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출발점은 혼자 놀다 놀이터 모래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수상한 열쇠’다. 이는 일상적인 경험이다. 어릴 적 놀이터 흙바닥을 파헤치며 무언가를 주웠던 보편적인 기억은, 시인이 “무엇이든 열 수 있고 무엇이든 잠글 수 있는/ 무엇이든 열쇠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단숨에 일상을 넘어 환상의 세계가 열린다.
무엇이든 열쇠로 ‘장마 때 없어진 개미구멍, 딱따구리가 살다 간 나무 구멍, 녹슨 나사 빠져 버린 나사 구멍’을 열어보다가 마침내 자기 내면의 ’구멍 난 내 마음’을 열게 된다. 세 가지 구멍은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머물다 사라진 흔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구멍 난 내 마음’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마음이 구멍 났는지 세세하게 제시하지 않아도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쿵 내려내려 앉는다.
마음의 구멍을 열었을 때 쏟아져 나올 것이 감당하기 힘든 ‘묻어 둔 말’과 숨겨 둔 감정들이다. 여기서 반전은 그것들을 억지로 끄집어내려 하지 않고 열쇠로 잘 잠가 두었다는 결말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처럼 보여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하지만 슬픔에도 서둘러 꺼낼 수 없는 저마다의 유예기간이 필요한 법이니 준비가 되지 않은 아픔과 상처라면 억지도 꺼내기보다는 때로는 안전하게 잘 잠가두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비록 지금은 단단히 빗장을 걸어두었지만 잘 잠가둔 말과 감정들은 언젠가는 열게 될 것이다. 아이가 가진 것은 “무엇이든 열 수 있고 무엇이든 잠글 수 있는” 무엇이든 열쇠이니 묻어둔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게 되면 아이는 스스로 이 열쇠를 꺼내 그 구멍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첫댓글 수상한 열쇠. 무엇이든 열리는 열쇠. 열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는데^^
참 모범적인 답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