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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유대교의 일부 전승에서 YHWH를 거역한 타천사의 수장을 말한다. 루시퍼란 발음은 라틴어 표현 Lucifer를 그냥 영어식으로 읽었을 뿐이며, 가톨릭에서는 교회 라틴어에 따라 루치페르(또는 루치펠)라고 발음한다. 반면 정교회에서는 그리스어로 에오스포로스라고 부른다. 일부 전승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전승일 뿐이며, 현존하는 구약이나 신약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의 신화 중에 샛별(헬렐)이라고 불리는 신이 최고 신의 지위에 도전했다가 지하로 추방당하는 이야기가 있다. 루시퍼라는 것은 이 신화를 차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로 간주된다.
라틴어로 루시퍼란 '빛을 옮기는 자'라는 뜻이다. 또한 이 단어는 샛별, 즉 금성을 뜻하는 단어기도 하다.
서기 3세기 초의 교부 오리게네스가 구약의 이사야서 14장 12절을 해석하면서 '샛별(Lucifer)처럼 지위가 드높던 천사가 교만하여 내쳐졌음'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루카 복음서 10장 18절에서 예수가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라고 말한 것과 맞추어 천사가 타락하는 모습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사야서를 연구한 대부분의 구약학자들은, 이사야서가 말하는 샛별은 유대 민족의 원수인 바빌로니아의 왕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앞서 말한 최고 신에게 도전했다가 지하로 떨어진 신의 이야기를 빗대어, 하느님에게 도전하는 바빌론이 그처럼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말이라는 것. 즉 루시퍼라는 악마는 전혀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후대의 판타지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성경에는 루시퍼라는 악마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1] 그러나 후대의 신학자들이 루치페르를 악마를 사용하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면서 루치페르는 악마라는 인식이 그리스도교 문화권에 퍼지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인식은 단테의 신곡에서 루치페르가 악마로 묘사되면서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제임스 1세가 편찬한 킹 제임스 성경에도 루치페르라는 말이 악마라는 의미로 사용되기까지 했다.[2] 그러나 이러한 인식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에는 부정되고 있다. 즉 원래 새벽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던 루치페르가 훗날 악마로 오인받았다가 현대에 다시 원래 의미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설이나 만화에서 루시퍼는 그저 악마일 뿐
허나 착각하면 안 되는 건 판타지라고 해도 루시퍼에 대한 심상들은 상당히 오래된 지라 본편에서는 안 나와도(...) 이미 전승이나 전설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중 중세,근대에서 성립된 설정들이 꽤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컨대 그냥 다른 신화나 전설들처럼 하나의 전승으로서의 '이야기'와 문화적,신학적 '해석'을 따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는 것.
2. 알려진 루시퍼의 이미지
어찌 되었든 아래의 이야기들은 직접적인 경전 근거, 즉 개신교인들이 말하는 소위 성경적 근거는 없으나, 전승과 역사상의 근거가 있는 관계로 "기독교인의 자체 검삭, 이유는 다분히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2장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미소년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천국에서 추방당해 지옥에 떨어진 후부터는 끔찍한 형상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과거 천국에서 수많은 천사를 거느린, 하느님에 가장 가까웠던 루시퍼는 어느 순간, 자신의 영광에 너무 깊이 도취한 나머지 자신이 하느님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하느님이 되고자 싸움을 일으킨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루시퍼는 “지배한다는 것은 비록 지옥에서라 하더라도 꿈꿔 볼 가치가 있다. 천국에서 종으로 살아가느니, 지옥에서 지배자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당돌한 말을 하면서 다른 천사들을 부추겨 자신의 편에 설 것을 종용한다. 그리하여 루시퍼와 그를 따르는 반역자 천사들과 하느님 편에 선 미카엘과 그가 이끈 천사들의 전투는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나, 결국 루시퍼와 그의 부하 천사들이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리고 루시퍼와 그의 부하 천사들은 천국에서 쫓겨나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데 지옥마저 마귀가 아니라 하느님의 권세가 미친다
야심만만하게도 하느님의 옥좌와 위광(존엄한 위력)에 대항해 불경하고 오만불손한 싸움을 감히 하늘에서 일으켰다. 그야말로 주제를 모르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대담무쌍하게도 전능하신 하느님을 향해 무기를 들이대고 달려드는 그를 하느님께서는 높은 하늘에서 거꾸로 떨어뜨리셨다. 그는 맹렬한 기세로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휩싸여 끝도 알 수 없는 지옥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 『실낙원』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각인된 루시퍼의 속성은 교만함.
