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메리의 종
원제 : The Bells of St. Mary's
1945년 미국영화
제작, 감독, 스토리 : 레오 맥케리
출연 : 빙 크로스비, 잉그리드 버그만, 헨리 트래버스
조앤 캐롤, 루스 도넬리, 마사 슬리퍼
윌리암 가건, 리스 윌리암즈, 우나 오코너
아카데미 녹음상 수상
1946년 전미 흥행 1위
"뭔가를 잃었기에 수녀가 되는 게 아니라
뭔가를 찾았기에 수녀가 되는 거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스님, 수녀 등 수도자는 절대 현실도피를 위해서 택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많은 소설, 영화 들에서 그런 식으로 다루고 있지요. 심지어 박상민이 부른 '무기여 잘 있거라'는 5번 사랑에 실패한 여자가 산속에 들어가서 머리깎고 중이 되는 내용이 나옵니다. 수도자는 인생 낙오자가 최후로 선택하는 도피처가 아니라는 걸 분명 알아야죠.
빙 크로스비 주연의 '성 메리의 종'은 1944년 작품 '나의 길을 가련다'의 1년 만의 속편입니다. 뭐 사실 속편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그냥 오말리 신부 캐릭터만 빌려온 다른 영화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오말리 신부를 제외하고는 '나의 길을 가련다'의 등장인물이 아무도 나오지 않습니다.
'나의 길을 가련다'의 엔딩이 오말리 신부(빙 크로스비)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는 것인데 '성 메리의 종'은 결국 그 새로운 발령지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새로운 곳은 일반 성당이 아닌 '가톨릭 학교' 입니다. 수녀들이 교육하는 학교죠. 그래서 직원들이 모두 수녀들이고 남자는 오말리 신부 한 명 뿐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원장 수녀로 대단한 거물 배우가 나오는데 바로 잉그리드 버그만 입니다.
1940넌대 최고 흥행 스타 빙 크로스비
너무 젊은 원장수녀로 출연한 잉그리드 버그만
우리나라에서야 월등히 잉그리드 버그만의 인기와 인지도가 높지만 1945년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빙 크로스비의 인지도가 더 높았습니다. 가수로서 배우로서 그는 1940년대 최고 흥행스타였으니까요. 물론 잉그리드 버그만 역시 그 당시에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였습니다. 1942년 '카사블랑카' 1943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라는 히트작이 있었고 1944년 작품 '가스등'으로 아카데미 주연상까지 받았습니다. 빙 크로스비도 같은 해 '나의 길을 가련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두 남녀를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지요. 정말 가장 귀한 두 배우를 더블 캐스팅한 영화가 된 셈입니다.
이런 캐스팅이 적중했는지 이 영화는 1944년 흥행 1위 작품인 '나의 길을 가련다'의 흥행기록을 넘어서며 다시 1946년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습니다. (1945년 연말에 소규모 개봉하였기 때문에 45년이 아닌 46년 1위입니다.) 1946년 머니 메이킹 스타 베스트 10 순위에서 빙 크로스비가 1위, 잉그리드 버그만이 2위를 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친 영화입니다. 레오 맥케리 감독은 연달아 흥행작을 터뜨리는 감독이 되었죠.
그럼에도 의외로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개봉이 안되었습니다. 빙 크로스비가 좀 우리나라에서는 흥행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잉그리드 버그만의 인기가 높았는데 늦게라도 개봉이 안된거죠. 아마도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이긴 하지만 그녀의 역할이 로맨스의 주인공이 아니라 '수녀' 였기 때문에 그랬나 보네요. 종교영화적 색채가 높은 건 흥행에 플러스 요소도 아니었던 것 같고. 잉그리드 버그만은 1941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부터 1948녀 '잔다르크' 까지 그 시기에 총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우리나라에 개봉이 안된 영화는 '성 메리의 종'이 유일합니다. 출연했다 하면 개봉되는 그녀의 우리나라에서의 인기가 놀랍지만 전미 흥행 1위를 한 작품이 미개봉되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친구에게 얻어맞은 학생에게 직접 복싱을 가르치는 원장수녀
성 메리 학교에 새로 부임한 오말리 신부, 이곳에는 놀랍게도 젊은 베네딕트 수녀(잉그리드 버그만)가 원장이었습니다. (이 나이에 이렇게 규모있는 곳의 원장수녀 라는 사실이 사실 좀 이해가 안갑니다. 사설교회와 달리 체계적인 위계를 가진 가톨릭에서. 이 영화의 가장 의아한 부분이지요) 그 학교의 건물과 땅을 그곳의 유지인 보가더스(헨리 트래버스)가 매입을 하려고 하는데 역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런 보가더스의 사업 확장 야심과는 달리 베네딕트 수녀는 열심히 기도하면 보가더스가 옆에 새로 증축중인 큰 건물을 학교에 기부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이렇게 다소 비현실적인 듯한 수녀, 너무 현실적인 오말리 신부, 두 사람은 학교 운영과 학생을 대하는 방식 등에서 사사롭게 대립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워낙 서로 따뜻한 사람들이라서 나름 잘 화합하면서 학교를 잘 이끌어 갑니다.
