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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의 개요 | ||||||||||||||||||||||||||||||||||||||||||||||||||||||||||||||||||||||||||||||||||||||||||||||||||||||||||||||||||||||||||||||||||||||||||||||||||||||||||||||||||||||||||||||||||||||||||||||||||||||||||||||||||||||||||||||||||||||||||||||||||||||||||||||||||||||||||||||||||||||||||||||||||||||||||||||||||||||||||||||||
Ⅰ. 용어 정의 1. 의료사고(醫療事故, Medical Accident) 의료사고란 "환자가 의료인한테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음으로써 생긴 예상하지 못한 나쁜 결과" 또는 "본래의 의료행위가 개시되어 종료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종료 후에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뜻밖에 일어난 원치 않았던 불상사"로 누구의 잘못이라는 평가를 전혀 내포하지 않은, 단지 예기하지 못하였던 원치 않은 결과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가치중립적" 용어이다. 2. 의료분쟁(醫療紛爭, Medical Dispute) 의료사고를 주 원인으로 한 의료인과 환자 측의 다툼"으로 의료인이 의료행위에서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그 결과 환자의 증상이 악화하거나 사망하게 되었다고 의료과오를 환자 측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3. 의료과오(醫療過誤) 또는 의료과실(醫療過失) 의료에서 일정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로 인식하지 못한 것" 또는 "의료에서 생긴 판단 및 시술의 잘못", "잘못된 의료행위에 대하여 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요소"로 의료과실의 중심되는 요소는 주의의무 위반이다. Ⅱ. 의료분쟁 실태 의료사고 또는 분쟁의 전반적인 실태를 나타낼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자료로 의료분쟁의 실태를 미루어 생각할 수 있다. 대한의학협회가 1991년, 1983년, 1987년에 전국의 개원의를 대상으로 의료분쟁의 경험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각각 66.0%, 47.1%, 53.9%가 의료분쟁을 경험하였다. 또 의협공제회의 자료에 따르면 1981년 11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8년 동안 연평균 6.9%의 가입자가 의료분쟁을 경험하였다. 한편, 미국의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의료사고는 꾸준히 증가하여 1985년에는 의사 100명에 연간 10.1건이 발생하였다. 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1989년 9월부터 의료사고 손해배상청구사건은 손해배상(의)로 접수받는데, 매년 접수되는 상황은 표1과 같다. 우리 나라 의료과오소송 접수 사건은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1989년에 69건을 시작하여 연평균 증가율이 36%를 넘는다.
한편, 1989년 초에 생긴 의료사고가족협의회(의가협)의 보고에 따르면 1989년 1월부터 1991년 1월까지 2년 동안 의료사고는 1,420건이었고, 의료사고가족연합회(의가연)에서는 의료사고의 발생을 연 1,000건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과목 별로는 어느 자료에서나 산부인과가 가장 많으며, 외과와 내과 순으로 많다.
서울법대 법학과의 양창수 교수는 최근 의료과오 소송의 경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1. 의료과오소송이 많아졌다. 2. 원고 승소율이 높아졌다. 3. 의사에게 유리한 논리적용이 줄었다. 4. 원고의 입증책임을 덜어주었다. 5. 보호할 법익 대상이 넓어졌다. Ⅲ. 의료분쟁의 발생 과정과 증가 요인 의료분쟁이 발생하는 과정을 요약하면 그림 1과 같다. 1. 의료 행위의 특성 가. 의료행위의 개념 의료법 제12조에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라고 한다고 규정하여, 의료행위란 용어의 내포를 밝히고 있을 뿐 실질적 개념에 대하여 법에 아무런 정의가 없다. 이렇게 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한 까닭은 의료행위의 특성에 비추어 실질적인 개념을 획일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탄력성을 유지하여 구체적 적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설로는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는 설, 질병의 진료를 목적으로 현대의학을 적용하는 행위라는 설 등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의사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행하지 않으면 인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설이 통설로 되어 있다. 의료행위의 내용은 의학이나 의술의 진보에 따라 유동적(流動的)이고 다기(多岐)한 것이고, 또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대상<患者>에게 적용하므로 일반적으로나 추상적으로 법조문에 의료행위를 낱낱이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다만 정당한 의료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범위나 기준을 제시하여야 하고, 법의 적용에 필요하므로 의료행위의 개념을 정하는 것은 긴요하다. 의료행위는 그것이 투약이든 수술이든 생체에 특정의 상해를 주게 된다. 즉,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侵襲, Eingriff in den Körper)행위]이다. 일반인이라면 이런 행위 자체가 형법상의 범죄나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평가된다. 