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젖어 있지 마라…해 뜨면 마른다"

"어제에 젖어 있지 마라…해 뜨면 마른다"-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세상에 없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공짜, 비밀, 정답.그런데 셋 중 세상에 진짜 없는 것 한 가지를 고르라면필자는 단연 ‘공짜’라고 말하고 싶다.비밀에 대해선 19세기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다수를 잠시 속일 수 있다.일부를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그러나 다수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정리한 바와 같이 하기에 따라특정 부분에서 오랫동안 지켜지는 비밀이 없지 않다.정답이 없다는 말도우주만물과 인간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기에자기가 아는 지식이 무오류의 진리라는 식의교만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유연한 사고, 창조적인 발상을 강조하기 위함이지합리와 상식 기반의 일상에서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하나의 답이존재한다는 사실마저 부정되지 않는다.만 가지 사안에 만 가지 답이 있다고 주장한다면인간 공동체는 순식간에 무정부상태로 빠져들어성립할 수 없다.그래서 비밀, 정답, 공짜 중마지막으로 남은 사실 하나가‘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8월11일 폐막된 ‘100년만의 파리 올림픽’은“어떤 성취도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를확인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나는 스포츠 매니아는 아니지만노력한 만큼, 땀 흘린 만큼 결실을 맺는인간사의 원리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기에올림픽 게임들을 사랑했다.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태권도 여자 57kg급 김유진(23)은1m83cm의 큰 키에 생김새도 시원시원배구 레전드 김연경을 닮았다.김 선수는 ‘근접전에서 내려차기’ 기술이 일품이다.너무 빨라서 상대방이 알면서도 당하기 일쑤다.이 무기를 장착한 여자 태권V(세계 랭킹 24위)는랭킹 5위(튀르키예), 4위(캐나다), 1위(중국),2위(이란)를 차례로 꺾었다.김유진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자가‘하위권의 반란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소감을 묻자김 선수는 망설임 없이 “아뇨. 아닙니다.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저는 숫자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았구요.저한테만 신경 썼어요”라고 말했다.이런 답변은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자기를 죽여가면서 피와 땀을 쏟아부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김유진은 “저는 혹독하게 훈련했다.운동을 관두고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내일이 안 왔으면 할 정도로 했다.하루 만 번, 이만 번 쯤 발차기 훈련을 한 것 같다.”김유진은 타인과 경쟁한 게 아니라 스스로와 싸웠다.자기를 이긴 결과 나온 발언이“저 자신을 믿을 수 있었다. (막상 게임은) 별 거 아니었다.긴장하지 않았고 재밌었다.잘 버텨준 내 다리가 고맙다”는 것이었다.김유진을 포함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을 볼 때사람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잔꾀나 꼼수가 통하지 않고,오직 훈련과 노력으로 승부가 갈리는정직한 무대 즉, 공짜가 없는 세상의 진실을확인하기 때문 아닐까.‘혹독한 훈련’의 열매는 나를 믿는 자존감,세상에 대한 자신감, 긴장 너머 재미,감사의 마음 같은 것들이다.사실 자존감, 자신감, 재미, 감사 등의 감정은고도의 마인드 콘트롤과 관련돼 있다.김유진은 “체력이나 기술 보다 마인드 콘트롤이 더 중요했다.…포기하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었다”라고 한다.정신과 육체는 연결되어 있다.마인드 콘트롤이 혹독한 육체의 훈련을 생략한 채고도화되기는 어렵다.마인드 콘트롤이 ‘마인드만 콘트롤’이 되지 않도록주의해야 한다.마인드 콘트롤이 허무한 인간의 중얼거리는정신승리법으로 타락해선 곤란하다.올림픽은 세상의 정직한 투영이자세상을 이끄는 밝은 빛이라서 감동을 더한다.올림픽은 4년 마다 열리지 않는다.개인이 직면하는 생활의 모든 게임들에서,경제주체나 주권자로서 참여하는 시장이나공공의 각 경쟁 마당에서 지금도 올림픽은 열리고 있다.공짜가 없고, 반칙을 쓰지 않으며성취엔 박수를 보내고 그런 가운데 전체가 상승하는삶의 올림픽이 곳곳에서 진행중이다.각각의 개인은 빛이다.자기 연마를 우선한다.성공을 음미하며 실패에서 교훈을 찾는다.매사에 미간을 찌푸리며 남탓하기에 바쁜 사람들도 있다.그들은 세상의 리더가 되기 어렵다.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은빛나는 개인의 미덕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다만 빛나는 개인들이 조심할 바가 있다.양궁 3관왕 김우진의 잠언인데 교만을 경계하는 말이다.“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마라. 해 뜨면 마른다.”  -모셔온글, 존재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