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공식 성명을 통해 회원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FATF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0기 제1차 총회에서 북한에 대해 '최고수준 제재(Counter-measure)'를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는 19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들어진 국제기구로 국제연합(UN) 협약, 안보리 결의와 관련된 금융조치 이행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7년 말 현재 39개 회원국이 있고,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자금조달을 방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FATF는 매년 각국의 국제기준 이행 현황을 평가해 미이행 국가를 제재하고 있다. FATF 금융제재는 3단계로 이뤄지는데 북한은 2011년 이후 가장 강도높은 수준인 '최고수준 제재'를 받고 있다. 최고수준 제재를 받는 국가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금융거래가 사실상 중단되고 해당 국가에 금융회사 해외사무소 설립도 금지된다.
FATF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성명서에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가장 상단에 별도로 표시되어 게재되어 있다. 북한보다 한 단계 낮은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제재 내용이 그 다음에 이어져 있다.
FATF는 북한에 대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자금 조달에 대한 북한의 불법적인 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모든 회원국에) 북한 기업, 북한 금융회사와의 거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FATA는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고 돈세탁이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대응 수단을 적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회원국들은 아직도 자국에 남아 있는 북한 은행들의 지점이나 자회사, 또는 북한 은행들과 관련이 있는 금융기관들을 폐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FATF는 2011년 2월 북한을 기존 '주의 조치'에서 '최고 수준 제재' 대상국으로 지정해 금융거래를 막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특정 금융기관만 제재하지만 FATF는 해당 국가 내 금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FATF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게 되면 그 여파가 엄청나다.
특히 내년 1월부터 FATF는 10년 만에 한국의 국제기준 이행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다. FATF의 평가에는 대북 금융제재 준수 여부도 포함된다. 만약 이 평가 과정에서 한국 정부나 금융회사가 FATF의 대북 금융제재를 어긴 사항이 발견되면 한국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FATF 평가 결과는 S&P(스탠더드앤푸어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결정에 바로 반영된다. FATF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해당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각종 국제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기업들까지 신용장 개설, 무역대금결제, 환거래계약 체결, 수수료 적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 금융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터키가 FATF로부터 국제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터키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한편 24일자 문화일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대상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센터의 ‘대북제재 관련 미국의 해외은행 압박 및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제재대상국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이와 거래하는 기업·금융회사 제재도 강화되는 추세”라며 “국내 은행권도 관련 피해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이후 제재를 받은 은행은 중국 단둥(丹東)은행 등 4곳이다. 대부분 제재는 벌금으로 마무리됐지만, 라트비아 3대 은행으로 꼽히던 ABLV은행은 미국이 제재 검토에 들어가자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사태)이 발생해 4개월 만에 청산됐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도 미국 달러화 거래가 제한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문화일보는 이미 국내 7개 은행(KDB산업·IBK기업·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은행)이 美 재무부와의 컨퍼런스 콜을 통해 사실상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금융당국의 상황인식과 대처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의 오해가 풀렸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국정감사 답변 제출자료에 “회의 사실이 없다”고 보고하며 콘퍼런스콜 속기록과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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