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H 카드 결제일
아침부터 손아래 시누이 아가씨에게 문자를 보낸다.
“아가씨 내가 지금 돈이 없는데 오늘 카드 결제일이네. 어쩌지? ”
“ 미안해 천만원 어제 갚아야 하는데 못 갚아서 난리가 났어
카드값을 조금씩이라도 주려고 하는데 몇날몇일 개시도 못하고 있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해“
“아가씨..집에 작은아가씨에게 전화해서 오늘 장 볼 것 있으면 그 카드로
장부터 보라고 하세요“
( 오늘 못 막을 경우 당장 내일부터 사용중지 되니까...)
“ 네 미안하고 고마워요”
결혼안한 큰 시누이는 어머니(시어머니)와 시집갔다가 온 동생과 그리고
그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그렇게 여자 넷이서 파주에서 산다.
아가씨는 광장시장에서 원단가게를 하다가 지금은 종합시장에서 원단장사를 하는데
싸구려 원단도 많이 수입되고 하다 보니 장사는 옛 얘기이고
밥값을 벌기 버거운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오늘 아가씨가 결제할 카드 대금은 59만원이고
아가씨가 지난 달에 갚지 못하여 내가 대신 결제한 금액은 120만원이다.
큰 금액은 할부로 하고 병원비나 약제비 같은 것을 일시불로 결제해서
어머니 모시고 다닌 백병원이나 작은 아가씨가 다니는 일산병원 진료비 등이 대부분이고
피복비 따위는 전혀 없는 순수 식비 및 식재료비 또는 책값 등인데
지난 달 금액은 아마도 추석차례 준비비용이 많았던 듯 싶다.
아가씨에게도 카드는 있다
딱 한 개.
그 카드를 제 때에 결제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나고
현금 없이 동동 거리는 것을 보고
내 카드 하나를 건네 준 것이 몇 달 전이었다.
아시겠지만 카드를 사용하면 휴대폰에 사용처와 금액이 문자로 전송되기 때문에
난 사무실에 앉아서도
..오늘 어머니 병원 다녀오셨네
..작은 아가씨 병원 갔었네
..마트에서 장봤네 ..
..롯데리아 갔구나...하며
파주의 살림을 꿰뚫어보고 있다.
카드를 건네 줄 때에는
어머니가 아가씨만의 어머니가 아니고
내 어머니 이고
아가씨 혼자만 다 짊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카드 사용 내역중에서 내가 나누고 싶은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작은아가씨는 내가 건넨 카드로
장 보는 것을 빚진자 처럼 눈치 보여 했고
난 내 카드를 빌려 줬을 뿐인데
큰 인심이라도 쓴 양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큰 아가씨의 마음 씀씀이나
내 마음 씀씀이가 비슷해서
난 아가씨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된 것도 다 이해할 수 있다.
개시도 못했다는 말이
가슴 한 켠에 자리하고 있어서
카드 결제 못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하고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어제 아가씨는 내게 이런 문자를 보냈었다.
“어디 1000만원 10일 정도 빌릴 수 있는데 없을까?” 하고
거기에 내가 한 답문은
“그런곳을 알면 내가 빌려 쓰겠네” 였다.
어제 일 때문에 안산에 갔다가
그곳에서 이혼후 혼자 살면서 대학 다니는 딸 아이를 키우는 친구집에 잠시 들렀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건강검진 받으면서 대장내시경 검사 했는데 작은 혹(용종)이 발견되어
그 자리에서 제거하고 보험회사에 청구하여
보험금 40만원 받았어...하는데
“경사났네~”를 친구와 합창했다.
뒤이어 그 친구의 말이
하도 돈이 궁하니까
뭐 큰 질병은 아니어도 갑상선 암이라도 진단받아서
보험금 받았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하는데
나 또한 “내 말이~”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 얘기를 오늘 다른 친구에게 하는데
이 친구 말이 “우린 왜 남들 잘 걸리는 암도 안 걸리냐~”
내 말이 “ 누가 아니래~”
아픈 사람이 들으면
참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벼락 맞을소리” 한다고 하겠지만
생업에 간당간당하게 매달려 외줄타기를 하는 나와 내 친구는
진담이었다.
