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출신의 칼 드레이어(1889~1968)는 무성영화 시기에 데뷔해 마지막 작품인 <게르트루드>(1964)까지 이십여 편의 영화를 만들며 인간의 믿음과 세계의 불가해한 질서를 엄격하고 우아한 영화 언어 속에 그린 거장입니다. 3월 20일(수)부터 4월 21일(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칼 드레이어 회고전”에서는 <게르트루드>(1964), <오데트>(1955), <잔 다르크의 열정>(1928) 등 드레이어의 대표작과 다양한 ‘영혼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로베르토 로셀리니, 로베르 브레송,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등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23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칼 드레이어는 경력 전반에 걸쳐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활용했는데, 그의 영화를 초월적 스타일로 명명한 폴 슈레이더에 따르면 드레이어의 영화를 강력하게 만들고 그의 지속적 성공을 보장한 것이 바로 이런 서로 다른 스타일 사이의 긴장감입니다. 이번 회고전에서 소개하는 드레이어의 작품 중 스타일적으로 가장 폭넓고 이질적인 시기인 무성영화 시절의 작품(1918년부터 1927년까지 8편의 영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칼 드레이어는 영화 만들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 “내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을 재생하는 것, 말 뒤의 생각들, 그들 영혼 깊은 곳에 놓인 비밀들을 포착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불가해한 것은 내면의 생각, 다른 사람들이 해독할 수 없는 생각, 정신의 세계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특별한 미학은 그의 특별한 주제 선택과 연결됩니다. 악마, 잔 다르크의 수난, 뱀파이어의 기이함, 마녀, 신앙과 초자연적 현상, 광기와 죽음, 부활과 기적 등 칼 드레이어의 영화 형식은 역설적이게도 이런 불가능한 것을 표상하기 위한 것입니다. 영화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매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영화적 이미지는 보여질 수 없는 것을 형상화합니다. 그의 영화가 신비롭고 매혹적인 이유는 바로 이 역설 때문입니다.
항상 자신을 겸손한 장인으로 여긴 드레이어는 경력 전반에 걸쳐 작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찾고, 모든 디테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하는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금욕주의는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생략하는 그의 윤리적, 예술적 이상입니다. 매우 신중하게 양식화된 스타일을 통해 일상의 진실, 인간 경험의 한계를 넘어선 어떤 영적인 문제, 보이지 않는 영혼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칼 드레이어의 영혼의 스타일은 이런 인간 조건의 신성과 세속성의 이중성에 대한 고찰에서 나옵니다. 장 르누아르는 칼 드레이어의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일상적 범속성을 넘어서는 세계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질 들뢰즈는 드레이어의 영화가 진정한 창의성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예측 가능하고 공허한 진부한 표현의 집합체로만 보이는 이 세계에서 ‘세상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낸다고 말합니다. 이미지가 넘쳐나고 이미지로 어지럽혀진 세상에서 드레이어의 영화는 시대를 초월해 영화의 근본적인 소명을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제 기간에는 유운성, 허남웅, 김병규 평론가,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가 시네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미지’를 주제로 한 이나라 평론가와 김호영 교수의 시네마테크 영화학교도 각각 열립니다. 시네마테크 아카이브 사업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이라 더욱 의미가 큰 “칼 드레이어와 영혼의 스타일” 특별전에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개막작 <뱀파이어> 연주 상영
일시│3월 20일(수) 오후 8시
상영작│<뱀파이어>(75min)
연주자│피아니스트 강현주
피아니스트 강현주 소개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피아니스트 강현주는 8세 때 부산 챔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독주와 실내악, 음반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Harburger Rathaus와 Hamburg Ernst Barlach 미술관, Hamburg Forum 등에서 독주회를 가졌으며 Hamburger Symphoniker Orchestra와 협연하였다. 음반으로 “Praha in piano - 체코의 피아노음악”, “소나타 베스트”, “새벽기도” 등이 있으며 일본에서 Ariya라는 예명으로 뉴에이지 음반 “When We Are in Love”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 <미쓰GO>(박철관)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시네토크
1. 칼 드레이어의 무성영화
일시│3월 23일(토) 오후 3시 <집안의 주인> 상영 후
진행│유운성 평론가
2. 뱀파이어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일시│3월 31일(일) 오후 4시 <뱀파이어>상영 후
진행│허남웅 평론가
3. 대담: 말 뒤의 생각들과 영혼의 비밀
일시│4월 7일(일) 오후 3시 30분 <게르트루드> 상영 후
진행│김병규 평론가,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4. 신비와 기적, 영적 스타일에 대하여
일시│4월 14일(일) 오후 3시 <오데트> 상영 후
진행│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영화해설
진행│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1) 3월 21일(목) 오후 2시 <분노의 날> 상영 후
(2) 4월 4일(목) 오후 2시 <글롬달의 신부> 상영 후
(3) 4월 11일(목) 오후 2시 <신의 어릿광대> 상영 후
(4) 4월 18일(목) 오후 3시 <재판장> 상영 후
상영작 목록
1 | 재판장 | 칼 드레이어 | 1919 | 덴마크 | 71min | B&W |
2 | 사탄의 책 | 칼 드레이어 | 1921 | 덴마크 | 133min | B&W |
3 | 서로 사랑하라 | 칼 드레이어 | 1922 | 독일 | 100min | B&W |
4 | 옛날 옛적에 | 칼 드레이어 | 1922 | 덴마크 | 75min | B&W |
5 | 미카엘 | 칼 드레이어 | 1924 | 독일 | 94min | B&W |
6 | 집안의 주인 | 칼 드레이어 | 1925 | 덴마크 | 106min | B&W |
7 | 글롬달의 신부 | 칼 드레이어 | 1925 | 노르웨이, 스웨덴 | 77min | B&W |
8 | 잔 다르크의 열정 | 칼 드레이어 | 1928 | 프랑스 | 97min | B&W |
9 | 뱀파이어 | 칼 드레이어 | 1932 | 독일, 프랑스 | 73min | B&W |
10 | 분노의 날 | 칼 드레이어 | 1943 | 덴마크 | 97min | B&W |
11 | 오데트 | 칼 드레이어 | 1955 | 덴마크 | 126min | B&W |
12 | 게르트루드 | 칼 드레이어 | 1964 | 덴마크 | 117min | B&W |
13 | 좋은 엄마들 | 칼 드레이어 | 1942 | 덴마크 | 12min | B&W |
14 | 마을의 교회 | 칼 드레이어 | 1947 | 덴마크 | 14min | B&W |
15 | 암과의 투쟁 | 칼 드레이어 | 1947 | 덴마크 | 11min | B&W |
16 | 그들은 간신히 페리에 탔다 | 칼 드레이어 | 1948 | 덴마크 | 12min | B&W |
17 | 토발센 | 칼 드레이어 | 1949 | 덴마크 | 10min | B&W |
18 | 스토르스트룀 다리 | 칼 드레이어 | 1950 | 덴마크 | 7min | B&W |
19 | 성 속의 성 | 칼 드레이어 | 1954 | 덴마크 | 9min | B&W |
20 |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 로베르토 로셀리니 | 1950 | 이탈리아 | 86min | B&W |
21 |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 | 라디슬라오 바흐다 | 1955 | 스페인, 이탈리아 | 86min | B&W |
22 | 마태복음 |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 1964 | 이탈리아, 프랑스 | 137min | B&W |
23 | 아마도 악마가 | 로베르 브레송 | 1977 | 프랑스 | 97min | Col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