본래 빛이 아니고 빛을 가져옴, 즉 빛과 함께하여 빛으로 인해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교만으로 인해 스스로 빛이 되고자 했고, 결국 빛의 세계에서 떨어져 빛을 잃고 어둠에 빠졌다는 의미에서 악마의 이름을 루시퍼라고 칭한 것은 사뭇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지옥으로 추방된 후, 루시퍼는 이번에는 직접적인 대항보다는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들을 유혹해서 그들을 타락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에덴 동산에서 아무 걱정 근심 없고 살고 있던 아담과 하와를 찾아 뱀으로 변신한 루시퍼는 하와를 유혹해 금단의 선악과를 따먹게 한다. 사과를 따먹은 것이 뭐 그렇게 대수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발동해 하느님의 명령을 최초로 거역하고 스스로 하느님과 같이 되고자 하는 불순종과 교만이라는 엄청난 죄 값을 치르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쫓겨나 불안과 걱정, 근심 가운데 나날을 보내게 되고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육신의 정욕이라는 것이 저들을 사로잡게 된다.
즉 사탄과 인간은 모두 불순종이라는 같은 종류의 죄를 지었다. 그렇지만 사탄은 자기 스스로 자발적인 반역죄를 지은 반면에 인간은 사탄의 간교한 계략을 통해 유혹받아 명령을 어기게 되는… 그래서 똑같은 불순종이라 해도 어찌 보면 인간에게는 재고의 여지가 있는 그런 죄를 지었다. 때문에 하느님은 인류의 구속사에 다시 한 번 직접 개입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원죄를 씻어내고 구원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느님이 인간을 천사보다 상위에 놓았기 때문에 분노한 루시퍼가 반역을 일으킨 것이라고 전해진다.
전혀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무지한 인간들에게 하느님의 영역에 속한 '빛'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에덴 동산의 하와를 유혹하여 타락시킨 뱀이 루시퍼라는 설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빛은 지혜를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무지한 대신 순진 무구한 인간들에게 지혜를 준 것이 잘한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무구한 인간에게 나쁜 지혜를 전해 주어 타락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반대로 '하느님은 인간을 우민화하려 했지만 루시퍼 님 덕분에 눈을 떴어요'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해석에 기반한 것이 악마 숭배 같은 것.
전자라면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타락한 악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후자라면 일종의 안티 히어로로 볼 수도 있다. 후자의 해석과 비슷한 다른 신화의 인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있으며, 어쩌면 이 이야기는 이 신화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신앙 관련 서적에서는 악마로 취급받기에 간교하고 교활한 것으로 나오지만, 대부분의 악마들이 짐승과 섞인 추한 모습으로 묘사됨에도 불구하고 루시퍼는 홀로 인간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느님에게 대들었다는 점과 악마들의 왕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현대의 만화나 판타지 소설에서 푸대접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최종보스나, 적어도 간지 악역 정도는 주는 게 보통. 또한 '하느님을 거역하고 인간에게 지혜를 주었다'는 해석을 토대로 악역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은, 인간을 우민화하려는 하느님에게 대항하는 혁명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이 설정도 너무 많이 써먹어서 별 참신함이 없다. 그만큼 여기저기서 많이 우려먹어진 소재이다.
이름부터 상세한 특성까지 간지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성배 이상의 만년 떡밥(…) 소재. 심지어 성배가 원래 루시퍼의 이마에 붙어 있던 보석을 깎아 만든 것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이다.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견이 많지만, 애초에 이 신화 자체가 기독교의 것이 아니었다. 즉, 헤브라이즘에서 칼데아 문화를 섭렵하는 동안 통합된 전승이 헤브라이즘에 편입되어 전승의 일부가 된 것이고, 태양신과 계명성의 전투라는 테마가 루시퍼와 미카엘의 싸움이 되어 전해지게 된 것. 사실은 천사 간 권력 암투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되, 이는 프로메테우스 설과는 전혀 다르다.