내 친구들은 다 나를 닮았나
깔깔깔 웃기를 잘한다.
그래 내친구 답다 다워~.
아흔 넘으신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친구 하나가 나한테 그랬다
너는 그래도 집이라도 있잖아~ 라고.
이 친구 셋방살이 하는 살림을 이사를 해야 하는데
애들 셋과 뒤늦은 공부를 하는 신학대 다니는 소득없는 남편과
친정에서 막내이면서도 제일 살림 어려운 얘가 친정아버지와 산다.
돈을 벌어도 시원찮을 형편에 남편의 학비까지 대야하고
척추질환으로 하루 걸러 물리치료 받으면서
혼자 몸으로 그 살림을 간당간당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악으로 버티고 산다.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며...
아..그런데 오늘 내가 뭔 얘기를 하려다가 이러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이것은 20일에 저녁에 쓰다만 글이다
오늘 23일.
휴일 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개원준비하는 선생님과 약속이 일산에서 잡혀서
차로 약속장소로 모시겠다는 대표님을 거절하고
전철로 이동하여 일을 보기로 맘 먹고
이왕 일산에 가는 김에 친한 친구나 보고 와야 겠다 싶어서
약속시간보다 2시간 전에 일산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중에
문자가 큰 아가씨로부터 왔다.
“H 카드 사용가능해요?”
그렇다.
아가씨는 20일 카드 결제일에 카드사용대금을 내 계좌로 송금하지 못하였다
나 또한 돈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23일이고...
“불량심 우리 아가씨
내꺼 못 막고 아가씨 꺼 막았네요. 쓰세요”
거기에 다시 온 문자
“안 쓰고 싶은데 원이랑(작은아가씨 딸) 할머니랑(어머니) 치킨 먹자고
난리야 남에 속도 모르고”
그랬습니다.
큰 아가씨 자존심에...카드도 못 막아주고 그 카드를 써도 되냐고 물었을 때의
그 심정 제가 이해합니다.
사는거 별거 없습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나
오늘 이렇게 나는 큰 며느리로써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 아가씨가 어렵다면 그 잘난 카드를 빌려 주고
그 카드라도 쓸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내 도리입니다.
내 형편이 아주 좋아서
카드결제 따위는 걱정하지 말고 쓰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얘기해도 꼭 필요한 곳에만 쓸 사람들인 우리 시댁식구들인데 말입니다.
오늘도 나는 위로를 받고 싶은 까닭에
여기에다 빈한한 살림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큰 아가씨의 장사가 잘 안되는게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
가만히 집에만 있는 작은 아가씨가 때론 미워도
감히 작은아가씨에게
"식당에 나가서 그릇이라도 닦아.
가만히 있지 말고 전단지라도 돌려.
카드라도 배달해.
라디오라도 듣고 사연이라도 보내서 상품이라도 타.
남의 집 아이라도 봐줘" 라고
...아무 말 못해봤습니다.
손아래 아가씨 이지만
나보다 세 살 많은 아가씨라서...나이도 어린 것이 큰 올케 노릇하는 것 같아서 맘 상할까봐...
한 참 뒤에
제 휴대폰에 이렇게 문자가 찍힙니다.
[H카드M]-승인
***님
10/23 18:43
30,000원(일시불)
페리카나
위의 소박한 치킨으로
시댁의 네 식구가 모처럼 행복했기를...
저는 오늘 저녁
고구마 2개와 커피 한 잔으로 저녁했습니다.
아...친구가 보내준 사과를 디저트로 먹었으니
행복한 저녁입니다.
참으로 넘~~가심이 아파요.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더욱 힘들게
사는 서민들 이지요.