그러나 의사가 일정한 요건에 따라 이런 행위를 하게 되면 정당한 일로 인정된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생체에 생긴 병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험 대 위험]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환자에 생긴 병적 상태는 이를 방치하면 고통이 있거나, 사회적 활동에 제약을 주거나, 또는 특정의 자연 치유를 제외하고는 그 상태가 더욱 악화하여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것은 진행성의 위험으로 인정되며 의료의 개시는 이 병적 상태이다. 그러나 의료행위 자체에도 위험이 따르므로 결론적으로 더 큰 위험을 구하기 위하여 그보다 적은 위험을 수반한 행위로 도전하는 것이 의료행위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차적 위험을 가리켜 "허용된 위험"이라 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이들 행위가 정당한 업무행위로 인정되는 것과 그 구체적인 행위에 과실이 인정되고 인과관계가 인정될 때에는 법적 책임은 부정될 수 없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의료법 제25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등]에 의하면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문의 취지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에 바탕을 둔 일정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의료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나. 의료행위의 적법성 의료행위 적법성의 근거에 관하여는 상해죄설(위법성조통설이다. 의료행위는 생체에 대한 침습이라는 면에서 상해죄에 해당하지만 치료 목적의 행위이며, 환자의 동의가 있다는 것에 의해 정당한 업무행위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阻却)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하고, 민법상 불법행위로서 배상 책임을 진다. 따라서 의료행위가 정당한 업무행위로 평가받으려면, ①치료 목적으로, ②환자의 동의를 얻어, ③의학적으로 적응되고 의술적으로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⑴ 치료 목적 의료행위는 상병의 예방, 진단, 치료라는 의학의 근본 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하므로, 주관적으로 이와 같은 넓은 의미의 치료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치료의 효과가 있더라도 치료의 목적이 없었다면 의료행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실험적으로 새로운 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외형적으로는 의료행위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험적 행위로 의료행위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 미용성형수술, 피임 시술, 불임증 치료 등은 진행하는 병적 상태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의료행위가 불가피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치료목적은 아니지만 시술을 받고자 하는 희망이 있고 동의가 있으므로 법적으로 승인되며, 엄격한 의미의 의료행위라 할 수는 없으나 의료기술의 시행방법으로써 행하여지고, 그 행위에 따른 부작용이나 합병증 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치료행위의 범주에 넣어 의료행위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만 환자의 의사결정이 일반적인 의료행위보다 더 중요하고 따라서 의사에게 설명의 의무가 한층 더 강조된다. 한편 치료의 목적은 의료행위의 주관적 정당화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목적의 달성 여부가 의료행위의 적법성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즉, 의료행위가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더라도 다른 요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위법 하다고 할 수 없다. ⑵ 환자의 동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의료행위는 항상 위험을 수반하므로 환자는 의료행위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현재의 증상, 그 정도, 방치하면 얻게 될 불이익과 치료를 하면 얻을 이익,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과 같은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과거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타당하다면 의료행위는 전적으로 의사의 전권(專權)이라고 생각하였으나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환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환자의 동의는 의료행위 정당화의 적극적 요소로 되었다. 환자의 동의라 함은 현실적으로 명시되는 것뿐 아니라 묵시적 동의(默示的 同意)나 추정적 승낙(推定的 承諾)도 가능하다. 또 긴급한 상황처럼 구체적 사정에 따라 설명이나 동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의술의 준칙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가장 이익이 되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환자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⑶ 의학적 적응성과 의술적 적정성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하므로 그 시술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를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의학적 적응성(medical indication)이라 한다. 