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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에서 정부의 사법 개혁 시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발생
◦ 사법 개혁에 격렬한 반대 시위...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
- 3월 1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주최측 추산 20만 명이 모인 사법부 개혁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스라엘 다른 도시에서도 30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구 900만 명인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다.
-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 개혁이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혁안의 골자는 의회가 대법원의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시위에는 아미차이 에셰드(Amichai Eshed) 텔아비브 경찰청장이 제복을 입고 참여하기도 했다.
- 네타냐후 정부는 시위대뿐만 아니라 경찰 및 검찰과도 대립 중이다. 에셰드 청장은 시위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국가안보부 장관에 의해 해임되었으나, 검찰과 경찰청장이 에셰드 청장의 사임을 중단시켰다.
◦ 이스라엘 전 총리들, 네타냐후 총리 강하게 비판
- 야이르 라피드(Yair Lapid) 이스라엘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도 적극적으로 정권 비판에 나섰다. 시위에 참여한 라피드 총리는 테러리즘 위협이 증대하고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네타냐후 정부가 오직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3월 19일 시위에서 폭력배들이 시위대를 공격하자, 라피드 총리는 정부가 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조장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리였던 에후드 바라크(Ehud Barak) 전 총리도 시위에 참여했으며,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리직을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Ehud Olmert) 전 총리는 3월 16일에 현 정부를 ‘반이스라엘적’이라고 규정하고 각국 지도자에게 네타냐후 총리와의 만남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 네타냐후 총리, 대통령의 타협안까지 거부하며 강경 입장 고수...바이든 대통령 우려 표명
◦ 이스라엘 대통령, 내전 가능성 경고하며 타협안 제시
- 3월 15일 이츠하크 헤르조그(Isaac Herzog)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부와 야권의 대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현재의 심각한 갈등이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이스라엘이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타협안이 정부와 야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 타협안에 따르면 법관 선출위원회는 개혁안과 같이 11명으로 구성되지만 정부와 사법부 어느 한쪽도 법관 임명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 한편 정부 측 개혁안과 달리 대통령의 타협안에서 의회는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또한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의 헌법적 성격을 강화해 판사들이 기본법을 무효화할 수 없도록 하여, 기본법을 개정을 위해서는 의원 120명 중 80명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 네타냐후 총리, 대통령의 제안 단칼에 거부...미국의 우려 표명에 반대측 의견 일부 수용
-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헤르조그 대통령이 제시한 타협안을 즉시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타협안의 핵심이 기존 제도와 다를 것이 없으며 정부와 사법부 사이 필요한 균형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밝혔다. 요시 푸츠스(Yossi Fuchs) 이스라엘 관방장관 또한 대통령의 타협안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견이라고 언급하면서 내각 장관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야당은 타협안을 환영하며 진지하게 논의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대통령의 타협안을 거부하자 예루살렘에서 다시 항의 시위가 열렸으며, 미국까지 우려를 드러냈다. 3월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지고 사법 개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고위 인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 개혁에 대해 광범위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하루만에 일부 내용이 수정된 사법 개혁 수정안을 발표했다. 조정안에서 정부와 여당의 법관 선출 권한이 다소 축소되고 야당의 권한이 확대되었다.
- 한편 연일 격렬한 사법 개혁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의회는 총리가 해임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사법 개혁에 따른 정치적 혼란, 이스라엘 경제에도 악영향 우려
◦ 국제신용평가사, 사법부 개혁이 이스라엘 신용등급에도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분석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 경제전망을 안정적으로 재확인하면서도 사법 개혁 문제가 가진 위험성을 지적했다. 피치는 사법 개혁이 제도적 견제 약화를 초래해 부정적인 정책 결과와 투자 심리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에 따르면 제도적 견제를 약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국가는 세계은행 거버넌스 지수(WBGI, World Bank governance indicators)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언급했다. WBGI는 피치가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이스라엘 또한 비슷한 결과가 발생할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 지난 1월에는 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이스라엘의 사법 개혁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막심 리브니코프(Maxim Rybnikov) S&P 수석 애널리스트는 사법 개혁이 가져올 영향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되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리브니코프 수석 애널리스트는 견제와 균형 원칙이 약화되고 특정 인물이나 정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등의 상황은 재정 정책 책임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무디스(Moody’s) 또한 견제와 균형 원칙 훼손과 사법부 약화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경고했다. 무디스는 특히 첨단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유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 경제 전문가들,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악영향 초래 우려
- 쉬라 그린버그(Shira Greenberg) 이스라엘 재무부 수석 경제학자는 2024~2027 예산안 초안에 첨부한 보고서에서 사법 개혁이 국가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해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을 증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민간 투자를 비롯한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린버그는 국가기관의 독립성이 경제 성장, 민간 부문과 외국인 투자와 관련이 있으며 신용등급 또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이스라엘 재무부에서도 사법부 권한 약화가 이스라엘 경제성장률을 0.2~0.4%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 제이콥 프렌켈(Jacob Frenkel)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또한 견제와 균형을 위한 민주적 제도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이미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서 불안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와 기업이 이스라엘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개월간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 1,500억 원)가 이스라엘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결과 달러화 대비 이스라엘 쉐켈화 가치는 2월에 크게 폭락해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 3월 21일에는 이스라엘 비즈니스포럼(Israel Business Forum)에 참석한 주요 은행 총재들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법부 개혁이 이스라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사법부 개혁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Times of Israel, 5 bank heads to PM: Stop overhaul immediately, you’ll turn Israel into dictatorship, 2023. 03. 21.
Axios, Biden expresses concern over Israel's judicial overhaul in call with Bibi, 2023. 03. 20.
The Times of Israel, As violence against protesters escalates, opposition blames Netanyahu’s ‘incitement’, 2023. 03. 19.
Al-Jazeera, Protests resume in Israel after Netanyahu rejects compromise, 2023. 03. 16.
Axios, Bibi rejects judicial compromise proposal as Herzog warns Israel on brink of civil war, 2023. 03. 16.
The Times of Israel, Israeli president warns of civil war as Netanyahu rejects judicial compromise, 2023. 03. 16.
AP, Former Israeli premier urges world leaders to shun Netanyahu, 2023. 03. 16.
The Times of Israel, Moody’s warns judicial overhaul could weaken Israel’s institutional strength, would be ‘credit negative’, 2023. 03. 07.
The Guardian, March of the unicorns: Israel’s tech sector rebels against Netanyahu ‘power grab’, 2023. 03. 09.
The Times of Israel, Fitch affirms Israel’s A+ rating, but warns of impact of planned judicial overhaul, 2023. 03. 01.
The Times of Israel, Finance Ministry chief economist warns judicial shakeup poses risk to growth, 2023. 02. 23.
Calcalist, S&P warns Israel: "Weakening state institutions is a ratings risk", 2023. 01. 09.
[관련 정보]
1. 이스라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50만 명 운집 (2023. 3. 15)
2. 피치, 이스라엘 신용등급 A+ 재확인... 사법개혁에는 경고 (2023. 3. 9)
3. 이스라엘 사법 개혁, 경제 성장에 위협 될 것 (2023.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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