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방위병 출신입니다. 1994년 어느 날, 신병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신병은 자대 배치를 받은 후 대기 상태라 저희는 아직 신병들의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 오전 점호 때 중대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니들, 신병 들어온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어제 대대장님이 신병들하고 면담했는데, 신병교육대에서 뭘 가르쳤는지, 글쎄 이 얘기들이 계급 순서도 모른단다. 신병들 배치되자마자 계급 순서부터 좀 확실히 가르쳐라,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병이 내무반에 들어왔습니다. 분대장이 신병들을 보고 그러더라구요. "니들, 진짜 계급 순서 모르냐? 그거는 군대 안 간 사람도 다 아는 상식 아니냐? 여태껏 뭐 했냐?"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휴, 얘들아! 신병들은 내가 가르칠 테니까 작업 갔다 와라." 분대장은 작업 나가는 게 싫어서인지, 자기가 직접 내무반에서 신병들을 가르친다고 하고는 저희를 작업중에 보냈습니다.
작업하다보니 어느 덧 퇴근 점호 때가 되었습니다. 퇴근은 역시 방위의 꽃 아니겠습니까. 빠른 퇴근을 위해 퇴근 점호를 앞두고 오와 열을 맞춰서 서 있었는데, 잠시 후 중대장님이 무척 화가 난 표정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오늘 어떤 놈이 신병들 계급 순서 가르쳤어?" 중대장님의 화난 목소리에 우리는 아무런 대답을 못 하고 서 있었는데 계속되는 호통에 분대장이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야, 또 너냐? 선임이라는 자식이 군대가 장난이야? 소집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벌써 민간인 행세냐?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우리는 영문을 몰랐습니다. 왜 그렇게 중대장님이 분대장한테 화를 내는지, 중대장님의 큰 소리는 계속됐습니다. "너, 나 대대장님께 깨지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너 때문에 내가 대대당님한테 얼마나 깨진 줄 알아?" 분명 우리는 신병들이 대대장님 앞에서 계급 순서를 제대로 못 외웠기 때문에 중대장님이 깨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갑자기 중대장님이 신병 중 한 명을 부르더군요.
"야, 신병!" "이병! 아무개!" "나와서 계급 순서를 읊어봐. 아까 대대장님 앞에서 했던 그대로 읊어!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신병은 계급 순서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중대장님이 왜 이렇게 화가 나셨고, 대대장님께 깨졌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병, 아무개 계급 순서 외우겠습니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신병의 목소리는 무척 떨렸지만, 시작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말을 못하더라고요. "멈추지 말고 계속 안 해?" 중대장님의 불호령에 신병은 이어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중위, 대위..." 거기서 또 멈추더라구요. " 한 번만 더 멈추면 니들 선임들 오늘 다 가만 안 둘 줄 알아? 계속 시작!" 그 밀에 신병은 다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중위, 대위 ... 바, 바, 방위." 헉! 우리가 잘못 들었나요? 방위라니요? 우리의 표정이 사색이 되자 신병은 다시 외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나 중대장님이 다시 화를 냈습니다.
"뭐해? 멈추지 말고 계속해!" "소령, 중령, 대령... 전령." 이럴 수가? 이번에는 전령? 전령이요? "소장, 준장, 중장, 대장... 짬장." 아! 짬장. 이건 군기교육대 감 아닌가요? 이걸 대대장님 앞에서 했다니. 분대장이 신병들한테 장난 좀 친다고 가르쳤던 것을 순진무구한 신병이 곧이곧대로 머릿속에 입력해 대대장님 앞에서 외웠던 겁니다. "이병, 처음부터 다시 외운다. 실시." 중대장의 말에 신병은 거위 울며 겨자 머기로 계급을 다시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소위, 중위, 대위, 방위... 소령, 중령, 대령, 전령... 소장, 준장, 중장, 대장, 짬장..." 그리고 잠시 후 우리 분대장은 완전 군장을 한 상태로 나타나 연병장을 밤새 돌았답니다. 구호는 이거였답니다.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소위, 중위, 대위, 방위, 소령, 중령, 대령, 전령, 소장, 준장, 중장, 대장, 짬장."
글 김성철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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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첫댓글 주 중반을 지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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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맹호
그럴듯 하네요 ㅋㅋㅋ
놀부짱님! 안녕하세요.
독자의 글입니다. 재미있는 애피소드죠. 맹호!~
옛날 군대생각나는 계급이군요 방위도 꽃방위라고도하고요
인천 월미도에서 같이군생활하던 방위병들이생각나네요
중국집아들이 야채을가져와 저녁근무시간에 야채넣고끊여먹던 라면생각도나고요
월미도 횟집에서 낙지 살짝가져와서 새벽에 쇠주안주로 배불리먹고부대에들어가서
아침밥도안먹고 잠을청했네요 월미도 군생활할때가 한참좋았네요 나는 분초장을했답니다
晩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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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점점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맹호
분대장이 장난을 심하게 했군요.ㅋ ㅋ
분대장이 밤새 연병장 돌 행동을 했어요.
대위 위에 방위라고 저들끼리 그러는거 저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