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건적들의 악행 ※
과연 그 배는 낙양에서 싣고 온,
온갖 물건으로 가득한 배였다.
장사꾼들은 그 배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가려고 분주하게 흥정을 하고 있었다.
유비는 늙수구레한 뱃사공 곁으로 다가가, 머리를 정중하게 굽혀보이며 물었다.
"저는 낙양에서 생산한 차를 사러 왔는데, 이 배에 차가 있거든 저한테 조금만 파실 수 없겠습니까?"
"뭐! 자네가 차를 사겠다고?"
늙은 뱃사공은 유비가 차를 사겠다는 말을 하자 깜짝 놀라며 아래 위로 행색을 훑어 보며, "미안하지만 자네 같은 사람에게 팔 차는 없는걸!
이 배에는 낙양에서 생산하는 극상품 차밖에는 없는데, 값이 얼마나 비싼지나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그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밖에는 못 사겠으니, 돈이 자라는 데까지만 사게 해 주십시오."
유비는 앞가슴 속에서 돈자루를 꺼내어 뱃사공에게 보이며 간곡히 말하였다.
그래도 뱃사공은 상대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관절 자네같이 젊은 사람이 차를 언제 마셔 보았다고 극상품의 차를 사겠다고 하는가?"
"제가 마시려고 사려는 것은 아닙니다.
집에는 칠십 노모가 계신데, 그 어른이 차를 좋아하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차를 한번 대접해 드리려고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허어.... 젊은 친구가 효성이 지극하네그려! 그렇다면 대관절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저어 북쪽에 탁현이란 곳에서 왔습니다."
"뭐, 탁현 ? ....여기서 탁현까지는 천 리가 넘는데 그 먼데서 일부러 차를 사려고 왔단 말인가?"
"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차를 한번 대접하려구요..."
"음 .... 내가 아무리 장삿꾼이라도 이런 소리를 듣고서 차를 안 판다고 할 수는 없겠는 걸 ... 돈을 이리 내보게!"
중국은 물이 나빠서 반드시 끓여먹게 되는데, 이때 차를 넣어 끓이는 것이 보통이고 더구나 차가 극상품이라면 누구나 마시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뱃사공은 돈자루를 받아서 살펴보고 나서, "이 만한 돈은 절반 값도 못 되지만 자네의 갸륵한 효성에 감동해서 특별히 한 통을 주겠네!"
"고맙습니다.너무도 고맙습니다."
유비는 뱃사공이 배에서 내다 주는 조그만 차통을 두 손으로 우러러 받들며 고맙다는 말을 거푸하면서 허리를 정중히 굽혔다.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서 뱃사공의 호의가 너무도 고마웠던 것이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 황하에 강변이 어둑해 오기 시작하였다.
유비는 강가에서 가까운 객주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유비는 초저녁부터 곤히 자고 있었는데 한방중쯤 되었을 무렵에 주인이 부산스럽게 잠을 깨우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잠을 깨어 보니 문틈사이로 밖에 수많은 횃불들이 분주하게 이글거리는 것이 보였다.
"앗! 밖에 불이 났습니까?"
"쉿! 불이난게 아니라, 옆집에 황건적들이 습격을 왔소.
낙양선에서 물건을 사려고 모여든 장삿꾼들이 이웃집에 묵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몰려온 것 같소..."
"옛? 또 황건적이?"
"당신도 그놈들에게 붙잡히면 큰일이니까, 빨리 뒷문으로 몸을 피하시오!"
유비는 그 소리를 듣자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애써 구한 차통이었다.
황건적들에게 붙잡히는 날이면 꼼짝없이 천신만고 끝에 구한 차를 빼앗기게 되겠기 때문이었다.
유비는 부리나케 일어나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면서 이웃집을 건너다 보니, 이웃집 마당에서는 횃불을 밝혀 든 수십명의 황건적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음....선량한 백성들이 밤마다 도둑놈들에게 이렇게나 시달려서야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유비는 몸을 피해 도망을 가면서도 속으로는 의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떡하든지 황건적 무리를 씨알머리도 없이 없애 버리고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윽고,
객주집에서 십 리쯤 벗어났을 때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문득 주위를 살펴 보니 길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커다란 기와집이 보였다.
한 고을에 하나씩 있는 공자의 사당(祠堂)인 듯 싶었다.
공자는 유비가 어려서부터 숭배해 오는 성인인지라 유비는 공자의 사당에 들려 예를 드리고 가고 싶었다.
