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참사와 관련된 새로운 정황은 청문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첫째 날은 세월호 침몰 원인과 선원 조치의 문제점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청문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건을 ‘참사’로 키운 ‘선내 대기 방송’을 청해진해운이 지시했다는 증언과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할 핵심 증거였던 ‘해상교통관제센터(이하 VTS) 녹취록’과 ‘세월호 AIS 항적’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세월호 ‘선내 대기’ 방송을 한 강혜성 세월호 여객영업부 직원 등 세월호 선원 4명과 강상보 제주 VTS센터장, 김형준 해양경찰청 진도연안 VTS센터장 등 항적·VTS 관련자 5명이 출석했다. 또한, 세월호 피해 가족 100여 명도 참석했다.
▲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세월호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사진출처=민중의소리)
‘선내 대기’, 회사가 지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조타수였던 조준기 씨는 청문회에서 ‘선내 대기’ 방송을 청해진해운이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조 씨는 강원식 일등 항해사가 회사(청해진해운)와 연락한 이후 ‘해경이 올 때까지 선내에서 대기하라’고 말했고, 상명하복이 중요한 선상에서 회사와 연락을 한 강 씨의 말은 다른 선원들에게도 회사의 지시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조 씨는 “‘선장 판단 아래 퇴선시키라’는 진도 VTS와의 교신 직후, 박한결 삼등 항해사를 제외한 3명이 의견을 나눠 대기시키자는 결론을 냈다”며 “누군가가 ‘승객을 물에 빠뜨릴 때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참사 당시 선내 대기방송을 한 강혜성 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청해진해운 본사의 지시에 따라 ‘선내 대기’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강혜성 씨는 당시 무전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선사(청해진해운)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강원석 씨는 “회사와 통화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조타실에서 항해사들끼리 회의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도 진술을 번복했다. 이 선장은 자신이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며 조타실에서 이등 항해사와 선원들에게 “다 나가라”고 한 말이 퇴선의 의미였다고 말했다. 재판과정에서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이유는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 28일 세월호2차청문회에 참석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자신이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사진출처=SBS뉴스)
김서중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다 나가라는 말이 퇴선 명령인가’라며 이 선장의 주장에 반발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증언에 대해 “선장과 선원들의 진술이 매우 엇갈렸다. 분명히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를 빠져나온 뒤 배 안의 승객을 어찌해야 할지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VTS 녹취록’, ‘AIS 항적도’ 조작됐나?
참사 당일 해상관제센터와 세월호 간의 교신을 기록한 ‘VTS 녹취록’과 선박의 위치·속력 등 각종 정보를 자동으로 송수신하는 ‘AIS 항적도’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녹취록과 항적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할 핵심 증거로 여겨졌지만, 잡음 때문에 교신 내용이 불분명하고, 30초 이상 항적 기록이 사라져 논란이 돼왔다.
장완익 특조위원은 참사 당시 침몰 현장에서 진도·제주VTS 교신에서만 비정상적인 중복 녹음과 잡음 등이 심하다며 ‘VTS 녹취록’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진도VTS 교신에서만 백색잡음이 심한 이유에 대해 편집·조작으로 인한 ‘의도된 잡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형준 진도VTS센터장은 ‘어떠한 조작도 없었다’며 녹취록 조작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강상보 제주VTS센터장은 5개의 무전이 한꺼번에 작동하기 때문에 녹음이 겹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우 선회하던 세월호가 갑자기 좌선회로 기록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회전각도를 보이지만, AIS 항적도 최종 보고 데이터에는 원본 데이터와 달리 삭제된 부분이 많다며 기록이 의도적으로 삭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AIS 시스템을 송신·유지 보수하는 역할을 담당한 임병준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관리과 주무관과 항적을 복원한 업체인 GMT의 조기정 연구소장은 ‘시스템상의 문제로 생각되지만, 정확한 작동 원리는 모른다’고 답변해 방청객들의 야유를 받았다.
“세월호 특검 허용하라”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명동 YWCA 대강당에서 열린 1차 세월호 청문회에 출석한 해경 관계자들은 참사의 책임을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게 돌렸다. 대부분의 해상 사고는 사고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배에서 결정하고 조처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 2차 청문회에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해경이 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저체온증 등을 걱정해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구조해줄 해경을 기다렸다.
이번 청문회에서 청해진해운이 승객들을 선내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특조위는 이와 관련한 추가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청해진해운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와 처벌도 가능할 전망이다.
유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해경과 해수부가 제시한 항적도와 각종 녹취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가 선사의 지시라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며 “특조위가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근본적으로 재수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회는 특검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청문회 마지막 날인 29일 청해진해운 직원을 증인으로 불러 세월호 증·개축 과정과 화물 과적 문제를 비롯해 운항관리 점검부실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청해진해운과 해운조합,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을 불러 세월호 인양 과정과 미수습자 유실 방지 대책 등을 신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