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11. 작은거인
<2집> 1981 / 오아시스 김수철(v, g, b, key) 세션 : 최수일(d)
단연 최초의 하드 록 명반이다. 초기 대학가요제 출신의 밴드로서는 활주로, 마그마와 함께 가장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던 그(들)는 79년 <일곱 색깔 무지개>, <내일>, <세월> 등이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하였고, 1집의 밴드 체제에서 원 맨 밴드 형식으로 바꾸어 이 역사적인 음반을 녹음하였다. 그는 신중현 이후의 기타 히어로였고, 대중 앞에서는 엔터테이너를 자처했다. 하지만 당시 대중음악계의 판도와 전체적인 수준으로 볼 때 그는 너무 앞선 뮤지션이었고, 그래서 그의 이 음반은 실험적인 앨범으로까지 비추어졌다. 이는 작은거인 1집 수준의 연주와 녹음이 주류였던 당시 우리 음악계의 역량과 90년대에 내 놓았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을 훌륭한 완성도를 가진 이 음반 사이에 존재하는 상당한 간극이 만들어 낸 현실이었다. 여기에는 후반부 블루지한 패턴으로 선회하는 하드 록 <새야>, 진정한 실험 지향적인 연주곡 <어둠 속에서>, 호쾌한 기타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알면서도>, 1집에 비해서 그의 음악적인 역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리메이크 곡 <일곱 색깔 무지개>등의 빛나는 트랙들이 실렸다. 이후에도 이런 질감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은 이 당시의 김수철 밖에는 없었다.(박준홈)
12. 부활
1986/서울음반 김태원(v, g), 이지웅(g), 이승철(v), 김병찬(b), 황태순(d)
가장 촌스러운 재킷 디자인상 1등으로 뽑힐만한 이 앨범은 그러나 그 시절, 들국화의 첫 번째 앨범과 함께 록 음악을 80년대의 주류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걸작이다. 10년이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활을 지켜오고 있는 김태원의 출중한 기타와 곡 쓰기는 이승철의 다듬어지지 않아 더욱 매력 있는 보컬과 만나서 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정말로 아쉬운 것은 이 두 사람 모두 10년이 넘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대중음악 판을 지켜 왔지만, 다시는 대중적으로나 실험적으로나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활과 이승철의 다른 곡들이 모두 잊혀진다고 해도 아마 종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인상적인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 <회야>를 부르짖는 애절한 목소리는 결코 잊혀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의심할 바 없는 한국 최고의 록 발라드 넘버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짜 백미이자 당대로는 가장 실험적인 음악이었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또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것은 당대의 대중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눈이 지금보다 결코 낮지 않았음을 입중하는 것이 아닐까? <신승렬>
13. 김민기
<1집> 1971 세션 : 김민기(v, g), 정성조 쿼텟
1971년 약관을 갓 넘긴 한 섬세하고 문약해 보이는 청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내뱉은 조용한 목소리는 그 즉시 대중가요의 판도를 뒤 흔들었고 곧 제3공화국 정권에 의해 신화로 사라져 갔다. 대중가요에 있어서 형식적인 면에서의 혁명이 신중현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김민기의 치열한 가사쓰기는 그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비판과 도전의 메시지를 대중가요에게 또 하나의 화두로써 던져놓고 말았다. 자의든 타이든 한 시민이 간결한 멜로디에 얹어 말하던 시들은 이렇게 그 시인을 신화적인 사회운동가로 바꾸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듯 그의 노래들은 미학과 저항성을 따지기 이전에 당시부터 지금까지를 아우르는 저항적 성향의 가요들에 미쳤던 영향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하나의 노래가 우리 나라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아침 이슬>을 비롯한 그의 노래들은 여실히 보여 주었고 또한 그 과정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부표처럼 떠도는 어설픈 낭만주의가 만연하던 당시의 대학, 즉 지성에 중심에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로서 자리 매김을 하였던 그 자그마한 노래들에 대한 추모는 바람결을 타고 떠도는 민들레처럼 아직까지도 그 씨앗들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황정>
14. 김현식
<3집> 1986 / 서라벌레코드 세션 : 김현식(v, g, har),윤승태(g), 김종진(g), 박성식(key), 장기호(b), 전태관(d)