또 의료행위는 의학적으로 승인된 방법으로 시행함으로써 의술적 적정성(medical righteousness)을 갖추어야 한다. 의술적 적정성을 평가할 때에는 그 당시와 환경의 의료 수준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의료 수준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 실험적인 단계에서 어떤 의료행위가 발표되면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추시되는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하여 그 효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면 비로소 의료에 널리 이용되는 일반화된다. 이를 쉽게 설명하자면 연구실험의 결과를 학회지 같은 전문적인 학술지에 보고하여 추시하는 단계에 이르고 그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의료 환경으로 보면, 일반의와 전문의의 능력이 다를 것은 자명하고 따라서 적정성은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 또 같은 전문의라도 최소한의 시설을 갖춘 개인 의원에 종사하는 의사와 좋은 시설과 인력을 갖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에게 요구되는 적정성은 달라져야 한다. 이를 local rule에 따른다고 한다. 다. 의료행위의 특성 ⑴ 위험내재성(危險內在性)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고 따라서 이러한 위험은 환자 개인은 물론 인류 공동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하여 [허용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으므로 생략한다. ⑵ 예측곤란성(豫測困難性) 인체는 기계와 달리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특성을 지니므로 질병도 실제의 병증과 나타난 증상이 다른 경우도 있고,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에 대한 요법도 그 개체가 가진 다양한 차이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개체 특성의 분산이라고도 함). 따라서 의료행위에는 의학의 원칙이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면이 있고, 그 개체간의 차이는 아직 현대 의학으로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므로 각 개체에 대하여 의료행위를 적용할 때에는 확실한 예측 없이 "일단 해 보아야 알 수 있다"는 다소의 실험적인 요소(실험성)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⑶ 불회피성(不回避性) 의료법 제16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의하면 의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규정을 적용할 것까지 없이 의사는 사회적인 사명에 의해 본질적으로 병적 상태인 생체(환자)를 만나며, 나아가 찾아내려는 위치에 있다. 의료행위를 계약의 개념으로 정리하면, 의사와 의료기관은 계약의 자유에 속하는 당사자 선택의 자유를 갖지 못한다. 게다가 의료행위는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치료행위는 질병이나 손상 등 다양한 병적 상태라는 불완전의 전제조건에서 시작하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회피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의료사고를 다른 종류의 인신사고와 같게 평가할 수 없다. 흔한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교통사고에서는 일단 건강한 생체가 한순간 운전수의 과실로 그때부터 상해나 사망의 결과를 얻게 된다. 이에 비하여 의료사고의 경우에 이미 병적 상태에서 시작하고 동시에 선택하는 의료행위도 안전한 행위는 아니다. 더욱이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를 위한 행위이고, 운전은 "운전자"를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법은 때로 판례로써 "최고, 최선의 치료"라던가 "완전한 진단, 치료를 행할 의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의학은 절대로 완전할 수 없다. 의학이 부단하게 진보한다는 것 자체가 의학의 실천인 의료가 완전할 수도 절대적일 수도 없다는 좋은 증거이다. 치료 행위도 항상 진행하거나 변하는 생체의 반응을 고려하여 선택적이고 유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의사에게 치료행위의 회피가 허용되지 않지만, 치료의 대상인 환자측에서도 스스로 행위를 선택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지는 일이 많다. ⑷ 감행성(敢行性) 일반적으로 과실은 그 전제로 주의의무가 있다. 즉,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할 의무(예견 의무)와 그런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피할 의무(회피의 의무)이다. 이런 의무가 있는데도 주의 능력이 부족하여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그 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평가한다. 치료행위에서 과실도 기본적으로는 같다. 치료행위 자체는 커다란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그보다 적은 위험을 포함한 행위로 개선한다는 도전일 뿐이다. 그러나 행하지 않아서<不作爲> 위험이 커지는 것과 행함으로서<作爲> 발생하는 위험이 대비되는 때에 항상 후자의 정도가 낮다고 할 수는 없으며, 또한 의료행위에 의한 사고라는 불이익은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질병에는 진행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의료행위와 질병은 서로 길항(拮抗)-경합(競合)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진행 과정에서 의료행위를 중단하거나 지연하면 환자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므로 적절한 시기에 일정한 조치를 착수하고 완료하여야 한다. 