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절
부루나의 순교와 미륵불 세계
1 어느 날 황혼에, 부루나는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나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손쉬운 법을 하나 가르쳐 주소서. 저는 그것을 가지고, 혼자 조용히 있으면서, 방일을 떠나 공부하고 싶습니다."
"부루나여, 그러면 잘 들어라. 눈으로 보는 모양, 귀로 듣는 소리, 코로 맡는 냄새, 혀로 맛보는 맛, 몸으로 닿는 촉감, 모두가 뜻에 맞고 유쾌해서 탐욕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 만일 비구가 그것을 좋아해 거기에 집착하면 어떤 즐거움이 생긴다. 부루나여, 기쁨의 원인은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나는 늘 말했다. 그러면 너는, 이 손쉬운 내 가르침을 가지고 어디로 가서 살고자 하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 가르침을 받들고, 스나파란타로 가서 살고자 하나이다."
"부루나여, 스나파란타 사람은 사납고 흉악하다. 만일 저들이 너를 꾸짖고 모욕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때에, 스나파란타 사람은 착하고 어질기 때문에, 저를 주먹으로 때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부루나여, 만일 저들이 주먹으로 때린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때에, 스나파란타 사람은 선량하기 때문에 흙덩이나 몽둥이로는 때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부루나여, 만일 저들이 흙덩이나 몽둥이로 때린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때에, 스나파란타 사람은 선량하기 때문에, 칼로써 나를 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부루나여, 만일 저들이 칼로써 너를 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때에, 스나파란타 사람은 선량하기 때문에, 내 목숨을 뺏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부루나여, 만일 저들이 네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는가?"
"부처님이시여,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겠나이다.
'이 부처님의 제자는, 이 더러운 몸뚱이와 목숨을 싫어해서 자살하려고 했는데 나는 이제 그 하기 어려운 죽음을 얻을 수 있다'고."
"착하고 착하다! 부루나여, 너의 그러한 자제와 고요한 마음이면, 스나파란타에 가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네 마음대로 어디나 가라."
부루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기뻐하면서, 의발과 좌구를 단속해 가지고, 스나파란타로 향해 떠났다. 그곳에 도착하자 포교를 시작해, 그 해 안으로 각각 오백 명씩의 우바새ㆍ우바이를 얻고, 자기도 그 해 안으로 삼명三明을 얻었다. 그 뒤 얼마 안 되어, 부루나는 열반의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 때, 많은 비구들은 부처님에게 나아가, 부루나의 죽음을 사뢰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부루나는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스스로 법을 지키고, 그 법 때문에 자기를 불행하게 하지는 않았다. 부루나는 참으로 열반에 들었다."
2 부처님은 거기서 마가다 국을 두루 다니시다가, 잠깐 마트리야에 머무르시면서 비구들을 가르치셨다.
"비구들이여, 자기를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할 곳으로 삼으며,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할 곳으로 삼아, 거기에 머물러 살라. 결코 다른 것을 등불로 삼거나 의지할 곳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비구들이여, 비구가 만일, 열심히 바른 마음과 바른 생각을 지키고, 또 몸을 잘 관찰해서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떠나고, 감각과 마음과 법을 관찰한다면 그것은 자기와 법을 등불로 삼고 의지할 곳으로 삼는 것으로서, 남을 등불로 삼거나 의지할 곳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비구들이여, 두루 다니면서 수행할 때는, 조상의 지역으로 돌아가라. 악마는 틈을 엿볼 기회를 얻지 못하고, 너희들 공덕은 더 나아가리라.
비구들이여, 앞선 세상에는 백성들이 다 성질이 순박하고 진실하여 서로 속이거나 다투고 죽이고 하는 일이 적었다. 그러나 차츰 세상이 지내갈수록, 인구가 불어 가고 먹을 것은 적어지고 욕심은 늘어 가게 되었다. 그때 지혜롭고 복덕을 갖춘 거룩한 성자가 나타나서 좋은 법으로 세상을 바로 잡아 나가므로, 모두 편안하고 도둑이나 나쁜 짓을 하는 백성이 없게 된다. 이런 거룩한 성왕의 시대를 전륜성왕의 시대라고 한다.