죽음 후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인기는 그를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회의적이고 보였으리라. 비록 가장 인기를 얻은 것은 사후에 나온6집이지만, 그의 음악적인 절정은 이 3집이 아니었을까. 최고의 명곡중의 하나인 <비처럼 음악처럼>의 힘과 애절함을 겸비한 보컬은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참으로 진보해진 표현이지만) 보컬의 '지존(至尊)'이 바로 그임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80년대에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사랑 받았었다. 모두 밑바닥에서 시작했고, 라디오를 통해 곡 자체를 평가를 받았고, 서서히 스타덤에 올랐다. 그건 (또 한 번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로 진검승부 그 자체 그 자체였다. 가수보다 팬클럽이 먼저 등장하는 따위의 온갖 암기가 난무하는 90년대의 무림과는 격이 틀렸단 말이다. 그가 이런 혼탁한 무림을 보지 안고 ,떠나가 버렸네>를 부르며 사라져간 건 어쩌면 그 자신에겐 다행인 지도 모르겠다.(신승렬)
15. 김광석
<다시부르기 2> 1995 / 킹레코드 세션 : 김광석(v, har), 조동익(b), 함춘호(g), 박용준(key), 김영석(d)
이만큼 명쾌한 한국적인 어법의 포크 록 세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4집 이후 완벽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김광석은 자기성찰적인 고감도의 노래들을 4집에서 보여주었고, 여기에 90년대의 독보적인 음악감독인 조동익의 편곡과 그의 밴드가 펼친 소박한 세션이 보태지면서 감동적인 앨범 하나가 탄생되었다. 90년대 모던 포크의 적자로서 '한국 모던 포크 베스트 모음집'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이음반으로 그 결실을 완벽히 보았고, 여기에는 한 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 김창기의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 한동현의 <나의 노래>,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이 실렸다. 특히 동물원의 <새장속의 친구>와 자신의 4집에 수록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편곡자의 역량에 따라서 얼마나 노래가 다르게 바뀔 수가 있는 지를 보여준 조동익 편곡의 승리이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모던 포크의 진품이며, 두고두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이음반은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할 가치를 갖고 있다. 명반은 명예의 전당에 보관된 번지 쌓인 음반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듣는 음반을 지칭한다.(박준홈)
16. 동물원
<1집> 1988 / 서울음반 김창기(v), 김광석(g, v), 유준열(g, b, v), 박경찬(v), 박기영(key), 이성우(g) 세션 : 최형규(d)
일상적인 언어, 따뜻하면서 낙관적인 시각,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표적인 데뷔 앨범이다. 앨범 전편에 녹아있는 평범하지만 시적인 언어로 쓰여진 노랫말은 이후 수많은 사랑이야기의 모델이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소에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고만 잇던,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세세한 감정들을 글로 써 옮겨낸 김창기의 작사 실력은 돋보였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만 결코 평범하거나 진부하지 않았던 그의 작곡 실력 역시 뛰어났다. 또한, 비록 한 곡밖에 부르지 않았지만 김광석의 목소리는 눈에 띄는데, <거리에서>에서 그가 부르는 고독과 사랑의 감정들은 작곡가 김창기의 곡의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다. <변해가네>와 <잊혀지는 것>,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삶에 대한 잔잔한 감정들에 대한 표현이 비록 저항적이거나 사화 비판적인 당대의 운동가요와 언더그라운드 정신과는 대립되는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삶에 대한 희망들과 긍정성들이 아름답고 쉬운 멜로디에 담김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그 나름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유재하, 이문세와 함께 동물원이 이 앨범을 통해 발라드 음악들의 대부분의 아이템을 제공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 하다.(김영대)
17. 듀스
<Force Deux> 1995 / 월드뮤직 이현도(v, all inst, prog), 김성재(v). 세션 : 커티스 부쉬(g), 한상원(g, b, vocoder), 손무현(g), 이정식(sax), 양준호(key)
댄스그룹 댄스가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는 앨범이자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힙합 음악을 제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앨범에서 비로소 작사가로서의 이현도는 제대로 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며, 독특한 그만의 리듬편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류라는 편견을 일순간에 지우게 만든다. <굴레를 벗어나>, <이젠 웃으면서 일어나> 에서 그들은 이제 그들만의 작곡/편곡 스타일을 확립하면서 비로소 서태지와 아이들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한국어 랩으 창작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뛰어난 각운은 작사가로서의 이현도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보코더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와 편곡스타일을 적극 활용한 앨범의 수록곡들은 그의 음악적인 성숙과 자신감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앨범이 중요한 것은 하나의 유행으로만 받아들여지던 힙합을 음악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도전해소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과 그것이 주류의 두 댄스듀오인 이현도와 김승재의 손으로 만들어짐으로 인해 힙합 문화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인 것이다.<굴레를 벗어나>의 그루브와 <사랑하는 이에게>의 서정성을 고루 갖춘 이현도의 음악적 감각은 발군이다. (김영대)