프로메테우스 설은 네필림 전승에 나오는 아자젤에서 그 근본이 있다고 생각되며, 사실 이 전승은 루시퍼의 전승보다는 더 전대의 것이다. 실제로 기독교인들이 구약이라고 부르는 유대교의 경전 역시 여러 전승이 짜깁어진 형태이기 때문이고, 이 전승 문헌들은 개중 몇몇은 경전에도 기입되지만, 다른 형식으로 전해지기도 하는 것과 같은데, 네필림에 대한 이야기도 그에 해당한다 할수 있다. 후대 기독교는 이 내용을 차입하였는데, 이것이 기독교의 초기 교회의 영지주의자들에 의해 해석되면서 나온 내용이 바로 '루시퍼=그리스도설'이고, 이것이 악마론으로 해석되는 지경에 이른 것.
결국 루시퍼의 실체는 애초에 대적자도 아니었고, 원안은 그냥 태양신과 나름 대빵 자리 놓고 드잡이 좀 한 쌍동이 동생쯤 되는 것이었으며 중세 악마학에서 기인한 이미지 혼재가 불러낸 '다중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중세 악마학에서 루시퍼에게 여러 칭호를 부여하기 전에 나타난 각각의 이미지의 원안은 다음과 같다.
(1) 반역자: 칼데아 신화의 태양과 금성신의 싸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원래 히브리인들이 가진 설화는 아니었다.
(2) 혁명가: 사실 이 해석은 영지주의자들에게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개념이 좀 독특하다. 초기 영지주의는 다른 개념과는 달리 물질계가 악에 의해 창조된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봤기 때문에, 그 물질 안에 유배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그리스도의 사역으로 봤고, 결론적으로 그런 형태의 유배의 해제라는 개념으로 차용된 것이 바로 뱀=그리스도설이다. 이 개념은 13세기 중세 영지주의 운동에도 영향을 주었으나 다른 점은 중세 영지주의는 완전한 이원론의 세계를, 초기 영지주의는 일원적 이원화를 주장했다는 정도이다.
(3) 프로메테우스: 이 내용은 전혀 루시퍼와는 관계가 없으되, 후대에 섞어찌개로 만들어진 졸속으로, 실은 이것은 네필림 신화와 관련이 있다. 잘 알려진 아자젤에 대한 내용으로, 아자젤은 원래 인간을 감시하러 온 천사 였으되, 인간의 여자에 팔려서 타락한 천사들 중 하나가 되었고 그 자손이 네팔렘네필림이며, 네필림이 세상을 말아 먹는 경우가 생긴 것은 바로 이 천사들이 하늘의 지식을 팔아 넘긴 덕이라고 하는... 스토리가 있다. 허나 프로메테우스설은 사실 홍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보면 실제로는 우트나피쉬팀의 설화에서 온 전승이 차용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옳을 것으로 루시퍼와는 하등 관련이 없는 후대의 삽입이다.
(4) 대천사: 원래 루시퍼는 상기한 바와 같이 이민족의 신이었지만, 사실 헤브라이즘은 나중에 조로아스터의 영향을 받아서 천사라는 계급을 두게 되는데, 이때부터 루시펠이라는 이름의 천사로 고려된 것으로 볼수 있다. 즉, 헤브라이즘에서는 사실 이민족의 신/천사/신 세가지 종자밖에는 없고, 마찬가지로 이슬람에서도 신/진(정령)/천사라는 3종세트를 나누기 때문에 이런 개념에서 보면 대략적으로 자기들이 미카엘을 이미 천사로 여긴 관계로 루시퍼도 세트취급하여 루시펠이란 이름의 천사화 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후대의 창작이 만들어낸 이미지의 복합성이 루시퍼이며... 어찌보면 이건 과거 이난나=이슈타르 동일시와 거의 비슷한 유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