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길을 잃는 순간이 옵니다. 하루아침에 일상이 흔들리거나, 새로운 상황에 놓여 이전의 행동지침이 쓸모 없게 되는 순간이 한 번쯤은 찾아옵니다. 입사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매일같이 퇴사만 생각한다던가, 매일같이 하는 공부가 오늘따라 유난히 짜증스럽게 느껴진다거나, 분명 타인을 위해 희생했는데 주변엔 아무도 없다거나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까. 영화를 보면 방황하는 주인공들 곁엔 조언자가 있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주인공은 인생의 궤도를 천천히 수정합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그런 사람이 이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인생은 그리 형편 좋게 짜이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지친 마음을 힐링해 줄 잠언집 같은 영화의 명대사들을 준비했습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이완 맥그리거, 헤일리 앳웰, 마크 게티스, 짐 커밍스
노력해도 보통이 되기 힘든 사회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빽빽하게 들어 찬 출근 지하철 안에서 30cm도 안되는 자리를 차지 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일은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가끔은 쉼표를 찍고 싶지만 쉼표가 마침표가 될까 두려워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순간에 처방하면 좋은 영화입니다. 느긋한 목소리로 다가오는 푸의 모습과 그 뒤로 펼쳐지는 서정적인 풍경이 잠시 인생의 쉼표가 되어 줍니다.
어린 왕자
감독 마크 오스본
출연 제프 브리지스, 레이첼 맥아담스, 메켄지 포이, 마리옹 꼬띠아르, 제임스 프랭코, 베니시오 델 토로
어제는 '여보, 자기' 했던 사람이 오늘은 이별을 통보할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잘 대해주던 상사가 갑자기 까칠하게 대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같이 보던 엄마가 미워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타인과의 관계란 어쩌면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릴 적에는 다같이 놀면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어른이 된 후에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이 잘 들지 않습니다. 계획대로 살기 벅찬 나머지 인간관계를 그만 소홀히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왕자>는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 역시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래도 나만의 꽃 한송이를 찾아낸다면 어른이 되는 것도 조금은 덜 무섭지 않을까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감독 로저 알러스
목소리 출연 리암 니슨, 존크래신스키, 셀마 헤이엑, 쿠벤자네 왈리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9명의 개성있는 애니메이터들이 다양한 형태로 사랑, 죽음 , 결혼, 노동, 아이들, 음식, 선과 악, 자유를 표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인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읽힌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땐 때때로 어른의 지혜가 필요한 법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았습니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고민하고 있던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평소에도 고전을 좋아하고 철학적인 사유를 즐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화입니다.
굿 윌 헌팅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
장황한 말로 상대방을 위로하는 사람을 보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위로만큼 사람을 공허하게 만드는 건 없습니다. <굿 윌 헌팅>에서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는 자조하는 윌 헌팅(맷 데이먼)에게 한가지 말만 합니다. "네 잘못이 아냐" 윌이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끊임 없이 그 말만 되풀이 합니다. 때로 사랑한다는 말보다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 더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싫어지는 사람에게 <굿 윌 헌팅>을 추천합니다. 숀의 한마디에 눈물이 주르륵 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더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이자벨라 비도빅
'Wrong'과 'Different'는 구분해서 사용하는데 왜 '틀리다'와 '다르다'는 잘 구분하지 못할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다름은 틀림이 됩니다. <원더>에서는 얼굴에 흉터가 많은 어기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름을 다르게 보지 않는 시선으로 인해 어린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성장해 나갑니다. 보통의 규격이 빡빡한 사회 속에서 정상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누구나 다름을 안고 삽니다. 다른 삶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에게 <원더>를 추천합니다. 영화 속이라면 어기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날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영화로라도 상처를 달래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