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사회이슈 | 국내 최초의 서울가정법원 청소년참여법정
비행 청소년 처벌 대신 격려와 칭찬…일기쓰기·봉사활동 통해 잘못 뉘우쳐
이선정 칼럼니스트 [sjlgh@joongang.co.kr]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요?”“친구들하고 놀 때요.”“마음을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없어요.”“장래 희망은 무엇인가요?”“아직 없어요.”중학교 2학년 재현(가명·15세)이가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훔쳐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380호 법정에 섰다. 그러나 여느 법정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또래 아이들이 심리(재판)를 맡아 재현이가 저지른 일의경위를 묻고 과제를 건의한다. 법정 진행인이 학생들이적어 낸 질문을 대신 읽으면 재현이가 답변하는 방식이다. 답변이 끝나자 재현이와 보호자로 온 아버지를 잠시 밖에 나가 있도록 하고 그 사이 학생들은 재현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수행과제를 논의한다.“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재현이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자기한테 왜 안 좋은지 모르니까. 알고 나면 그러지 않을 거예요.”“아버지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요?”학생들이 진지하게 토론한 끝에 과제를 정리하자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신한미 판사가 법정으로 들어왔다. 신 판사는 학생들이 건의한 수행과제를 재현이에게 설명하고 수행방법도 일러준다.“오늘 보니까 대답도 씩씩하게 잘하고, 의젓하구나. 수행과제도 잘할 수 있겠는걸.”과제 설명을 마친 신 판사가 마지막으로 환하게 미소 띤 얼굴로 칭찬을 아끼지 않자 내내 긴장하고 있던 재현이 얼굴도 밝아졌다. 재현이는 앞으로 두 달 동안 일기 쓰기와 형사법정 견학, 인생계획 기록, 안전운전교육 이수 등 총 여섯 가지 수행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이행 성적이 좋으면 소년보호처분을 받지 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재현이 아버지는 이 날 오토바이 면허증을 받을 나이가 되면 재현이에게 오토바이를 사주겠다는 약속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