예컨대 산후 "이완성 출혈"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지혈할 수 없으면 마지막으로 [자궁적출술]을 고려해야 한다. 그냥 두면 물론 사망을 면치 못하겠으나, [자궁적출술]에도 위험이 따르므로 수술을 하는 것이 오히려 사망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의사로서는 최후의 가능성에 걸어 수술을 감행함으로써 "이완성 출혈"로 사망한다는 악결과회피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적으로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의 결과 발생이 당연히 예견되므로 법적 의무(위험한 결과를 회피할 의무)로서 치료행위를 해야 한다. 이처럼 회피의무로서 행하는 치료행위에도 수술에 의한 침습으로 말미암아 사망을 앞당길 위험 발생의 가능성도 동시에 예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악결과회피의무 행위가 동시에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사실도 예견해야 한다. 이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최후의 선택으로 감행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감행성도 처치를 회피할 수 없는 의사의 행위를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한다. ⑸ 이율배반성(二律背反性) 치료행위에 대하여 생체의 병적 증상과 치료에 대한 반응은 무척 다양하며 대상이 인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예견한 것처럼 결과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동시에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하나의 치료행위에는 동시에 위험을 회피하여야 할 의무도 따른다. 예컨대 미숙아에서 산소 요법이 사용되기 시작할 때에 산소의 농도가 높거나 투여기간이 길면 "망막증"에 의한 실명이 발생할 수 있고, 산소 투여를 적게 하거나 하지 않으면 뇌성마비의 후유증이 생기거나 사망할 수 있다. 이 때에 기본적인 문제는 환아의 미숙성(immaturity)이며, 산소 요법은 유발요인일 뿐이다. 어쨌든 산소요법은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지니고 시작되었다. 비슷한 예로 조울병과 자살의 결행에서도 같은 이율배반의 문제가 있다. 치료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환자가 회복기에 가까워지면 병에 대한 인식을 갖기 시작하여 조그마한 자극이 유인(誘因)이 되어 자살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다. 환자 치료 노력은 자살로 한꺼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통계에도 회복기에 자살이 많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의료사고 각각의 양태를 분석하면 이상과 같은 특이성이 각 예에서 단독으로 혹은 경합하여 내재하고 있다. 단순한 과실은 논외로 하고 구체적인 의료과오의 판단에 있어 이율배반성도 고려의 대상으로 중요하다. ⑹ 자유재량성(自由裁量性) 의료행위의 적부의 판단에서 마지막으로 들 것은 자유재량성이다. 판결에서 때로 "최고, 최선의 치료"라든가, "완전한 주의의무" 등의 표현을 본다. 그러나 "최고, 최선"이라는 표현은 매우 추상적이며, 문제는 그 내용이다. 또 "완전한"이라는 표현에서도 그 전제인 의무 내용이 바로 판단의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의사의 행위에 과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순서는 통상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먼저 당해 질환의 총론적이고 일반적인 부분을 증거에 따라 인정한다. 요컨대 교과서나 논문, 감정서 등으로 그 질환의 개념, 병태, 예후, 그리고 치료방법 등을 각각 시간대에 따라 인정한다.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각 사례의 임상경과 또는 수술 등에 관한 의무기록, 기타 문서, 증언 등에 의하여 인정한다. 담당의사의 지금까지의 지식 형성 과정과, 의사의 학력, 경력, 진료력을 마찬가지로 인정한다. 자유재량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여러 치료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 예컨대 수술의 술식, 마취 방법의 선택, 급변하는 상황에서 취한 행위 선택의 적부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총론적인 부분에 관한 사실은 교과서적으로 인정하기 쉽다. 그러나 교과서적 판단을 구체적인 행위의 판단 기준으로 단락적으로 적용하는 수가 있다. 교과서의 내용은 여러 가지 경우의 일반적 상황을 모두 고려하므로, 구체적인 사례를 판단할 때에는 임상의 실제를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쉽다. 재판관에게 임상 경험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임상의사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자의 증상을 얼마나 파악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를 가능한 재현하여 과실 여부를 다투어야 한다. 자유재량성이 인정되는 근거에는 병태의 다양성, 진행의 정도, 환자의 인격 등이 관여한다. 재량을 가지고 조치를 선택하여야 다양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치료목적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료계약을 실시(實施)하는 일에는 그 당시 의학 수준에 맞추어 고도의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반면에 의사에게는 어느 정도 임기응변의 자유재량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원칙적으로 의료행위의 자유재량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당시의 의료수준에 따라 판단하였을 때에 범위를 뚜렷하게 벗어났다면 자유재량이라는 주장도 인정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2. 