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보험사기단과 정의당의 어그로정치>
류호정이 또 화제다. 이번엔 '당신' 때문에 망신이다. 류호정은 '이대 나온 여자'다. 나름 고학력자다. 그런데 '당신'의 다양한 용법을 전혀 몰랐다. 고학력자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가 차원에서 국어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류호정의 과잉감정폭발이 단지 국어능력 미숙에서 비롯된 우발적 사건이라면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있다. 무식이 죄는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정황을 놓고 보면 우발적 소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문제의 발단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의 “외교행낭을 이용한 밀수”라는 발언이다. 박 후보자는 외교행낭을 이용해 도자기를 반입한 사실이 없고, 도자기 반입은 모두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청문회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이 사실은 배 대표가 몰랐다면 정의당은 대학시사동아리 수준도 안되는 아마추어정치동우회다.(물론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알고도 이런 발언을 했다면 의도적인 도발이다. 즉 민주당을 자극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치사한 짓을 한 걸까? 한마디로 어그로다. 원내대표가 미끼를 던지고 민주당이 항의하면 류호정이 발끈하기로 애초부터 계획한 것이다.
문정복 의원은 “외교행낭과 이삿짐은 전혀 다른 맥락”이라며 “이삿짐이 아닌 외교행낭을 통한 밀수라면 외교적 문제는 물론 범죄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배진교 원내대표에게 이와 관련한 오해를 바로잡고 설명하고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배 원내대표는 ‘그렇다면 왜 박준영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느냐’는 반문을 하였고, 이에 대해 답변을 하던 중 ‘(박 후보자) 당신이 국정운영에 부담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류호정 의원이 아무런 맥락도 없이 ‘당신?’이라고 고성과 삿대질을 하며 제 말을 끊었다. 충분히 말로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은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외교행랑'과 '이삿짐'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외교행랑'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밀수'라는 단어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즉 민주당의 항의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배진교가 도발하고 민주당이 항의하면 류호정이 발끈하며 판을 키우기로 애초부터 각본을 짠 것이다. 즉 류호정은 '당신'이라는 단어에 발끈한 것이 아니라 발끈하기 위해 '당신'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우발적 오해가 아니라 의도적 오역인 것이다.
류호정은 원내대변인이며 홍보전략본부장이다. 정의당의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서 나름 생각해 낸 것이 어그로 홍보전략이다. 민주당을 자극해 싸움판을 벌리고 조회수나 올려 보려는 유치한 수작이다.
류호정은 “문 의원의 ‘당신’이 누군지는 알 길이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라며 “문 의원은 저를 향해 소리쳤다. ‘야’가 먼저였고, ‘어디서 감히’가 나중이었다”며 “정의당이 만만했던 건지, 나이 어린 제가 우스웠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엉겨 붙을려는 태세다. 애초부터 트집을 잡아 민주당을 공격하려 한 것이다.
정의당의 당신소동은 한마디로 자해공갈사기극이다. 배진교와 류호정은 가족보험사기단처럼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짜고 연기를 한 것이다. 문정복 의원은 재수없게 가족사기단에 걸려들었다.
총선 이후 정의당이 한 일이라곤 오직 어그로 뿐이다. 생산적인 일이라곤 전혀 없다. 여기저기 싸움나 붙이고 어그로나 끄는게 전부다. 류호정, 장혜영을 투톱으로 어그로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김종인은 국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아사리판은 정의당이다. 불교에서 덕망 높은 스님을 '아사리'라고 한다. 아사리가 모인 판이 바로 아사리판이다. 아사리판은 '개판'과 같은 의미다. 개들이 모이면 어지럽고 시끄러운 것처럼 덕망 높은 스님들이 모여도 어지럽고 시끄럽단 뜻이다.
비슷한 말로 '난장판'도 있다. 난장판이란 선비들이 시장에 모인 판이란 뜻이다. 개와 스님과 선비가 모이면 다 어지럽고 시끄러우니 개와 선비, 스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판이 어지러우면 스님도, 선비도 개가 된다. 정치인이 모인 판은 정당이다. 정당이 어지러우면 정치인도 개가 된다.
정의당이야말로 아사리판이다. 대체 뭘 하려는건지 알 수가 없다. 명색은 진보정당인데 걸핏하면 국힘과 붙어 먹으며 어그로나 끌고 은근히 '보수코인'을 타려고 한다. 진보정당도, 보수정당도 아닌 그저 어그로정당이다.
정의당의 진짜 문제는 류호정의 '싸가지'가 아니다. 문제는 아사리가 아니라 판이다. 류호정이나 장혜영도 판이 달랐다면 다른 정치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그로나 끌면서 한 자리 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금배지나 돌려 먹는 게 안타깝지만 정의당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들에게 진보적 사상과 이념이 있는가? 없다. 그들에게 진보적 국가전략이 있는가? 없다. 그들에게 집권구상이 있는가? 없다. 진보도, 정의도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어그로만이 있을 뿐이다.
정의당은 이제 정치자영업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 즉 아사리판일 뿐이다. 그래서 점점 국힘을 닮아간다. 자영업자들은 진보코인이건, 보수코인이건 코인만 타면 그만이다. 그래서 점점 더 어그로에 중독된다.(이 방면의 대가는 홍준표다) 어그로를 끌면 어쨌건 코인은 쌓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의당은 머지 않아 공중분해될 것이다. 심상정이 윤석열의 제3지대를 기웃거리는 것은 더 이상 정의당으로는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그로정치로 잠시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금배지를 유지할 수는 없다.
아마도 심상정의 이탈과 함께 정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의당이 사기질로 민주당과 날을 세우는 것도 어쩌면 새로운 미래을 위한 사전포석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어떤 의도건 어그로정치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도 미래가 없다.
(최한욱 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