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이 포근 하고 공기의 질도 그리 나쁘지 않은 날이다. 16인이 청계산 옥녀봉까지 왕복 산행를 했다. 어쩌면 산행이라는 말보다는 산책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짧은 거리에 시간은 충분히 많으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오전 11시 청계산 입구역 내 광장에서 만나 수엄쉬엄 옥녀봉(375M)에 도달하니 그 때가 12시 반 경이다. 보통 1시간이면 여유있게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봉(峰)이란 말이 무색하게 그곳은 작은 운동장 같이 평평하게 다져진 공간에 주변에는 벤치가 놓여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 중의 하나인 이 장소는 산행 초보자가 안전하고 힘들지 않게 올 수 있는 곳으로 항상 사람이 붐비는 곳이다.
옥녀봉에서 화물터미날 방향으로 30-40 미터 조금 내려가면,
능선위에 식탁으로 사용할 수있는 데스크가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지만 온도계의 눈금이 약간 내려가고 바람이 조금만 불면 금방 체온을 떨어뜨리는 곳이다. 오늘은 11월 하순인데도 온화한 날씨 덕분에 여기를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남식형수님” 명품 브랜드 겉절이와 파김치 그리고 맛 있는 밥이 식탁위에 펼쳐진다. 남식이가 인천서부터 멀리 짊어지고 온 귀한 선물이다. 나머지 회원들이 배낭에서 조금씩 꺼내어 더하니 금방 식탁이 가득 찬다. 온갖 주류가 다 나온다. 막걸리/와인/ 위스키/복분자/.. . 원래 가벼운 간식을 하고 하산하여 맛있는 식사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배가 부르면 어쩌나 하고 배부른 걱정이 먼저 든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시작한 하산 길을 일부러 늘려서 걸었다. 매봉(582M)으로 향하는 능선길로 나가다 매봉 정상으로 가파르게 오르기 직전 좌회전 하여 진달래 능선을 경유하는 코스다. 진달래 능선에서 내년 봄에 다시 우릴 반겨줄 진달래 꽃을 생각하니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계곡에는 아직 물이 제법 흐르고 있었다. 여기 물 좋은 곳에서 오늘의 산행을 담당한 나의 맨발을 씻는다. 뒤 따라 맨발로 내려오는 주은에게 그 장소를 추천했다.
원터골에서 시작하는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은 소담채 식당에서 오후 3시가 안되어 도착했다. 굴전/두부김치/더덕구이/순두부, 차례 차례 입맛을 돋구며 막걸리와 함께 많이 먹었다. 이집은 규모가 커서 단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곳. 평일이라서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우리들 14인 (김성민/장재훈: 산행만 하고 뒤푸리 불참)이 넓은 공간에서 큰 소리로 떠들어도 별 문제가 없어 좋았다. 물론 음식 맛도 수준급이어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무었보다도 김동호 커플이 아주 오랬만에 입산회에 참가해서 반가웠다. 동호형수님이 동호보다 더 산을 좋아하는 것 같이 보였다. 왕년에 설악산 공룡을 갔었다는 말씀 하나로 판단하기에 족했다. 앞으로 계속 같이 나올 수 있다하니, 우리 입산회 왕년의 전통이 부활되어 보다 많은 커플팀이 참가하기를 기대해본다.
참가자(16인): 강준수/김동호(+1)/김성민/김성진/김영/김종국/김준호/김호석/박승훈/백남식/석해호/송주은/유태식/이수한/장재훈
당일 수지(천원):
수입: 230(20*11 + 10)/회비
지출: 265/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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