의료사고의 증가 요인 의료사고는 실제로 의료인의 과오나 과실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의료과실로 생긴 의료사고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듯하다. 앞에서 설명한 의료행위 자체의 특성 때문에 의료인에게 과실이 없는데도 (실제로 과실이 없거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기는 사고, 즉 무과실 사고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전체 의료사고 가운데에 무과실 의료사고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을 뿐더러, 과실의 여부는 단순히 과학적으로만 결정할 수는 없고 과실의 기준이 사회적으로 또는 시공간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 여기에서는 과실에 의한 사고와 무과실 사고를 가리지 않고 다만 의료사고가 증가하는 요인에 대하여 약술한다. 가. 의료행위의 증가 의료행위 가운데 일정한 비율이 사고로 귀결된다면 의료행위가 많을수록 의료사고가 많아질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의료행위는 증가한다. 이는 의료인이 많아지고 의료기관이 많아진 것에도 기인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개인 소득이 늘어나고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한 이후에 의료비가 큰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의료가 일정한 사람만이 누리던 특혜가 아니라 모두에게 당연한 일반적 권리가 된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의료행위가 많아지므로 의료사고의 확률도 늘어난다. 환자 측에서 보면 전에는 이른바 "큰 병" 아니면 의료기관을 찾지 않았으나 요즈음에는 가벼운 질환에도 의료기관을 찾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성형수술이나 치아교정처럼 전에는 거의 없던 의료행위가 생기게 되었다. 심지어 쇼핑하듯 이곳 저곳을 다니며 여러 의료행위를 받는 경우가 생기며, 전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던 의료행위를 부담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의료인 측에서도 고가인 진단이나 치료의 행위를 쉽게 권유할 수 있게 되었다. 행위별 수가(酬價) 체계의 의료보험에 따른 부작용으로 의료기관은 의료행위를 늘일수록 수익이 증가되므로 의료행위의 증가로 이윤을 확대하려 한다. 이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당연하다. 특히 보험수가가 강제적으로 낮게 책정되었다면 더욱 그렇다. 나. 의료의 발전 의학은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따라서 예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치료 방법이 개발되었고, 못하던 수술을 하게 되었다. 또 전에는 일부 대학병원 수준에서나 가능하던 암 수술을 병원 또는 의원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 역시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가능하던 의료행위가 가능해진 만큼은 아니더라도 의료사고의 위험은 증대한다. 발전한 의료행위는 대개 새로운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근본적 치료 방법이 없던 선천성 심장 기형에 대하여 심장수술이 이루어진 시기는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선천성 심장 기형 수술에 따른 의료사고는 1980년대 후반에 처음 나타났다. 다. 의료인 측의 문제 의료인의 자질이 떨어졌다고 한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은 아닐지라도 일부 수긍하여야 할 부분은 있다. 전 사회적으로 도덕이 땅에 떨어진 이 마당에 의료계라고 해서 성역은 아니다. 의료인 가운데 일부에 금전 만능의 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이나 의료인이 마치 특별한 권능을 지닌 것인양 착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도 10년 전만 하더라도 14개 의과대학이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나 현재 의과대학이 41개 있고 입학정원으로 계산하여 일년에 3000명이 넘는 가까운 졸업생이 배출된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많아지면 자연히 경쟁적인 관계에 놓이게 되고 불필요하거나 무리한 의료행위가 늘어날 것이다. 한편 의학교육은 지식 전달을 주요 교육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의학교육 기간은 엄청나게 늘어난 지식을 전달하기에 부족하다. 그런 터에 수기와 태도 교육은 뒷방 신세였다. 수기 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태도와 인성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미흡하다. 의사국가시험에서도 지식만을 평가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 관계에서 미숙한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의료분쟁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인데도, 이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라. 환자 측의 문제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측의 정보 제공과 협조가 없으면 완벽한 의료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를테면 복통이 있는 여자 환자에서 자궁외임신을 의심하여 월경력을 물었음에도 이를 개인적 이유로 거짓으로 대답하면 자궁외임신을 진단하고 치료하기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진다. 