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 안성맞춤랜드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다

[햇살편지]

지난 주에 꼭 연주하는 모습을 확인해보겠다는 약속을 한 관계로

내리는 햇살이 아까워 또 빨래를 해대고 추석맞이 집안 대청소를 시작하여 온 몸 사방이 쑤시고 아파도 약속을 지키러 나갔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반질반질, 윤나게 그림과 가전제품들을 닦아내고 이른 아침부터 싱크대를 정비하였더니만

아하, 간만에 육신을  죽도록 움직인 대가로 온몸이 반란이었다는 말씀인데 날이면 날마다 반짝거리게 살림을 하면 좋으련만

그게 또 매일 같이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은 일.

잠시 갈등이 일었다.

이 고달픈 육신을 움직여 또 저녁 나들이를 한다? 안한다...내내 갈등하다가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싶어 핸들을 잡았다.

물론 그전에  금요일밤의 열기를 함께 즐기자고 약속한 지인들이 있어 억지로라도 참석을 해야만 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여다 보아주는 것이 안성 시민의 역할이겠다 싶어 찾아든 안성맞춤 소공연장.

프로는 아니었어도 그밤의 열정적인 연주들은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았다.

굳이 프로의 세계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가 오르고 흥이 생기면 저절로 발동되는 신명은 아마추어냐 프로이냐를 가늠하지는 않음으로

노래가 들려지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움직여지는 몸의 반응이 그래서 더욱 즐거웠다는 것.

한껏 박수치고 발을 까닥거리며 노래를 따라부르는데 아, 훅하고 들어오는 저 냄새는 또 뭐냐.

안성맞춤랜드가 다 좋은데 저놈의 짐승들 냄새가 사람들을 혼미하게 하고 인상을 쓰게 하나니

분위기에 힘입어 참아볼려고 해도 역한 냄새가 정말 사람 죽인다.

그래도 어쩌냐.

이왕 즐기기로 한 것이니 그저 즐겨야 할 밖에.

그중에서도 첫 시작이었던  안성 동아방송대 학생인 재즈피아니스트 이지훈의 다양한 곡 선정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그의 자작 재즈 피아노 선율로 그의 마음을 읽는데 제목이 미확정이라고 해서 "블루"가 좋겟다는 생각을 전했다.

뒤이어 작곡 전공이지만 노래까지 멋들어지게 불러준 완전 훈남 보컬 김무정의 묘한 마력 목소리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그가 작곡한 "막차"라는 노래를 듣자니 풋풋한 이십대들의 정서가 전해져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아방송대 학생들의 멋진 공연이 한 시간에 걸쳐 연주되었지만 그 시간이 어찌 지나갔는지 아쉬움이 크지만

또 그날의 하이라이트 주인공 레인보우 기타연주반들의 공연이 기대되었으므로 온 몸을 늘리고 귀를 곧추 세웠다.

역시 다양한 레퍼토리와 숙련된 연주와 노래솜씨, 간혹 마이크가 삐딱선을 타고 관중석에 자리한 견공들의 반란이 있었어도

그 정도 쯤이야 너끈히 커버를 해가며 한 여름 밤의 낭만은 깊어만 갔다.

듣는 우리에게는 연주시간이 짧아보이지만 제 정신 아니게 늘 하던대로 습관적으로 연주한다는 그녀들에게 긴 시간이었을 그 밤.

"숨어우는 바람소리"로 절정의 연주와 화음을 보여주니 함께 한 지인이 제 18번이라며 열심히 함께 노래하는데

오호라, 정말 장난이 아니도록 잘한다.

지인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된셈인데 알면 알수록 지인의 숨겨진 매력이 쏙쏙 드러나니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

와중에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 없고 즐기는 이 없는 분수대가 저 혼자 춤을 춘다.

순간적으로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이 밤에 웬 혈세 낭비인가 싶어 평일엔 자제 했으면 좋겟다는 생각도 한 가닥.

어쨋든 분위기 최고조로 올리며 모든 공연을 마치고 수고했다는 인사말을 끝으로 

바우덕이 축제 때 진면목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덧붙이며 헤어져 돌아오는데 

낮동안의 육신의 반란은 어느덧 사라지고 기분좋은 흥얼거림만 남았다.

돌아와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티비를 켜고 "꽃보다 청춘" 중년 아저씨들의  마지막 편 마추픽추를 들여다 보는데

유희열의 감성이, 이적의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이, 윤상의 감정이 고스란히 내게로 들어온다.

참, 산다는 것이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더니 이 자리에 있더라...로 끝나지는 것은 아닐터이니

날마다 최선이  다시 생각나고 딸내미가 주장하는 것 처럼 "삶은 여행처럼, 여행은 삶처럼이" 가슴 깊이 스며들던 그 시간

지나간 청춘이 내게는 무엇으로 남겨졌나 잠깐 고민하였다.

그리고 더 늦은 밤, "슈퍼스타 K6" 를 시청하면서 이번 6회 참가자들은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 누가 우승을 거머쥐게 될지

들여다 보는 입장은 말할 것도 없고 심사위원과 슈스케 매니아들  역시 고민이 되겠다 싶어 그 어느 때 보다 걸출한

신인 등장이 예고될 것을 아는 지라 절로 행복하다.

금요일,  하루가 참 길기도 했다.

[pinks]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말랑하게 해서 좋죠~!
오늘 Begin again이란 영화를 봤는데 음악이 참 좋더이다. ^ ^

[햇살편지]

ㅎㅎㅎㅎ 정말 그래요.
그래서 음악을 즐기는 것이겠습니다.
좋은 영화를 관람하셨으니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