이런 전륜성왕이 대를 이어 천하를 통치하다가 그도 오랜 뒤에는 백성은 사리사욕이 더욱 늘어 가고, 간사한 꾀로 속이고 다투며, 활과 칼로 죽이며 싸우는 짓이 일어난다. 그것은 서로 재산이나 여자나 권리나 영화를 다투어 빼앗기 위함이다.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모략하고 중상하고 싸우고 죽이는등의 죄악을 짓는 수가 많아지므로, 그 죄악의 갚음으로 세상엔 난리가 잦고 재앙이 많아진다. 사람의 얼굴은 사나워지고 몸은 약해 가고 수명은 점점 줄어진다.
무법과 사법이 성해 가므로 세상은 더욱 어지럽고, 복덕 있는 사람과 도 있는 사람은 숨게 된다.
이렇게 세상은 자꾸 쇠퇴하여지며 나중에는 사람의 목숨이 십 세가 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에는 이 세상에 생소ㆍ소젖기름ㆍ테라 기름ㆍ설탕ㆍ소금이 없어져 겨자가 제일의 음식이 될 것이다. 십선은 완전히 없어지고 십악만이 남아, 착한 일을 행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효도하지도 않고,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할줄 모르며, 남편도 섬길 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어미도 없고 숙모도 없으며, 스승의 아내도 없고, 어른의 아내도 없어, 개나 여우 같은 행동이 세상에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또 그들은, 서로 죽이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 어머니는 자식에게, 자식은 아비에게, 형은 아우에게, 누이는 동생에게 대해서, 마치 사냥꾼이 사슴을 만난 때와 같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이레 동안을 서로 '이 사슴을 보라, 이 사슴을 보라!'고 외치면서, 칼을 휘두르기 시작할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때에, 이 중생들 가운데에는 이 서로 죽이는 것을 싫어해서, 이레 동안을 숲 속이나 굴 속에 들어가 숨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레가 지낸 뒤에 그들은 나타나, 서로 보고 서로 안고 서로 축복하면서 '보라, 아직 살아 있다, 살아 있다!'라고 외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이 비참한 사실들은 모두 자기들이 악에 사로잡혀 있는 까닭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돌려 착한 일을 행하게 될 것이다. 착한 일을 행함으로써, 수명은 늘고 몸은 굳세게 되며 무법과 사법은 없어지고 탐욕과 성냄은 없어지며, 사견을 떠나 두 말과 거짓말이 그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서, 일찍 십 세로 줄어들었던 사람의 수명은 팔만 세로 늘어져, 처녀들은 오백 세에 비로소 시집가게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때에 이 인간 세상에는, 구함과 굶주림과 늙음 이 세 가지 병만이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염부제는 사람으로 가득 차, 갈대나 사라 숲처럼 번창하게 될 것이요, 지금의 이 바라나 도시는 케토마테라는 왕성이 되고, 그 나라의 왕 상카는 법을 따르는 왕으로서, 사방을 정복하고 칠보를 갖추어, 전륜성왕이 될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 왕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미룩불이 나타나, 지금의 나처럼 도를 이루어 법을 설하고, 수천의 비구를 거느리실 것이다. 상카 왕은 마하파나다 왕이 세운 제단에 올라가 큰 보시회를 베풀고 집을 떠나 미륵불에게 나아가 스님이 되어, 열심히 공부해 집을 떠난 목적인 도를 이룰 것이다.
비구들이여, 비구의 수명이 더 길어진다는 것은, 욕심과 정진과 마음과 생각의 네 가지 신족을 닦아서, 자기 생각대로 일겁 동안이라도 이 세상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구의 얼굴이 더 나아간다는 것은, 비구가 계를 지키고, 착한 일을 행하며 작은 죄에도 두려움을 볼 줄 알고, 공부에 부지런히 힘쓰는 것이다. 또 비구의 즐거움이 더 나아간다는 것은, 초선, 이ㆍ삼ㆍ사선에 들어가 정定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또 비구의 재보가 더 나아간다는 것은 자ㆍ비ㆍ희ㆍ사의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으로써 사방과 상ㆍ하의 사유, 온갖 곳을 채우고 사는 것이다. 또 비구의 힘이 더 나아간다는 것은 번뇌를 없애어 깨달음을 이 현세에 나타내는 것이다.
비구여, 세상에는 악마의 힘처럼 이기기 어러운 것은 없다. 그러나 비구는 착한 법을 가지기 때문에 이 악마의 힘을 이길 만큼, 그 공덕을 더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