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성에꽃 (최두석)
서민들의 한숨과 열정, 그 자취
픽사베이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최두석(1956~), 시인
새벽 시내버스, 창에 피어난 성에를 통해 추운 겨울날에도 각자의 삶을 피워내는 삶에 대한 서민들의 애정이 담긴 시이다.
버스에 앉아 그들이 남긴 숨결을 느끼며 삶의 정열과 막막한 현실이 피워낸 아름다움을 느낀다.
최두석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릉대학교(현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1991~1997)를 거쳐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계간 《실천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2007년 제2회 「불교문예작품상」, 2010년 제3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