또 마취를 위해 수술전에 금식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이를 어겨 전신마취 도중에 구토를 일으켜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환자의 무분별한 의료 요구도 의료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3. 의료분쟁의 증가 요인 가. 의료에 대한 권리의식 증대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의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자의 행위로 인식되었다. 원시사회에서는 초월적인 존재와 교감이 있는 마법사(shaman)가 의료를 담당하였다. 이런 의식이 오랫동안 남아있다. 한 예로 아직도 "용한 의사"나 "명의"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여기에는 의학이나 의술의 훌륭함 이외에 주술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행위는 환자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초월적인 존재와 그의 대변자인 의자(醫者)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를 [위임의료(委任醫療)] 또는 [의료부권주위(醫療父權主義), 의료온정주의(醫療溫情主義, paternalistic)]라 표현하기도 한다. 의료는 더 이상 신비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의료는 [계약의료(契約醫療)]가 되었으며 의료행위에서 환자 측의 결정이 더 중요한 [환자주권주위(患者主權主義)]가 되었다. 또 의료는 특별한 사람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되어, 질병이 있는 사람이 있어 "마지막으로 의사한테 한번 보이기라도 하면 여한이 없겠다."가 아니라 "당연히 치료받고 나아야 하겠다."가 된 것이다. 따라서 의료행위의 결과로 원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한 권리의 침해로 여기고 권리 침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의료에 대한 정당한 권리 의식의 증대는 비난하기는커녕 환영하고 장려하여야 할 시민의식의 성숙이다. 다만 일부의 의사들이 이를 부정하며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며 의료분쟁의 모든 "원인"으로 치부하는 것과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의 이런 권리의식의 성숙에 비하여 의료에 대한 이해가 뒤따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더욱이 "의료의 결과가 나쁘면, 반드시 의료과실이 있다"는 식의 부정적 반응이 커지고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 나. 의료의 전문화와 대형화에 따른 탈개인화 의학이 발전하고 의술이 발달하였으며 환자도 다양하여 한 의사가 그 모든 지식과 기술과 장비를 갖추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으며,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서도 전문의가 생겼고 종합병원이 생겼다. 의료측에서 보면 전문화될수록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하여 무관심해지고, 자칫 환자를 전인적(全人的, holistic)인 개체로서 대하지 못하고 단순히 질병의 숙주(宿主)로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덜 전문화되고 덜 대형화되었을 때는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의료가 발전할수록 환자의 정서적인 면이나 윤리적인 면 또는 인격적인 면이 소홀해지기 쉽다. 이를 불러 의료의 탈개인화(deindividualization)라고 한다. 예컨대 환자는 큰 병원에 가서 어느 과에서 진찰을 받아야 할 것인지, 누가 진찰할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환자는 알고 싶어하지만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환자는 자신의 중요한 몸을 누구에게 어떻게 맡긴 것인지를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자연히 환자는 개인적인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되고, 때로는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 듯한 (비인간화, dehumanization) 느낌이 들어 강한 방어 본능이 작동하고, 따라서 환자가 스스로 결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거나 사고가 생기면 거의 반사적으로 불만을 표하거나 다툼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 사회적 불신감 팽배 최근에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감의 한 현상으로 마치 의사는 단지 수익을 위하여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뿐이고 환자는 의료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당연한 의료행위를 받는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되었다. 즉, 의료가 단순한 상술(商術)로 전락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의료의 탈개인화와 같은 면이 이런 측면을 부추기고 있고, 그런 의식을 가진 의사도 없지는 않으나 의료는 단순히 계약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불신감 때문에 의료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인술(仁術)적인 면마저도 부정되어 자신의 불이익은 원인이 무엇이든 반드시 충분히 보상받아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의료의 입장은 부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마저도 불신하여 분쟁을 일으킨다. 라. 