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호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
물방아 사랑
박영호 작사, 추미림 개사, 박시춘 작곡
[대사]
사랑은 물거품 꽃잎에 젖은 이슬,
청춘은 한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잠깐 만났다 헤어져도
미련은 끝없는 두가닥 철길
아! 못믿을 건 물방아 사랑
아! 그리운 건 물방아 사랑
꽃 피는 아침에 시들었구려
뜬 세상 인정은 이런 것이냐
울어야 옳으냐 (아 춘홍씨) 웃어야 하랴
맹세는 덧 없고 상처는 크다
원수의 미련만 어이 길던고
눈물은 굽이쳐 하염이 없고
한숨은 길어서 (아 춘홍씨) 속절이 없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심사
화류계 사랑은 벙어리 사랑
황금과 사랑은 돌고 도는 것
화류계 사랑은 (아 춘홍씨) 물방아 사랑
1925년 잡지 조선문단에 발표된
나도향(稻香, 1902~1926)의 소설 물레방아는
식민지시대에 이미 만연돼 있던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성의 결여,
그로 말미암은 인간성의 타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지주 신치규의 집에서
막실살이(머슴살이)를 하는 이방원과
그의 아내가 등장하는데,
신치규는 방원의 아내를
물질로 은근히 유혹합니다.
그런데 두사람의 밀회장소가
바로 물레방앗간이었습니다.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방원이
신치규를 만나 폭행을 가하고,
이 때문에 구속돼 감방살이를 합니다.
석달 뒤에 출감한 방원은
아내를 찾아가서 설득하지만
끝내 실패하게 되자
아내를 칼로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에서 물레방아는
묘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지요.
줄곧 물을 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모습은
가련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도는 우리 삶의 굴레와
덧없는 인생유전(人生流轉)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가요에는
물레방아를 다룬 노래가 참으로 많습니다.
황금심의 물방아타령,
배호의 물방아 고향,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조영남의 물레방아 인생 등이
우선 떠오르는데요.
그중 가장 인상적인 노래는
역시 가요황제 남인수가 불렀던
물방아 사랑(박영호 작사, 박시춘 작곡)이
아닌가 합니다.
약속과 다짐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고 허무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요.
어제 저녁에 철석 같은 사랑을
맹세해 놓고서도
불과 하룻밤 사이에
그 마음이 바뀌어버렸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입니다.
전체 3절로 구성된 가사
각절의 결말부에는
아 춘홍씨란 탄식조의 애소(哀訴)가
삽입돼 있어서
가창(歌唱)의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가요는 사랑의 허무와 덧없음을
어느 기생의 비통한 처지와 심정에 빗대어
한탄조로 엮어가는 전개구조입니다.
소설 물레방아에서
주인공 이방원과 그의 아내,
신치규 등이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듯이 춘홍의 사랑은
기만과 허위,
위선과 탄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인간의 삶이 지니는 근원적 한계와
공허함을 일깨워주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기묘한 것은
이러한 노래를 신나게 한바탕 부르고 나면
가슴 속에 켜켜이 쌓였던
시름과 슬픔 따위가 해소되고
시원함마저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게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바로 카타르시스 효과이지요.
시름과 슬픔 따위의 감정적 앙금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신나게 노래를 부를 때
거기에 묻어서 배출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한곡의 노래를
심취해서 부른다는 행위 속에는
잠재적 치료효과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