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략)
아니, 아니다!…… 곧추 일어서라! 연속되는 시대 속에!
부셔버려라, 내 육체여,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태어나는 바람을!
신선한 기운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
나에게 내 혼을 되돌려준다…… 오 짜디짠 힘이여!
파도 속에 달려가 그 영혼을 다시 용솟음치게 하라!
그렇다! 본디 착란하는 대해(大海)여,
아롱진 표범의 가죽이여, 태양이 비추이는
천만가지 환영으로 구멍 뚫린 그리스 병사들의 외투여,
이 같은 고요 속의 소동에
반짝이는 네 꼬리를 물어뜯는,
스스로의 푸른 육체에 취한 절대적인 히드라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거대한 대기는 내 책을 펼쳤다 또 다시 닫는다.
가루가 된 파도는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단배들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이 잠잠한 지붕을!
----------------------------------------
폴 발레리 Paul Valery (1871~1945)
〈해변의 묘지 Le Cimetiere marin〉중 일부 (1920)
* 먼저 그림은 제주 화가 강요배의 대표작인 '마파람'이라는 작품이다.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80년대 이후 사회의 모순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여왔다. 그의 작품에서는 제주 4.3사건과 같은 역사적 체험과 함께 제주의 자연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이 많다. '마파람'도 제주에 부는 바람을 모티브로 무언가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듯한 작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마파람 원그림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작품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폴 발레리는 1871년 세트에서 태어난 프랑스의 시인, 사상가, 비평가로서 말라르메에게 사사하여 상징주의 운동에 참가했고 순수시를 제창, 실증적 인식법과 시적 직관에 의해 현대 문명의 위기를 경고하는 평론을 쓴 바도 있다. 발레리의 작품들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 명상하고자 하는 욕망과 행동하려는 의지가 빚어내는 갈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특히 <해변의 묘지>에서는 한낮에 바닷가에서 존재와 비존재,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에 대해 골똘이 생각하는 화자를 느낄 수 있다.
최근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작 <바람이 분다>는 이 시에서 제목을 따 온것이다.
**강요배와 폴 발레리,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을 주제로 내 캘리그라피에서 한 곳에서 만났다. 내 마음대로 통합해 본 것이지만 해석은 지금부터다. 적어도 모두가 '삶'에 대한 의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