감정 기구의 부재 일단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사고의 원인이나 상황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조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의료측에 있다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의료측에 과실이 없다면 피해에 대한 보상을 오로지 의료인에게 지울 수는 없다. 의료사고로 분쟁이 생겼을 때 과실의 여부를 평가하기에 환자측은 많은 약점이 있다. 우선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 의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하여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지식의 편재), 의료행위가 대부분 환자측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며 (밀실성), 의료행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자료가 바로 분쟁당사자인 의료인에 의해 작성되므로 (자료의 제한), 환자측은 항상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또 의료행위를 수사하거나 판정하여야 할 경찰관, 검찰, 법관도 역시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하므로 판단에 어려움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어떤 기구가 있어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의료사고에 대하여 공정한 평가를 내리고, 평가에 따른 처벌이나 보상의 기준을 정한다면 비록 사고가 생기더라도 분쟁이 덜 생길 것이고 분쟁이 생기더라도 이성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구의 구성원에는 의료인이 반드시 들어간다. 감정기구의 구성원인 의료인은 의료사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출 것은 물론이고, 자칫 "초록은 동색"이라 의료인에 편들 것이라는 염려를 불식하도록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의료인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환경은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 보상이나 배상제도의 부재 의료인에 과실이 있든 없든 일상적인 의료에서는 생기지 않는 나쁜 결과가 생겨 환자에 사망이나 장애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면 보상을 받아야 한다. 국민복지라는 차원에서 그렇다. 그런데 우리 나라 현실에서 이와 같은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정해진 제도가 거의 없다. 예컨대 예방주사를 맞고 사고가 생겼다면, 그리고 그 사고에 의료과실이 없다면, 사고에 대한 보상은 나라가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나라에서는 어떤 전염병이 창궐하는 일을 막기 위하여 강제적으로 국민들에게 예방주사를 맞도록 한다. 그런데 어떤 의료행위도 그러하듯이 예방주사에도 위험이 따르므로 사고가 생긴다. 이런 사고에 대해 나라가 보상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이나 국민은 두려움 때문에 예방접종을 피하게 되고 그러면 전염병이 확산된다. 결국 예방접종에 따른 피해보다 전염병으로 생긴 피해가 더 크다면, 나라는 예방접종을 강제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이에 따른 피해는 나라가 보상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나라의 의무이다. 그래서 1994년에 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여 보상에 관한 규정을 추가한 것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예방접종에 따른 무과실 의료사고에서는 분명한데, 의료과실이 있는 의료사고는 어떠한가? 과실이 있는 의료인이 전적으로 배상을 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부담 때문에 의료인은 위험한 의료행위는 삼가게 되고 결국 사회적으로는 원치 않는 의료위축이 생긴다. 그 예로는 현재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설혹 의료과실이 있다면 그 위험은 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이 같이 부담하여야 한다. 즉, 보험과 같은 제도가 있어 의료인의 과실이 있더라도 그것이 고의가 아니라면 부담은 나누어지도록 하며 환자 쪽은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보상 또는 배상제도가 없는 우리 나라 현실에서 피해를 받은 환자 쪽은 의료사고에 대한 바른 감정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당해 의료인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의료사고에 대하여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이고, 보상제도도 없는 상태에서 당해 의료인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것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해도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당해 의료인한테 될 수 있는대로 많은 보상을 받고자 한다. 이러한 때에 이성적이지 못한, 폭력적인 수단이 사용되기도 한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고, 보상의 기준이 정해지면 그 평가와 기준에 따라 해결될 것이므로 분쟁(적어도 폭력을 쓰는)은 적어질 것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아직 분쟁이 없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서로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적으므로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데도 분쟁이 사회적으로 문제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Ⅳ. 의료분쟁의 해결 1. 