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저류조 없는 한국의 대심도빗물배수터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미국 시카고는 50년 전 건설
시카고는 대심도 터널과 3개의 대형 저류저수지
한국은 대형 저류저수지 없이 한강으로 직접 방류
2025년에도 가뭄과 더불어 집중호우에 대한 피해예방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강수량을 전제로 댐 중심의 물 공급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변동성과 가뭄, 홍수 발생 빈도의 증가로 인해 기존 물 인프라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22년 8월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강남등 반포등 여러 곳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오세훈 시장은 강남역 등 침수취약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9월 서울시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에 2027년까지 설치하는 1단계, 사당동‧강동구‧용산구 일대에 2032년까지 설치하는 2단계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계획은 11년 전 오세훈 시장시절 대심도 터널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박원순시장이 집권하면서 이 사업은 백지화 되었다. 박시장의 기술자문 전문가로 나선 정치적 경향의 학자와 이를 배경으로 한 NGO의 반대로 무참하게 무산되었다.
다만 홍수발생 우범지역이던 신월동에 국내 1호로 빗물배수터널만 어렵게 건설하였다.(담당 신용철팀장, 현 경동엔지니어링 근무)
신월 배수저류터널은 지하 40m 깊이에 목독 빗물 펌프장에서 신월동 방향으로 4.7km에 이르는 지름 10m 터널이다.
그 결과 개통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년 8월의 대규모 집중 폭우에도 신월동 일대는 침수 피해에서 해방되었다.
2010년 9월 서울 물난리에서는 3명이 목숨을 잃었고 강서구와 양천구에서만 6000여개 건물이 물에 잠겼었다. 2011년 7월에는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서울에서만 폭우로 22명이 사망한바 있다.
이같은 지하 빗물배수터널을 신월동을 출발로 하여 강남역,사당역,길동,광화문,망원동일대에도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통계를 통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진단으로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려는 국가적 계획이 정치권과 단순 논리의 일부 NGO에 의해 국가 재난 사업이 허무하게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여 재난방지의 물관리를 저해하는 것이 한국형 괴질이다.
상하수도학회장을 역임한 한남대 김건하교수가 연구한 내용을 보면 미국 시카고시는 강우 유출수가 Michigan 호수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Tunnel and Reservoir Plan(TARP)을 수립하여 대규모 물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이는 시카고와 51개 교외 지역을 포함하는 약 971 km²의 합류식 하수관거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우유출수와 하수를 처리하는 물 인프라이며 1970년도부터 건설이 시작되어 38.4억 USD(약 5.5조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입되었다. 한국보다 50년이나 앞선 수자원 관리시설이다.
TARP는 지하 46∼107 m 깊이에 총연장 110.4 마일(176 km)의 대심도 터널과 3개의 대형 저류 저수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집중호우 시 발생하는 과도한 유출수를 신속히 수집하여 하수처리장으로 이송하며, 처리된 물은 안전하게 방류되거나 재이용된다. 특히 강우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약 85%를 차집하여 처리함으로써 시카고시의 주요 식수원인 Michigan 호의 수질 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TARP 시스템은 4개의 주요 터널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Mainstream 시스템(65.2 km, 4.54백만 톤), Calumet 시스템(59.1 km, 2.38백만 톤), O'Hare 시스템(10.6 km, 0.26백만 톤), Des Plaines 시스템(42.8 km, 1.59백만 톤)이며, 터널 직경은 2.4 m에서 10.1 m까지 다양하다.
저수지 시설은 Gloria Alitto Majewski 저수지(113만 m3), Thornton 저수지(1400만 m3), McCook 저수지(3800 만 m3)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저류용량은 6,800만 m3에 달한다. (신월 대심도터널 최대 저수용량 32만 m3 ,강남역 사업비 5386억원, 광화문 3,298억원, 도림천 지하방수 사업비 5005억원)
미국은 시카고 뿐 아니라 밀워키, 시애틀 등이 NMC를 준수하기 위한 물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싱가폴 DTSS 또한 미국 건설사가 설계 시공하여 같은 개념을 적용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설계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 그 예로 UAE의 Abu Dhabi를 들 수 있다.
Abu Dhabi는 폭우로 인해 발생하는 강우유출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STEP(Strategic Tunnel Enhancement Program)을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건설하고 있다. STEP은 대규모 물 인프라 확충 사업으로 대심도 터널과 집수 터널 시스템을 도입하여 강우유출수는 대심도 우수터널로 수집된 뒤 하수처리장으로 이송되며, 전량 하수처리 후 재이용되거나 방류된다. 이 프로젝트는 하수처리 용량을 기존 150만 ㎥/일에서 300만 ㎥/일로 두 배로 확대하여, 하수 재이용수를 농업 및 비식수 용도로 활용함으로써 물 자원의 순환과 재사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심도 우수터널은 총 길이 41km로 설계되었으며, 사업비는 약 40억 달러(5.8조 원)에 이른다. 하수 재이용수를 농업 및 도시 비식수 용도로 공급하기 위한 도수터널은 총 길이 43km로 설계되었으며, 사업비는 약 20억 달러(2.8조 원)이다. 또한, 지하 펌프장 및 하수처리장 시설 확장에도 각각 20억 달러(2.9조 원)와 30억 달러(4.2조 원)가 투입되어 안정적인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빗물배수터널은 강남의 경우(강남역-신사역-한강) 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한강으로 유입되며(D 8.3m, L 3.1km), 광화문은 종로구 효자동 옥류동천에서 종각역 주변 청계천으로 방류한다.(D 5.5m, L 3.2km) 도림천 일대 빗물배수터널은(D 4.0-8.5m, L 5.2km) 도림천에서 보라매공원, 대방천, 보라매역을 지나 샛강역으로 방류하고 장승배기역에서 샛강역으로 방류하는 두 줄기 터널을 건설한다.
해외 거대 물 인프라 사례를 살펴 볼 때 ◂광역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물 공급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며◂.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위한 다변화된 수자원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고◂여러 수원을 연결하여 지역 간 물 공급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네트워크로 가뭄이나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강우유출수를 하수도로 직접 방류하는 대신, 대규모 저류 후 적정 처리하여 수질 보호와 도시 홍수 대응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고◂대체수자원의 활용을 지원하는 법적 제도와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 및 공공 부문이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조성하고◂하수재이용과 같은 새로운 물 관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미국 시카고의 대심도터널 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NEWater 및 해수담수화 시스템, 호주의 SEQ Water Grid 등은 기후 변화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합적이고 유연한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하수재이용과 해수담수화를 통해 물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심도터널을 통해 강우유출수를 단순히 저류한 후 처리 없이 방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는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하수처리장이 4개 지역에 있어 연계성이 부족한 것도 향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경영신문 http://ionestop.kr/ 한남대 김건하교수, 박남식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