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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원, 정치적 갈등으로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 논의 늦어져
☐ 인도 의회, 2022/23 회계연도 회기 마감 앞두고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업무 마비
◦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인도 의회 마비…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 논의 없이 통과
- 인도 의회는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회기가 마감되는 것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3년 3월 24일 인도 하원의회는 재정법(Finance Bill) 개정안과 교부금 예산안 등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심의를 진행하지 않고 통과시켰다. 인도 하원은 2023년 4월 6일 회기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인도 정부가 운영되기 위한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은 2023년 3월 31일 이전에 인도 양원의 통과를 받아야 한다. 인도 하원의장 옴 비를라(Om Birla)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언급하면서 예산안을 논의하지 않고 직권을 발휘하여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 2023년 3월 라훌 간디(Rahul Gandhi) 의원직 상실과 아다니 그룹(Adani Group) 회계부정 스캔들 등의 사건으로 인해 의회에서는 예산안에 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2023년 2월부터 인도 하원의 야당 의원들은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인도의 대기업인 아다니 그룹을 조사할 것을 요청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인도 야당은 2023년 3월 23일 인도 제1야당인 인도 국민회의당(INC, Indian National Congress)의 전(前) 지도자인 라훌 간디가 명예훼손죄로 2년형을 받자 의원직이 상실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인도 국민당을 규탄하였다. 2023년 3월 23일 인도 의회가 마비되자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내각은 인도 하원의장을 만나 2023/24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협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인도 야당, 전직 야당 지도자의 의원직 상실을 정치 탄압이라 비판… 아다니 그룹의 회계부정에 대한 비판이 정치 탄압의 배경으로 언급돼
- 인도 국민회의당의 전 지도자 라훌 간디는 자신의 의원직 상실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인도국민당에 대한 비판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2023년 3월 25일 라훌 간디는 자신이 의원직을 박탈당한 배경에는 아다니 그룹과 국민당의 유착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인도 여당인 인도 국민당이 다수를 차지한 인도 하원은 라훌 간디가 명예훼손죄로 2년형을 받은 것으로 인해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하였다. 라훌 간디는 2019년에 모디(Modi)를 성씨로 한 인물을 비방하는 농담으로 인해 인도 구자라트(Gujarat) 주 법원에서 2년 형을 받았다. 인도 법에 따르면 인도의 국회의원은 2년형 이상의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 의원직이 상실될 수 있다. 라훌 간디는 구자라트 주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를 준비하는 중이다.
- 2023년 1월 24일 미국의 공매도 전문기관 힌덴버그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아다니 그룹이 회계 부정과 주가 조작을 저질렀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로, 인도 야당은 아다니 그룹에 특혜를 제공했는지를 확인할 것을 요구하며 의회를 마비시킨 바 있다. 아다니 그룹의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 최고경영자(CEO)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역구인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 주 출신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가까운 사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라훌 간디는 아다니 그룹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순 자산이 20배 가까이 늘어났음을 언급하면서 유착관계에 대한 혐의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 인도 의회, 정치 갈등으로 제 기능 어려워… 인도 민주주의 쇠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와
◦ 인도 의회, 여야 간의 갈등으로 제 기능 못해… 2014년 이후로 법안 논의 시간은 줄고 의원직 자격 박탈은 늘어나
- 인도 의회는 여야 간의 갈등으로 계속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의 정치평론가 스니그덴두 바타차리야(Snigdhendu Bhattacharya)는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The Diploma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인도 의회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스니그덴두 바타차리야에 따르면 1952년부터 1970년까지 인도 하원의 회기 일수는 연평균 121일에 달했으나, 2000년 이후로 회기일은 68일로 감소하였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1기 내각이 운영되었던 제16대 하원(2014년~2019년)의 연평균 회기 일수는 역대 하원 중 두 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RS입법연구소(PRS Legislative Research)에 따르면 2021년 7월과 8월 사이에 인도 하원은 예정된 시간의 4분의 1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특히 상원과 하원은 법안 심의 및 통과에 각각 평균 17분과 8분을 소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도 의회가 법안에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드는 반면, 의원직 자격 상실은 더욱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인도국민당이 집권한 이후로 2022년 8월까지 자격 상실이 된 의원 수는 139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2006년 8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의원 자격을 박탈된 수가 51명이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전(前) 인도 하원의장 P. D. T. 아차리(P.D.T. Achary)는 내각과 야당이 서로 적대시하면서 법안이 심의되지 않고 통과되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 인도, 민주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 받아… 권위주의로 퇴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 특히 라훌 간디의 의원직 상실은 인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복스(Vox)의 잭 보샹(Zack Beauchamp) 선임 특파원은 라훌 간디가 위반했다고 판결받은 명예훼손법이 영국 식민지 시대에 도입된 이후로 인도 정부가 반대파를 억압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활용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또한 인도의 민주주의에 대해 평가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내각이 명예훼손법과 국가보안법 등을 이용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기구들은 인도의 정치에 대해 민주주의의 쇠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민주주의 연구에서 학술적으로 권위를 지닌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 Institute)는 2021년 인도가 민주주의의 최소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선거 민주주의(Electoral Democracy)에서 선거권위주의(Electoral Autocracy)로 퇴행했다고 평가하였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인도에서 야당만이 아니라 언론, 학계, 시민사회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도가 권위주의로 퇴행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미국의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기금(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의 남아시아 책임인 밀란 바이슈나브(Milan Vaishnav)는 인도국민당 정부가 의회 없는 인도('Congress-mukt' Bharat)를 내세우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감수 : 권순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CNN, ‘I am not scared’: Disqualified Gandhi will continue questioning Modi, 2023.03.25.
Vox, India’s ruling party just kicked a major rival out of Parliament — and sparked a new crisis, 2023.03.24.
Indian Express, Amid din, Lok Sabha passes Budget Demands for Grants without discussion, 2023.03.24.
Mint, Finance Bill passed without discussion, 2023.03.24.
Indian Express, PM Modi, Senior Ministers Meet Lok Sabha Speaker Amid Parliament Impasse, 2023.03.23.
The Diplomat, The Progressive Decline of the Indian Parliament, 2023.03.23.
BBC, Fraud claims against Adani Group spark political row in India, 2023.02.03.
The Print, 139 & counting — 170% increase in suspension of MPs under Modi govt compared to UPA, 2022.07.27.
[관련 정보]
1. 인도의 야당 지도자, 모디 총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2년형 선고 받아 (2023. 3. 24)
2. 인도 아다니 그룹, 진실이 승리할 것이라며 대법원의 회계부정 혐의 조사 명령 환영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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