분쟁 해결의 이상적 목표 의료분쟁의 해결이 지향하는 이상(理想)은 대개 다음과 같다. ① 환자 이익의 보호: 환자를 의료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일단 의료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환자의 피해를 최대로 전보(塡補)하여 구제한다. ② 의료측 이익의 보호: 건전한 의료의 자유를 보장하고 의료인의 명예를 보전하며 경제적 압박을 방지한다. 그럼으로써 "방어진료"나 "의료 위축"을 예방한다. ③ 사회적 손실의 예방: 의료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책임귀속의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의료사고로 인한 손실은 궁극적으로는 불행한 사회적 손실이므로 이를 방지한다. ④ 대결적 분쟁의 극복: 일단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당사자가 적대적 분쟁 양상으로 대결하지 않고 상호 이해와 양보 및 정의 관념으로써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2. 분쟁 해결의 상황 의료분쟁의 해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또 분쟁의 대상인 사실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분쟁의 원인이 단순한 감정적인 것이라면 쌍방의 대화를 통하여 해결할 수도 있고 제삼자가 중개하여 해결되기도 한다. 의료측에 객관적으로 분명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어 일찍 해결된다. 합의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고 앞으로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함으로써 분쟁을 마칠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히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의료수준, 의료 환경, 환자의 병세와 진행상태, 환자의 체질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관련되어 쉽게 인과관계나 과실을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대부분의 의료분쟁에서 의료측이나 환자측이 서로 납득하지 않아 해결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한 의료분쟁의 처리 유형은 표3, 표4, 표5 그리고 표6과 같다.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해결하는 율이 높으며, 사법적인 해결로는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형사소송의 비율이 높은 것은 주의할 만하다. 표 3. 의료분쟁 처리 유형 (1987)
표 5. 의료분쟁의 처리 현황
의료측이 환자측의 비합리적인 (폭력적인) 요구,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장기간의 재판, 비용 부담, 정신적 부담 때문에 안이하게 환자측이 원하는 금전 배상을 쉽게 승낙한다면, 비록 분쟁은 일찍 끝낼 수 있어 당해 의사는 편할지도 모르겠으나 필요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여야 하며, 분쟁에서 비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면 더 많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을 퍼뜨려 의료분쟁을 합리적인 방법보다는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더 나아가 사회의 정의나 도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유도하게 된다. 의료측에는 방어의료 또는 의료위축의 결과를 낳아 결국 국민의 건강한 생활이나 공중 보건 분야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의료분쟁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중에는 의료위축이나 부단히 진보하는 의학의 발전 저해는 방지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분쟁의 해결 방법은 소송에 의한 방법과 소송외적 방법이 있다. 소송에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있고 소송외적으로는 화해(합의), 조정 등이 있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대한의학협회 공제회에 접수된 1,977건의 의료분쟁의 유형별 현황은 표5와 같다. 3. 분쟁 해결의 방법 가. 형사소송 우리나라에서 의료분쟁 해결의 특징은 민사 절차보다는 수사기관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커서 형사고소 비율이 민사소송보다 약 10배이다 (표4, 표6). 그러나 의료사고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는 예는 매우 적다 (표7). 검찰에서 1987년-1989년의 3 년 동안 업무상과실치상으로 접수한 의료과오 사건 413건과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409건 중에 기소율은 각각 6.7%와 9.1%로 일반적인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의 기소율 48.3%(1989년)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 특히 수사의 결과 [혐의 없음]으로 판단된 것이 약 80%로 다른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의 무혐의율 36.2%(1989년)에 비하여 뚜렷이 높다. 기소한 사건 가운데 공판을 구하기보다는 약식기소가 많으며, 무죄율도 6.2%로 높은 편이며, 유죄 판결 중에도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①의료과오에 대한 입증의 곤란성과 ②의료분쟁의 고소 남발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표 7. 의료분쟁의 형사사건 무혐의율과 기소율
이윤성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2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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