18. 서태지와아이들
<4집> 1995 / 반도음반 서태지(v, prog, key, g,b), 이주노(v), 양현석(v) 세션 : 조쉬 프리즈(d), 팀 피어스(g), 마이클 랜도(g), 닐 스터벤하우스(b), 이정식(sax)
서태지의 모든 앨범은 명반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지만 이 4집이야말로 비로소 서태지의 음악적인 모든 재능이 집결된 명반중의 명반으로 불러 마땅하다. 시대의 반항정신과 젊음의 감수성을 갖춘 음악 장르로서 당대 팝 음악의 최신조류였던 갱스터 랩과 얼터너티브 록을 전면으로 부각시킨 이 앨범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창작능력의 극한 점을 귀로 확인시켜 준다 3집 이후 이미 그 영향력을 상실한 두 댄서 양현석과 이주노의 정체성 문제는 팀의 해체로 이어지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팀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여 주게 되지만, 단지 음악적인 면으로만 평가할 때 이 앨범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특히 과 <필승> 등에서 나타나는 서태지의 장르에 대한 이해력은 천재적인 감수성의 결과물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서태지는 이미 <교실 이데아>가 담긴 3집을 통해 놀랄만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개인적으로 3집보다 4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 앨범이 보다 '대중적' 이면서 간결하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시대에 대한 비판과 냉소가 어려있는 이 앨범 수록곡들의 가사는 매우 독특한 것이다. 특히 방송금지와 판금을 거치면서 연주곡만 수록되는 해프닝을 낳은<시대유감>은 가사가 실려 다시 발매된 이 후 싱글앨범보다도 그 저항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고 할 수 있겠다.(김영대)
19. 시인과촌장
<숲> 1988 / 서라벌레코드 세션 : 하덕규(v,g,har), 이병우(g),조동익(g,b), 최성원(g), 손진태(g), 허성욱(key), 한송연(key), 최태완(key), 김영석(d), 오세숙(flute)
시인과 촌장만큼 아쉬운 그룹이 또 있을까? 실제적으로 혼자 시인고 촌장을 이끌었던 하덕규는 종교에 귀의해 CCM에 전념하는 지금이 더 보람있다고 단언하지만, 귀를 베일 듯한 <가시나무.,<비둘기 안녕>의 감성이나 <새 봄 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사랑일기>의 건강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인과 촌장의 두 앨범은 어느 한 곡도 가볍게 넘어가지 않은, 당대의 머릿곡만 중요시 여기던 관행에서는 이례적인 앨범이다. 비록 그에게는 지금 대중음악의 장이 환멸만 가득한 소돔과 고모라를 보일 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사도'라면 그 속에 뛰어들어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지, 그가 속한 '하나음악'의 뮤지션들(한동준, 장필순, 조동익 등 )이 종교적인 음악활동과 더불어 대중음악에서도 90년대까지 꾸준하게 수작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그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왜 그는 그러지 못 할까? (신승렬)
20. 산울림
<2집> 1978 / 서라벌레코드 김창완(g,v), 김창훈(b,v), 김창익(d) 세션 : 김난숙(key)
산울림 음악의 장점이자 70년대 한국 록의 최고 작이다. 전 해에 <아니 벌써>가 담긴 폭발적인 데뷔 음반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 기쁨>, <어느 날 피었네>, <안개 속에 핀 꽃>이라는 완성도 최고의 명곡으로 록 매니아들을 흥분시켰다. 김창완의 퍼지 톤 기타와 그의 사촌 동생 김난숙의 고풍스러운 올갠 사운드고 특징 지워지는 산울림 초기 (1-3집)는 그 사운드의 독자성으로 먼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70년대 말 암울한 유신 시대(비록 김창완은 아니라고 하였지만)에서 이런 세속에서 벗어난 듯한 천진난만한(?) 노래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 의아하고, 그 시대를 생각한다면 언밸런스 한 연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김창완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고유의 사운드 정체성을 갖는 명반이 탄생되었다. 하지만 이 음반의 가치는 10여 년이 지난 뒤에나 인정이 되었다. 당시 산울림은 아이돌 그룹(?)이었고, 이 음반은<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노래 불러요>, <나 어떡해>의 엄청난 성공으로 그저 잘 팔리는 음반이었을 분이다. 한국 록, 특히 록 밴드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뮤지션은 산울림이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그들의 본 작이다. (박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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