'나의 길을 가련다'에서 세대차이로 처음에 나이 든 신부와 갈등이 좀 전개되었다면 이번에는 남녀, 혹은 신부와 수녀라는 차이 때문에 겪는 약간의 갈등이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갈등이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훈훈한 내용이 전개됩니다. 스토리의 두 축을 이루는 큰 이야기는 피아니스트인 남편이 떠나고 홀로 팻시 라는 13세 된 딸을 키워온 갤러허 부인이 팻시를 성 메리 학교에 맞기고 그 팻시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말리 신부와 원장 수녀의 이야기, 그리고 성 메리 학교를 통째로 매입하려는 부호와 오히려 그의 건물을 기부받으려는 수녀의 동상이몽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린 꼬마들이 연극으로 묘사한 예수 탄생의 모습, 너무 사랑스러운 장면
'나의 길을 가련다'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갈등은 겪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술술 풀리는 이야기로 마지막에 완전한 화합과 해결로 거의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너무 착하기만 한 영화였던 '나의 길을 가련다'보다는 후반부에 좀 더 깊은 갈등이 이어지긴 합니다. 팻시가 13년만에 엄마를 찾아온 아버지를 오해하여 엄마가 문란한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시험을 망치고 졸업을 못할 위기에 처하는 것, 그리고 베네딕트 원장 수녀가 결핵에 걸려 요양을 가야 하는데 그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의사의 권유 때문에 오말리 신부가 병을 숨기자 베네딕트 수녀는 오말리 신부가 자기와의 갈등 때문에 다른 곳으로 전근을 보내서 정든 학교와 강제로 이별해야 한다는 오해 등이 벌어집니다. 물론 어떻게든 해결을 해주는 결말이지만.
빙 크로스비는 이 영화에서도 예의 감미로운 중저음으로 몇 곡의 노래를 부르지만 노래의 비중은 '나의 길을 가련다' 보다 적습니다. 잉그리드 버그만도 노래를 한 곡 시전하는 장면이 있지요.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친구에게 얻어맞은 학생에게 복싱 교본을 구해서 직접 복싱을 가르쳐서 나중에 이기게 만드는 내용, 그리고 예수 탄생의 내용을 담은 연극을 아주 어린 꼬마들이 시연하는 장면입니다. 코믹하고 훈훈하고 따뜻한 영화입니다. 전작과 달리 빙 크로스비 만의 독무대가 아닌 잉그리드 버그만의 역할도 쏠쏠합니다. 지혜로운 두 사람이 부딫치는 듯 하면서도 화합해 나가는 내용이지요.
전편보다 잘 만든 속편이랄 수는 없겠지만 전편 만큼 따뜻하고 훈훈한 속편이었고, 흥행기록은 더 앞섰으니 성공적인 속편에 해당되지요. 물론 그럼에도 빙 크로스비는 더 이상 오말리 신부 캐릭터를 연기하지는 않았으므로 딱 두 편의 영화로 끝납니다. 요즘 시대 같으면 이렇게 대흥행을 한 영화라면 몇 편씩 우려먹겠지만. 맘만 억으면 얼만든지 더 우려먹을 수 있는 내용인데.
'나의 길을 가련다' 보다는 약간 더 종교척 색채가 강한 영화라고 볼 수 있고 재미있고 훈훈합니다. 아카데미상 8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는데 '나의 길을 가련다'가 거의 아카데미 상을 독식한 것과는 달리 녹음상 1개 부문만 차지했습니다. 빙 크로스비와 잉그리드 버그만은 전년도에 이어서 연속으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2년 연속 밀어주는 경우는 드물어서 수상하진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개봉이 안된 1940년대 대흥행작입니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여부와 관계없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착한 영화입니다. 두 주연 배우가 가장 인기 절정기에 등장한 영화입니다.
ps1 : 미모의 유명 고전 여배우들이 수녀복을 입고 출연한 영화들은 제법 많습니다. '파계'의 오드리 헵번, '차와 동정'과 '백사의 결별'의 데보라 커, '안나'의 실바나 망가노, '수녀와 무법자'의 셜리 맥클레인, '마더 테레사'의 올리비아 핫세, '이별'의 조안 콜린스, '성처녀(베르나데트의 노래)'의 제니퍼 존스 '노래하는 수녀'의 데비 레이놀즈 등 그 외에도 많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보리울의 여름' 이라는 영화에서 장미희가 수녀로 등장했지요.
ps2 : 거룩한 수녀 역할과는 다르게 잉그리드 버그만은 몇 년 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세기의 불륜(?)"을 저지르고 할리우드에서 추방당합니다. 물론 몇 년뒤 복귀할 수 있었지만.
ps3 : 개인적으로 수녀가 운영하는 가톨릭 학교 소재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헤일리 밀즈가 출연한 '천사들의 장난' 입니다.
ps4 : 영어로 성 메리 (St. Mary) 는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모인 마리아와 요셉은 영어발음으로 메리와 조셉 입니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 학교인 셈이지요.
ps5 : 이 영화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은 수녀 역으로 모든 장면에서 수녀복을 입고 나오고 따라서 머리카락 한 톨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포스터 중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시원하게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이 나오는 것이 많죠.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DB 사이트 IMDB 에서 조차 그렇습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은가 봐요. 이런 포스터 만드는 사람이나 버젓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미치지 않고서는.... 아래는 그 포스터 몇 개 사례입니다.
[출처] 성 메리의 종 (The Bells of St. Mary's, 46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