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이병일, 그 우정의 세월
거슬러 12년 전의 일이다.
2011년 12월 23일 오후 2시를 막 넘어서는 시각에, 내게 핸드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멀리 태평양 바다를 건너온 전화였다.
굵직한 그 음성의 주인공은, 바로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이병일 친구였다.
곧 해가 바뀌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것 이외에, 특별히 챙겨봐야 할 사연은 없었다.
새해 인사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그냥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굳이 덧붙일 사연이 있다면, 내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좀 전해주라는 것이었다.
두 달 전으로 거슬러, 그해 10월 27일 목요일의 일이다.
오후 6시쯤 해서, 이병일 그 친구가 같은 동기동창인 김경태 친구의 안내를 받아, 당시의 내 일터인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나를 찾아왔다.
우리 사무소 찾아오는 길이 헷갈려 꽤나 헤맸다고 했다.
이병일 친구는 오래 전에 낯선 이국땅인 미국으로 건너가 그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터 잡아 살아왔는데,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이고 난 뒤부터는 틈틈이 고국 대한민국과 고향땅 문경 점촌이 그립다면서 태평양 바다 건너 우리나라로 들어와 한 동안 머물다 가곤 했던 친구다.
그해에도 마찬가지로 문득 고국과 고향땅이 그리워 우리나라를 찾아왔다가, 미국으로 돌아갈 날을 며칠 앞두고, 그렇게 나를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날 우리 만나 저녁을 함께 했는데, 바로 그 저녁 비용을 내 아내가 감당해 준 것이 두고두고 고맙다면서, 그 뜻을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국제전화여서 비용이 많이 들 텐데...”
“아니야. 이제는 국제전화도 큰돈이 안 들어. 혹 돈이 좀 든다 해도, 네 목소리 한 번 듣는 게 더 좋아.”
내 그 작은 걱정을, 이병일 그 친구는 그렇게 사양하고 있었다.
모처럼, 참 기분 좋은 친구 목소리 한 번 들었다.
2023년 4월 17일 월요일인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다.
오전 7시 반쯤해서, 우리 같은 중학교 동기동창인 만촌(晩村) 안휘덕 내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간단한 아침 인사 끝에 꺼낸 본론이 이랬다.
“어제 저녁에 병일이가 점촌에 왔어. 그래서 친구들 여럿이 함께 저녁을 했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참 아쉽다 싶은 대목이 있었어. 자기 사진을 찍어준 별로 친구가 없데. 몇 해 전에 국민학교 친구들 몇이 어울려 제주를 갔었는데, 그때 전용호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 딱 한 장 있어서, 그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고는 한다더라고. 오늘은 서울로 가서 서울 친구들과 저녁을 같이 한다고 했어. 혹 그 친구 사진 있으면, 오늘 같이 자리를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병일이 그 친구한테 전해지게 좀 해주시게.”
사실 어제도 만촌의 전화를 받았었다.
이병일 친구의 그 저녁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겠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내가 그 전화를 받을 당시에는 문경에서 반 천리 길인 서울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고, 그 저녁으로 서울 근교의 원흥으로 달려가 그곳에 사는 처제 부부를 동행해서 고향땅 문경으로 되돌아 올 참이었다.
그러니 이병일 친구의 그 저녁자리에는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만촌이 이병일 친구와 함께 했던 어제 저녁의 분위기를, 내게 그렇게 전해준 것이었다.
사실 내가 이병일 친구와 가까워진 것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그때의 전화 통화 이후였다.
그리고 2, 3년에 한 번씩은 고향 친구들 보고 싶다고 귀국을 하고는 했었는데, 그때마다 나를 찾고 아내를 찾아서 우정을 두터이 했었다.
그 세월에 찍은 사진이 수두룩했다.
사진뿐만이 아니라 동영상 또한 수두룩했다.
만촌의 그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내 컴퓨터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병일 친구와 함께 했던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내서, 그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기대한 만큼이나 많이 찾아냈다.
그 영상들을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게시했다.
그리고 같은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경기 부천에 터 잡고 사는 김창현 친구를 그 단체방에 초대했다.
내 거기에 게시하는 영상들을 현실적으로 이병일 친구에게 제대로 전해질 수 있게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의 글을 보탰다.
‘이병일 친구와 함께 한 우정의 세월이네. 잘 좀 전해주시게’
작은 내 마음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