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라는 은밀하고 신비로운 시간 속에 숨겨진 상상의 풍요로움을 길어 올린 이 작품은 깨고 나서도 잔상이 선명하게 남는 생생한 꿈의 한 장면을 들어다보는 것처럼 몽환적이고 따스하다.
색채의 극치인 무지개가 건네 준 것이 ‘그림자 자루’인 것이 참 절묘하다. 빛의 부재로 생기는 어둠의 속성을 지닌 그림자 자루,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무지개 그림자 사과’는 역설적으로 가장 다채로운 가능성을 품는다. 그림자 자루는 시인이 무엇을 담을 것인지에 따라 빨강사과로도, 파란 사과로도, 노란 사과도 될 수 있는 무한한 변주의 공간이기 된다.
그렇기에 시인은 사과의 맛을 “한 알 한 알/ 맛이 모두 환했다”고 노래한다. 미각을 시각으로 치환된 이 한 표현은 어둠 속에 피어나는 환희의 마음을 완벽하게 시각화한다. 한 입 두입 베어 물때마다 맛이 달라지는 빛깔과 맛은 일상 속 매번 새로움을 발견해 내는 동심의 생생한 감각을 닮았다.
꺼내고 꺼내먹어도 하나도 줄지 않았다는 결말은 신기한 마술적 상상력에 끝나지 않는다. 《마트료시카 꺼내기》 라는 시집 제목처럼 끝없이 열리는 이 무한성의 구조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힘을 환기시킨다. 우리 마음에 있는 꿈, 희망, 동심은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채워지고 솟아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자루 속에 담긴 밝음을 하나씩 꺼내어 먹어 봅니다.^^
아삭함과 상큼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