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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용산 촛불 반상회 원문보기 글쓴이: ZEN!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마른 잎 다시 살아나 / 안치환
너희를 죽이고 가마. 용산 참사 열사들을 생각하며 - 송경동시인낭송
나는 네 번 죽었다.
첫 죽음은 이 자본주의 사회의 가난하고 평범한 이로 태어났다는 죄였다. 차별과 기회의 불균등 속에서 어린 동심을 죽이고 소년, 소녀의 꿈을 죽이고 청년의 가슴을 죽였다. 살아야겠기에 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이상과 이성과 용기와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내 스스로 죽여야 했다.
두 번째 죽음은 철거였다. 당신은 이 세상에 세들어 사는 '하찮은 이' 였다는 통보. 너는 이 세계에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이방인, 외지인이라는 딱지. 하늘과 땅 사이 어디에도 깃들 곳 없는 부평초 인생이라는 낙인. 쓰라린 가슴이 동굴 속처럼 텅 비었다.
세 번째 죽음은 화형이었다. 뿌리 뽑힌 주소지를 들고 살기위해 망루에 오르자 너희들은 세도 권리금도 필요치 않는 저 높은 저 하늘로 가서 살라고 이 땅에서 얻는 단 하나의 몸마저 빼앗아 훨훨 날아가 버리라고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4층 망루에 가두어 두고 아래에서 불길을 지폈다.
이렇게 세 번 죽임을 당하고도 나는 아직 죽지 못하고 네 번째 죽임을 당하고 있다. 오를 곳이라고는 저 하늘 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가족들이, 내 이웃들이, 내 동료들이 폭력집단이라 한다. 브로커라 한다. 분명히 나는 죽었는데 죽인 이는 아무도 없다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있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죽어서라도 가고 싶던 저 해방의 나라, 저 평등의 나라, 저 사랑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살아 투쟁 중이다. 죽은자에게 까지도 투쟁을 요구하는 이 부조리한 사회, 이 야만의 세계, 이 예의 없는 세계를 철거하기 위해... 철거당해야 할것은 벌거벗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뜨거운 3자연대가 아니라 너희들의 부정한 착취와 폭정과 공권력이라고...
오! 산 자들이여. 나는 죽어서도 투쟁한다. 죽어서도 이 세상을 용서할 수 없다. 죽을 수 도 없는 이 세상을 용서 할 수 없다. 내 아이야!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아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이웃들이여! 용서하지 말아다오! 내 동지들이여! 결단코! 결단코! 용서하지 말아다오!
시를 쓰신 송경동 시인이 용산참사추모집회가 열린 청계광장에서 몸소 외워주시는... 아니 절규하시는 이 시를 다 듣고나서야 나는 "너희를 죽이고 가마" 라는 제목의 속뜻을 알아채고 몸을 떨었다. 역시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서 닦은 민중시인의 감수성이다. 제목 하나로 긴 시어들을 매듭짓는 이 단호함! 둘러 선 경찰들은 "너희를 죽이고 가마" 라는 제목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도 송시인의 절규를 매듭짓는 "너희를 죽이고 가마" 라는 제목이 주는 이 섬뜩함을... 용산참사의 공범들이 온전히 알아 듣는다면 그들의 삶은 악몽이 될 것이다. 투쟁의 현장에서 꽃잎처럼 죽어간 모든 열사들의 마지막 의지다 "너희를 죽이고 가마!"
삶의 망루에 서서 ㆍ도대체 누가, 무엇을 보상해줄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이 땅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가진 게 없는 자들은 어차피 이방인들일 뿐이었다. 민들레 홀씨처럼 조그만 짐보따리들을 이고지고 평생을 떠돌다 끝내 정주하지 못하고 떠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이 지구에 잠시 세들어 사는 사람들. 어떤 시인처럼 이 세상에 잠시 소풍 왔다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라도 편할까.
★ 거리의 시인 송경동 인터뷰 <사람세상> ★
“내 시가 걸레나 휴지가 되어도 좋아요.” 온몸으로 시를 쓰는 ‘거리의 시인’ 송경동
너희가 쓰다버린 850만 비정규직 쓰레기인간들에 대해 노래해야 하고, 일손을 빼앗긴 350만 농민의 시퍼런 절망에 대해 노래해야 한다. 미군기지에 밀려 다시 세 번째 생의 이주를 앞두고 있는 팽성 대추리 노인들의 얼굴 위에 너희들이 늘씬 퍼부어주던 포탄 선물을 받으며 피투성이로 울부짖던 이라크 아이들의 얼굴을 겹치며 다시 나는 거리에 서서 분노와 증오로 피 어린 시를 써야만 한다 -‘한미FTA는 내 시도 빼앗아간다’(송경동, 2006)에서
아름답다고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해방된 사회를 가질 수만 있다면 거리에서 보낸 오늘 하루 나의 젊은 날도 헛되지만은 않으리’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히틀러)에 대한 경악이 내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 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송경동 시인이 쓴 시가 그 어느 서정시보다 우리들 마음을 애절하게 울리는 건,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요?
[출처] 거리의 시인 송경동 인터뷰-<사람세상>(전태일기념사업회 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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