(공자님은 지금부터 칠백여 년 전에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시려고, 모든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영도하셨던 위대한 성인이셨다...)
유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자의 사당으로 들어가 위패에 허리를 굽혀 참배를 하면서, "칠백여 년 전에도 세상이 어지러웠던 모양이지만 오늘날에는 황건적이란 도둑들 때문에 그때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자님 께서는 글을 가지고 어려운 세상을 구하려고 하셨지만, 저는 덕(德)과 검(劒)의 힘을 가지고 어려운 세상을 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고 소리 내어 축원하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런 소리를 지껄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자 그 소리를 마치자 마자 사당 뒷편에 재실(齋室)에서 별안간,
"하하하하....."
하고 커다랗게 비웃는 웃음소리가 벼락같이 들려 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별안간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비호같이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유비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단도(單刀)를 들이대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뭐가 어쩌구 어째? 네깟 놈이 황건당을 뭘로 어째구 세상을 구하겠다고? 이런 건방진 놈이 있나! 이 자식아 너는 오늘 임자만났다.
오늘 한 번 죽어 볼테냐?"
하는 말과 함께 유비를 재실로 잡아 끄는 것이었다.
유비는 영문도 모르고 질질 끌려갔다. 이렇게 재실로 끌려가니 그곳에는 제법 옷을 잘 입은 또 한명의 호걸로 보이는 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유비의 얼굴을 보자,
"하하하하...."
하고 조소가 담긴 웃음을 호탕하게 웃어 보이고 물었다.
"이 자식이 바로 도둑들을 없애고 세상을 바로잡아 보겠다고 큰 소리친 놈인가?"
"네, 바로 이놈입니다. 대방(大方)님 ! 이놈을 당장 물고를 내 버릴까요?"
"그냥 놓아 주게! 보아하니 주제도 변변치 않아 보이는 제깐놈이 뛰면 어디로 가겠나.
날아 보았자 하루살이요, 뛰어 보았자 벼룩이겠지!"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는 말투였다. 그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이자는 바로 황건적의 네 번째 두목인 마원의(馬元義)였고, 유비를 끌고온 자는 그의 심복 부하인 감홍(甘洪)이었던 것이다.
유비는 지금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들 모두가 머리에 누런 수건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황건적 일당인 것만은 간단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놈아! 너는 대관절 어디 사는 놈이냐?"
마원의가 유비를 보고 묻는다.
"탁현에서 돗자리를 짜 먹고 사는 사람이옵니다.
유비는 공손히 대답하였다.
"그런 산골에서 돗자리나 짜 먹고 사는 놈이 건방진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설마 미친 것은 아니겠지?"
"......"
"왜 대답이 없어? ... 보아하니 얼굴은 제법 잘생긴 놈이 왜 그런 쓸개빠진 소리를 하는 거야? ...이봐 감흥이!"
"넷 ! "
"이놈을 그냥 죽이기는 아까우니 네가 지고 오던 짐을 이놈에게 지워서 데리고 가자!"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젠 날도 밝았으니 떠나 봐야지!"
마원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자 감홍이라고 불린 사내놈은,
"이봐 넌 운이 좋았어, 목숨을 건졌으니 말이야, 어서 짐이나 지고 따라와!"
하며 유비에게 등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닌가?
유비는 기가막혔다. 황건적을 피해 밤도망을 쳤다가, 이제는 그놈들의 포로가 된 데다가 놈들이 약탈한 짐짝까지 짊어지고 그놈들과 동행하게 되었으니, 한 말로 <재수 더럽게> 되었다.
마원의는 말을 타고 가면서 유비에게 묻는다.
"보아하니 너는 시골놈이기는 하지만 제법 쓸모가 있어 보이는데, 너는 내 부하가 될 생각이 없느냐?"
"글쎄올시다. 어른께서는 무슨 장사를 하시는 분이옵기에...?"
유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등에 진 짐짝을 출렁거려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황건적을 몰라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홍이라는 자는 정말로 몰라서 물어 보는 줄 알았는지,
"이 자식아 너는 우리 황건당의 대방님이신 마원의 장군님도 몰라뵙는단 말이냐!"
첫댓글 흑표 수고많아요.
유비와 차 이야기는
원본에는 없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할 때 차를선전하기 위해 차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단결~~~
왕선배님 잘주무셨습니까 ^^
역사이야기는 공갈이 심한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재미를 보태기위해 없는것도 만들어붙이고 이렇게 하니 이상해지는 역사가 되는것 같습니다
구독자님들께서 그냥심심풀이땅콩 이다 생각하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