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야단법석이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국인에게 불교는 신앙인 동시에 전통이다.
서기 372년 고구려를 통해 전래된 이후 불교는 1,700년 가까이 민족과 고락을 같이하며 한국인의 DNA로 박혔다.
집단무의식은 특히 언어문화에서 두드러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상당수는 불교적 배경과 향기를 갖고 있다. 개중에는 역사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단어도 있다.
심지어 장로長나 전도傳道처럼 불교의 라이벌인 종교가 부지불식간에 가져다 쓰는 말도 있다.
불교에서 비롯된 보통명사는 사실상 부지기수다.
먼저 화두話頭가 대표적인 사례. ‘화두로 떠오르다’ ‘국제사회의 화두’ 등에서 보듯 이야기의 주제 혹은 첫머리를 뜻하는 화두는
간화선看話禪의 화두에서 유래 했다.
조계종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은 화두를 타파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실마리' 라는 의미에서, 세간의 화두와 출세간의 화두는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예사롭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을 가리키는 다반사茶飯事도 선가家의 언어다.
역대 조사祖師들은 “깨달음이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상사에 있다”며 현재의 삶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불교의 본령은 결국 모든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살림’의 어원은 '살 리다'에 명사형 어미 'ᄆ'을 첨가했다는 설과 산림山林에서 파생됐다는 설로 나뉜다.
주로 사찰이 산속에 있다 해서 붙여진 산림은, 절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지칭한다.
이런 맥락에서 산山 대신 산産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뒷바라지' 역시 절에서 재齋를 올릴 때 망자亡者를 위해 경전을 독송하고 목탁을 치면서 향과 꽃을 공양하는 '바라지'가 기원이다.
아랫사람을 칭찬할 때 쓰는 ‘기특하다’ 라는 낱말도 불교 용어에서 변이됐다.
기특奇特은 부처님이 대자대비심으로 중생제도를 위해 이 땅에 오신,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사건을 일컫는다.
건물과 가옥의 출입 문을 의미하는 현관玄關의 어원도 의외다.
깊고 묘한 이치로 통하는 관문. 『벽암록巖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남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을 하려면 현관을 격파해야 한다”
고 적혔다. 아울러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인물인 주인공主人公은 원래 번뇌 망상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이었다.
또한 '스승'은 스님을 가리키는 사승에서 왔다.
지옥의 비슷한 말인 나락那落, 시간의 미세 단위인 찰나도 처음에는 불경에서 썼다.
한편 당초에는 청정하고 고결했던 어의가 왜곡되고 훼손된 경우도 나타난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의 흔적일 수 있다.
해방 이후 국가권력의 비호로 급성장한 개신교에 밀려 숨죽여야 했던 세월의 응달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예컨대 오늘날 난리법석 또는 난장판과 동의어로 취급받는 야단법석 野壇法席은 야외에서 열리는 대규모의 법회를 의미했다.
'싸움의 끝장을 보자' 는 의미로 사용하는 이판사판理判事判도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인 이판과 절의 행정을 맡는 스님인 사판의
총칭이 뒤틀린 말이다.
강사講師 스님을 가리키는 ‘아사리’가 ‘개판'과 유사 한 아사리판으로 변질된 것도 안타깝다.
“야, 이 화상아!” 함량미달의 인간을 골릴 때 쓰는 화상和尙이란 평칭은 본래 지혜와 덕망이 높은 큰 스님을 향한 존칭이었다.
부처님의 친절하고 유려한 설법을 뜻하던 장 광설長廣舌은 이즈막 쓸데없이 길기만 한 중언부언을 손가락질할 목적으로 애용된다. '양아치'와 동급인 '건달' 역시 건전하다 못해 신성한 말이었다.
천상 세계인 제석천帝釋天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신神이었던 건달바가 들었으면 땅을 쳤을 일이다.
첫댓글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