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이 개인전 2018. 1. 6 - 2. 28 은평연세병원 (T.02-388-8114, 은평구 연서로)
구름 따라 흐르는 마음의 풍경Ⅱ
작가는 30여년 동안 전국의 산과 강 그리고 절을 순례하고 스케치하여 사실적이고도 진솔하게 화폭에 담아 금산사 대장전, 미륵사지 석탑과 보리수, 보림사
수각, 송광사 들머리 숲길, 진여문(眞如門), 천자암(天子庵)의 쌍향수 등 다수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화가 이정이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으로 은평연세병원 갤러리에서 ‘구름 따라 흐르는 마음의 풍경Ⅱ’전을 1월6일부터 2월28일 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30여 년 동안 전국의 산과 강 그리고 절을 순례하고 스케치하여 사실적이고도 진솔하게 화폭에 담아낸 것으로 알려 졌다.
“파란하늘 위로 아장아장 노니는 흰 구름을 따라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선경(仙境)같은 계곡에 다다른다. 나즈막한 바위에 살며시 앉아 속내를 훤히 비춰 보이는 맑은 물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가만히 가만히......어느듯 계곡의 물소리는 싱그러운 솔내음에 실려오는 바람소리가 되어 내 귓가에 잦아든다. 이런 시(詩)가 있는 자연속으로 물소리 바람소리를 따라 마음의 여정을 떠나고 싶다.”

지리산 함양 출생의 이정이 작가는 산과 강 그리고 산중의 절을 즐겨 찾는다. 작가의 눈에 비치는 산사는 선(禪)이 있고 시(時)가 있는 곳으로 하나의 거대한 수묵 담채 공간인 것이다.
이번 전시의 그림에서의 준법은 여릿하면서도 치밀하며 필법의 엄격한 통제를 통해 구현된다. 붓을 놀릴 때 흡사 호흡을 정지하고 그은 것처럼 극도의 신중성이 감지되기도 한다. 신중한 묘사에 치중하되 자연미를 살리려고 한 작가는 천자암(天子庵)- 곱향나무가 들려준 이야기, 진여문(眞如門)– 禪가에 지은 정자, 옛 향기가 배인 전각, 깨달음- 미륵사지석탑과 보리수, 보림사- 물위에 지은 정자, 금산사 나무아래서- 대장전과 석등, 흥국사 수각-물꽃이 피어나는 길, 백양사 뜨락에서- 석등과 배롱나무, 송광사- 들머리 숲길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작가에게 소나무로의 여행은 ‘삶의 근본을 찾아가는 것’으로 사람들이 사는 곳엔 항상 나무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는 소나무와 같이하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소나무는 한사람이 태어나면 솔가지를 금줄에 끼워 인생의 첫 걸음을 알리고 살아가는 동안은 가구와 음식의 재료가 되어 주며, 나이 들어 죽음에 이르면 소나무 관속에 들어 솔숲에 머물게 한다. 이렇듯 사람의 인생보다 긴 삶을 살아가는 소나무의 입장에서 그보다 짧은 생을 사는 다양한 형태의 인생(人生)을 바라보았다. 소나무를 통해 본 소나무와 사람의 삶을 생각해보고자 하였다.
이런 간절한 마음으로 작가는 소나무에 관한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솔바람 모임’에서 수묵담채화를 통한 소나무의 표현으로 우리 소나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일부를 내어준 소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았다”는 이 작가는 “생각이 깊으면 믿음이 되듯, 소나무에 대한 깊은 믿음으로 이전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사람이 머문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정겨운 산사와 소나무를 만나 그 곳의 현장스케치를 바탕으로 한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이정이 작가는 홍림회(弘林會) 대표이며 지난 2001년 ‘자연의 작은 숨소리’를 주제로 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후 ‘구름 따라 흐르는 마음의 풍경’ ‘돌샘에는 꽃이 피고 달이 뜨네’ ‘소나무가 되어 떠나는 여행’ 등의 전시를 열었다.

글 : 이정이(한국화가)
옛 향기를 담은 산사는 시(詩)가 되고, 그림(畵)이 된다
오랜 기다림에는 그리움의 시간이 존재합니다.
그 시간 속에는 멀고도 가까운 그리움의 거리가 있습니다.
여울지는 그리움의 거리엔, 시간이 머문 향기가 있습니다.
그 향기는 무던히 깊고도 오래된 산사에 배어 있습니다.
싱그러운 한줄기 바람은 옛 향기로 물들인
그리움 한 잎으로 나의 심중(心中)에 잦아듭니다.
내 마음에 고운 그리움 한 잎은 옛 향기가 베인 산사를 담아내는
아름다운 그림이 됩니다.

글 : 서성록(미술평론가, 한국미술품감정협회장, 안동대 교수)
“모든 자연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모든 사람이 보거나 느끼지 않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 자연은 눈과 귀와 깨닫는 마음이 있는 모든 이에게 말하고 있다.”는 반 고흐의 말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꾸준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것은 소망을 말하고 있다. 땅에 뿌려진 작은 씨앗들은 다가오는 추수의 커다란 소망을 지니고 있고 참새들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을 소망을 품고 있으며 언덕에서 솟아나 골짜기의 화강암 위로 큰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시냇물은 바다와 만날 소망을 품고 있다.

이정이 작가의 그림에서 나는 그런 소망을 본다. 암석 위에 자라난 한 그루 소나무는 고통스런 겨울을 잊고 다가오는 봄의 소망으로 부풀어 있다. 봄의 가슴 속에는 여름의 소망을 지닌다. 살아 있는 것에는 소망이 있으며 이 점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소망이 없는 것은 생명이 끊겼다는 것을 말하며 소망은 존재를 지탱하고 연속시키는 에너지가 된다. 이외에도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 생명력, 신비로움, 잔인함 등등, 이것들 역시 중요한 부분이겠으나 소망만치 자연의 본성을 잘 말해주고 있는 부분도 없을 것이다.
-소망의 자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