그치만
아무런 내색도 없이 열시미 사시는
커피님이 달리 보입니다.
힘~내시고 열시미 살다 보면 좋은일이 있겠지요.
그러무
돈은 다~~어디에 있을꼬~~
울~커피님 시엄니댁에 돈~벼락이나
떨어지지 않코~~_()_
울 어머니한테...
너무 고맙습니다.
문 밖 출입도 잘 안하시니
돈 벼락 맞을 일도,,,없을것 같은걸요
돈은 모두 은행에 있습니다요~
그저아프지않으면됩니다 치주염땜에
개고생입니다 나이처묵으면 잇몸이삿는병이라네여~
건강챙기셔요!!
ㅍ ㅎ ㅎ ㅎ
님이 이가 아프시구나
하긴 안 아픈게 최고입니다
아프면 만사...에고고 이죠
정말 고맙습니다요 선하님~~~~
아 맘아파,,,,나도 피부암,,,,경계성 종양,,,,진단받고 암진단비 받고 룰루랄라 했었다는,,,,ㅎㅎㅎ
어머 그러셨군요.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작은 어깨의 커피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한 환경이 밉네요,...
언제쯤이면 홀가분하게 되려나? 안쓰럽네요...
나도 남에게 힘든 소릴 못하다보니 혼자 힘겹게 짊어지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젠 가뿐하게 사네요...
커피님 파이팅하시길~~**
짐..안졌어요
무거워서 못 지고 다녀요.,.ㅎ ㅎ ㅎ
세월이 흐르면...그말에 용기 얻어
파이팅...합니다.
삶방 님들은 생각이 깊고 넓어서 많은 답글이 줄을 있습니다 ㅎㅎ^^
정이 많으신 분들이시죠
님도 마찬 가지 이시구요...
님. 그런데
고구마 수확한것도 있으실텐데
호박 고구마까지...복 많으십니다.
저..고구마 먹을 줄 압니다 ^^*
ㅎㅎㅎ~~~
호박고구마보다 더 맛있는 것 대접하고 싶은데 ㅎㅎ^^
고맙습니다
역쉬 ...맘에 꼭 드는 답글이예요
고구마 먹은것처럼
기분 근사합니다 ^^
정말 대단 하세요....님은 분명히 복받으실거예요....아무나 그렇게 할수 없고 아무나 그런 마음으로 살수 없다는걸 알지요...언젠가 온 가족이 모여 이런 얘기가 추억담으로 웃을수 있는날 오길 빕니다...ㅎㅎㅎ
앗 내가 좋아하는 여인님이시다
왼손이 하는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였거늘
제가 유치찬란 입니다
이렇게 놉니다.
저 귀엽죠? ㅎㅎㅎ
ㅎㅎㅎ 커피님은 마녀님괴 지니님만 좋아 하는줄 아는데...저도 한 몫 있어요??ㅎㅎㅎ이런 얘기는 정말 이 삶방에 필요한 얘기인걸요... 고맙습니다...ㅎㅎㅎ
좋아 하다 마다요
님의 품위 있는 분위기를
닮고 싶답니다.
이쁜 김영희 언니와 더불어...
커피님 제가 넘 챙피해져서 울컥 했네여 말안듣는 애들 때문에 글 올렸었는데..얼굴을 들을 수가 없네요 낼 꼭 로또를 한번 사 보세요 제가 그 행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희망 화이팅!!
아이고 별말씀 다 하세요
푸끄럽긴요 사는게 다 그런걸요
그냥 웃고 삽니다 ^^
맏며느리 답네요~~
행동과 맘씀씀이가......
글 읽는 내내 맘한켠이 쨘~~하네요~~
언젠가 복 받을 날이 올것이며, 편안한 삶과 주위에 있는 분들이 님의 그 노고를 알아 줄것입니다
언제나 힘내시길~~~~ 화이팅~~~
정말요
생긴것은 막내 며느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