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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포근하고, 해도 많이 길어졌죠. 부산 곳곳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온천천을 가운데 두고 조성된 자전거 길을 마음껏 누비는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도 늘어나고, 도심 속 자전거 전용도로가 조성된 곳곳, 해안길 등에는 멋진 헬멧과 선글라스, 딱 달라붙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쌩쌩 달리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 모습도 쉽게 보입니다. ‘부산에 이렇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60대 전후의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쫄 바지, 쫄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로 쌩쌩 달리는 그분들이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많다는 것! 특히 여성들이 많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헬멧과 선글라스를 벗지 않으면 당연히 20~30대 젊은 세대라고 생각할 겁니다. 갑자기 많은 어머니, 할머니들이 자전거 매니아기 되어 부산 곳곳을 누비게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부산시에는 여성자전거회가 있는데요, 1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2001년 11월1일 창단 후 부산의 어린이부터 청장년층까지 자전거 안전교육도 시키고, MTB나 전문가용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출 수 있게 훈련도 합니다.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고 각종 대회에도 참가하죠. 자전거 문화를 보급하고 교육과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는 부산시 여성자전거회 강승민 회장을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어르신들이 많던데...어머니 세대들이 자전거를 열심히 배우고 즐기는 이유가 있나요?
여성자전거회 주회원은 50대 이상입니다. 놀랍죠? 저 역시 처음에는 ‘산에서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 있지?’ 생각하던 사람 중 한 명 이었어요. 우연히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운동신경이 없어 겁부터 먹었지만 지금은 자전거가 생활이 됐어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대마도 태국 등 해외 자전거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어머니들은 처음에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시작해요.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쌩쌩 달리다보면 가슴 속에 갑갑하고 뭔가 막혀있던 답답함, 스트레스 등이 한 방에 쑥 하고 내려가는 듯한 느낌, 상쾌함을 느낍니다. 스키나 보드를 타는 분들이 산에서 내려오며 느끼는 기분과 비슷하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교우활동도 할 수 있고, 바쁜 일상 속에서 살림하랴, 애 키우랴, 그동안 놓쳤던 자신만의 시간,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전거가 어르신들에게는 오히려 좀 위험할 것 같은데...괜찮은가요?
아니에요. 자전거를 타는 자세는 관절에 미치는 힘을 분산시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오히려 폐활량도 늘리고 근력을 튼튼하게 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자전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균형을 잡으면 그것으로 다 배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교육이 필요합니다.
자전거를 마음껏 타고 다닐 수 있는 도로 여건이 오나전하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안전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도로의 중앙선을 넘고 인도나 횡단보도를 쌩쌩 달리거나 역주행 하는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보행자, 자동차 운전자 모두 자전거에 대한 인식과 서로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합니다.
행안부에서는 자전거이용활성화법률을 만들었고 초중고교에는 지침도 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안전이 보장돼야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겠죠.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를 연결하고 또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갖춰가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처럼 타려면 얼마나 배워야 합니까?
주 2회면 총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초급 중급 고급반이 있는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는 혼자보다는 안전상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것이 더 좋습니다. 또 사람과 어울리고 함께 배려하고 양보할 수 있는 마음 자세 등도 꼭 필요하겠죠.
자전거 타기가 환경적 측면에도 큰 도움이 되기에 각 도시마다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고 있는데요, ‘교통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전거가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 도로 연계와 함께 지하철역이나 시장, 마트 등에도 분실을 걱정하지 않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자전거 보관대를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도로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자전거 중심으로 도시를 꾸미고 친환경적인 도시 발전과 관광수익 등도 함께 챙기는 것이죠. 부산 역시 길에 많은 돈을 쓰지 않고 자전거 타기 멋진 도시 부산을 만들면 좋겠네요. 부산 곳곳 우수한 경관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공공자전거도 활성화 하고 도심 속 자전거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공간과 문화공간을 함께 마련해 관광상품화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자전거 협회들과 많은 동호회들을 잘 연계해 체계적으로 자전거 등록부터 교육,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등을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문의) 부산시여성자전회 - 부산광역시 동래구 사직1동 94-27 / ☎ 051-501-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