앉아 쉬고 있었다. 부처님은 여전히 앞의 말을 되풀이 하시면서, 두려워 떨고 있는 비구들을 달래었다. 이때에, 제바달다가 앉아 있는 땅이 저절로 꺼지면서 무서운 불꽃이 일어, 제바달자의 무릎에서 배꼽으로, 또 어깨에까지 미쳐 왔다. 그는 불에 그을리며 제 죄를 뉘우쳐 '나무불!'을 외치면서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갔다. 이때에 두 개의 쇠 젖가락이 나타나, 그를 앞뒤에서 집어, 불붙는 땅속으로 휘감아, 아비지옥으로 끌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